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그러나 정작 시중은행들은 22조원이 넘는 지난달 머니무브를 충분히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보고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머니무브를 방어하기 위한 은행의 주요 수단은 채권 발행인데, 코스피가 본격적으로 상승 기류를 타기 전인 지난 9월에 비해 은행채 발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적어도 지금까지의 예금 이탈은 시중은행이 긴장할 정도의 규모가 아니며, 상황을 주시하는 정도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1월 한달 4대 은행 요구불예금 22.7조 이탈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의 요구불금 합계는 510조 666억원으로 2025년 12월 말보다 4.26%, 22조 6945억원 감소했다.반면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 예탁금은 같은 기간 18조 2033억원 증가했다. 은행에서 자본시장으로의 명확한 '머니무브'다.
은행권 관계자는 "증시 활황으로 예금 일부가 이탈하는 형상이 뚜렸해졌다"며 "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고, 증시 랠리를 지원하는 만큼 당분간은 자금 이동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머니무브는 은행의 예대율과 LCR(유동성커버리지비율), NSFR(순안정자금조달비율) 등 유동성·건전성 지표와 연동되기 때문에 대규모로 벌어질 경우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엄청난 규모가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 이어질 경우 NIM 등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은행권은 일정 규모 이상의 머니무브에 대해서는 기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머니무브. 고민할 수준 아닐 것"···우리은행 '여유'
그렇다면 이번 머니무브에 대해 시중은행들은 어떻게 반응했을까.은행의 머니무브에 대한 인식을 예금 이탈을 방어하는 수단인 '금리'와 '은행채' 추이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1년 정기예금 기준 국민은행이 0.2%p 올렸고, 신한은행은 무려 0.26%p 올리며 충격에 대비했다.
그러나 자금이탈이 현실화된 12월부터는 오히려 금리 상승세가 둔화됐다. 국민은행은 0.14%p 올리는 데에 그쳤고, 신한은행은 오히려 0.06%p 낮췄다.
머니무브가 선제적 금리 인상으로 '감당 가능한 수준'이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추세는 은행채 발행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코스피 3500 돌파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됐던 지난해 9월 4대 은행의 은행채 발행총액은 6조 4500억원에 달했지만, 12월에는 되려 1조 6650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코스피 5000이 가시화된 1월에도 발행총액은 9400억원 수준에 그쳤고, 그마저도 총 7건 중 6건이 코스피가 종가 기준 5000을 돌파한 27일 이후에 발행됐다.
채권금리는 2025년 9월 기준 2.5%대에서 2.7% 이상으로 상승하며 은행채의 매력이 떨어졌음을 드러냈지만, 4대 은행 CFO들은 아직 은행채까지 발행하며 유동성을 지켜야 할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미지 확대보기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머니무브가 실제 은행의 유동성이나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준이었다면 당연히 채권 시장에도 신호가 있었을 것"이라며 "현 시점에서는 은행이 예금 이탈로 큰 고민을 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이 올해 1월 단 한 건의 채권 발행도 하지 않으며 4대 은행 중 가장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12월에도 3250억원 규모의 1년 만기 이표채 단 한 건만을 발행했다.
다만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1년·1년 미만 정기예금 금리를 꾸준히 올리는 모습을 보여, 유동성 관리 수단으로서 채권 발행의 우선순위가 타 은행보다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은행채 발행으로 가장 보수적인 모습을 보여준 곳은 신한은행이었다.
신한은행은 요구불예금 감소폭이 우리은행과 유사한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12월 3건, 올해 1월 2건을 더해 총 1조 2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하며 추가 유동성을 확보했다.
충성고객 이탈 아냐···정기예금 감소 2조 뿐
이처럼 시중은행이 현재의 머니무브를 감당 가능한 규모로 판단하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하나는 '요구불예금 중심의 자금 이탈'이다. 1년 이상의 정기예금이 감소하는 것은 충성고객의 감소를 의미할 수 있지만, 단기성 예금의 경우 상대적으로 '안정이 낮은' 예금이기에 리스크의 무게가 다르다는 것이다.
실제로 NH농협은행을 포함해 5대 시중은행으로 확대해도 작년 12월 말 대비 올해 1월 말 정기예금 감소 규모는 2조 741억원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요구불예금 감소분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같은 기간 원화대출이 감소세를 보인 점도 시중은행의 유동성 긴장을 낮춘 요인으로 추정된다.
국민은행의 경우 올해 1월 말 원화 대출이 12월 말에 비해 0.17% 가량 감소했고, 신한은행도 약 0.25% 줄었다.
예금 감소와 대출 증가가 동시에 일어나면 예대율과 건전성 방어가 더 어려워지지만, 올해 1월에는 여신도 소폭 줄어든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자금이탈이 있긴하지만 우려할 단계는 아닌 것으로 본다"며 "추이를 계속 모니터링하며 효율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성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voice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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