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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충돌 K-건설 직격…공사비·수주 위기

기사입력 : 2026-03-05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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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전쟁 중 중동에 진출한 대한민국 건설사./사진제공=AI 생성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이란 전쟁 중 중동에 진출한 대한민국 건설사./사진제공=AI 생성 이미지
[한국금융신문 조범형 기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중동 정세가 급격히 요동치면서 해외 수주의 핵심 시장을 중동에 두고 있는 한국 건설업계가 전면적인 리스크 점검에 나섰다. 직접적인 인명 피해나 현장 파손 사례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지만, 인력 안전·물류 차질·발주 지연 가능성까지 복합적으로 얽히며 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 '수주 텃밭' 중동…주요 건설사 현황은

중동은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액 중 약 25%를 차지하는 핵심 시장이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UAE·카타르·이라크 등은 플랜트·에너지·인프라 중심의 대형 프로젝트가 집중된 지역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지에서 대규모 플랜트·인프라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현지 발주처와의 계약에 따라 공정이 진행되고 있지만, 국경 봉쇄나 항만 운영 차질이 현실화할 경우 장비·자재 운송 지연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대형 플랜트 공사는 주요 기자재의 해상 운송 비중이 높아 물류 병목이 발생하면 공정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대건설은 사우디에서 10여 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라크에서는 해수처리시설 사업 등을 운영 중이다. 현장 안전 확보를 위한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있지만,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인력 안전 비용과 보험료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 역시 사우디와 UAE 등에서 기수주 물량을 수행하고 있다. 아직 직접 피해 보고는 없지만,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에 따라 공사 지연 및 금융 비용 증가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 비상 매뉴얼 가동…"인력 안전이 최우선"

주요 건설사들은 현장별 비상 대응 매뉴얼을 재점검하고, 위험 국가에서는 출장·휴가를 제한하며 외부 이동을 최소화하고 있다. 현지 한국 대사관, 군·경찰과 협조 체계를 강화해 철수 경로와 연락망을 수시 점검 중이다. 특히 이라크 현장을 보유한 기업들은 친이란 민병대 변수까지 고려해 비상 대피 시나리오를 재정비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민관 합동 비상대책반을 가동해 현지 상황을 하루에도 수차례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지역에 따라 상황에 대비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행히 아직까진 피해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다양한 변수에 대비해 직원 모두 총력을 다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 물류·공정 리스크…수익성 압박 현실화?

홍해 및 호르무즈 해협 긴장 고조로 선박 우회 운항이 늘어나면서 운송 기간 증가와 운임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철강·기계설비 등 주요 기자재 조달 일정이 늦어질 경우 공정 차질과 추가 비용 발생이 불가피하다.

건설사들은 ▲핵심 자재 재고 확대 ▲운송 루트 다변화 ▲현지 조달 비중 확대 ▲발주처와 공기 조정 협의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다만 유가·가스 가격 급등이 장기화될 경우 프로젝트 파이낸싱 비용 상승과 보험료 인상 등 금융 리스크도 확대될 전망이다.

◇ 발주 지연이 최대 변수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신규 발주 감소다. 중동 각국은 대형 인프라·에너지 사업의 상당 부분을 국영 석유회사 재원과 국부펀드 자금에 의존한다. 군사 충돌 장기화로 재정 지출 우선순위가 안보·군사 분야로 이동할 경우, 메가 프로젝트 일정 조정 가능성이 제기된다.

네옴 등 초대형 프로젝트는 이미 유가 하락에 따른 재정난으로 속도 조절에 들어간 상태다. 사우디 국부펀드(PIF)는 포트폴리오 전반에 최소 20%의 예산을 삭감했으며, 네옴 관련 일부 사업에서는 최대 60%까지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군사 충돌까지 겹치면서, 업계 일각에서는 추가 수주 차질과 금융 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 구조적 과제…시장 다변화·계약 조건 정교화 필요

전문가들은 단기 대응을 넘어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정 지역·에너지 업종에 집중된 수주 포트폴리오를 인도·동남아·유럽 등으로 다변화하고, 계약서에 전쟁·제재 리스크에 따른 공기·공사비 조정 조항을 명확히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동은 여전히 한국 건설사에 '기회의 땅'이다. 그러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시화된 상황에서, 단순한 수주 확대 전략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이번 사태는 중동 의존형 수주 전략의 취약성을 드러내며, 한국 건설업계가 다음 성장 국면을 어떤 구조와 전략으로 준비할지 재정립해야 할 시점임을 보여준다.

조범형 한국금융신문 기자 chobh0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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