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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27(월)

HLB, 두 번의 영광과 두 번의 좌절…‘R&D 결집’ 승부수 [시총 2위의 추억 ②]

기사입력 : 2025-10-27 05:00

(최종수정 2025-10-27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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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보세라닙 FDA 승인 기대에 코스닥 시총 2위 등극
HLB, CRL 두 차례 수령…주가 급락에 시총 미끄럼
계열사 합병 후 신규 파이프라인으로 재도약 노려

HLB, 두 번의 영광과 두 번의 좌절…‘R&D 결집’ 승부수 [시총 2위의 추억 ②]이미지 확대보기
신라젠과 HLB 그리고 헬릭스미스.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2위에 오르며 시장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기업들이다. 장밋빛 전망 속에 ‘K-바이오’ 성공사를 호기롭게 써내려 간 그들, 하지만 그 꿈의 실현이 쉽지만은 않았다. 임상 실패와 경영진 비위 논란에 기대는 물거품이 됐고 시장은 허탈해했다. 영광의 순간을 뒤로 하고 다시 한 번 도약을 준비하는 그들의 오늘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한국금융신문 양현우 기자] 한때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으로 천당과 지옥을 오간 HLB가 재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HLB는 신약 개발 계열사 HLB사이언스를 흡수합병,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며 파이프라인 확장에 나섰다. 리보세라닙 실패를 만회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리보세라닙은 간암 1차 치료제로 개발 중인 후보물질이다. HLB는 지난 2019년 9월 30일 글로벌 임상시험 3상을 통해 약효가 입증됐다고 발표했다. 발표 당일 HLB는 전 거래일 대비 1만3900원(29.89%) 오르며 상한가로 직행, 6만4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어 2019년 10월 25일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신약 허가 사전미팅을 완료하는 등 호재가 잇따르며 주가는 더욱 뜨겁게 타올랐고, 코스닥 시가총액 2위(종가 기준)에 이름을 새기게 된다. 장 중 기준으로는 한때 시총 1위를 찍기도 했다.

하지만 2021년 2월 16일 리보세라닙 미국 임상 3상 결과 허위 공시 혐의로 금융당국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당시 진양곤 HLB 회장은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조사는 맞지만 결론이 나기 전”이라며 “충분히 소명할 것이며 끝까지 사실관계를 밝히겠다”고 해명했다.

이후 HLB는 리보세라닙과 중국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 병용투여 요법으로 미국시장 진입을 준비했다. 회사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리보세라닙 병용요법 임상 3상은 전체 생존기간(mOS)이 22.1개월로, 간암 1차 치료제들 중 최장 환자 생존 기간을 기록했다. 또 유방암, 교모세포종암 등에서 리보세라닙 관련 연구 결과가 발표돼 범용성과 확장성이 입증됐다.

효과 입증은 곧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1월 5만 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FDA 승인 기대감에 두 달 뒤인 3월 12만9000원까지 뛰었다. 자연스레 시가총액도 불어나면서 같은 해 4월 다시 한 번 코스닥 시총 2위로 올라섰다.

시총 2위 재등극 기쁨도 잠시, 한 달이 지난 5월 17일 FDA로부터 리보세라닙 병용요법에 대한 보완요구서한(CRL)이 당도했다. CRL이란 FDA가 신약 승인을 신청한 품목에 대해 추가 현장 실사나 자료 보완 등이 필요할 경우 발부하는 공문이다.

통상적으로 CRL이 발행되면 FDA가 지적한 문제를 수정·보완해 서류를 다시 제출해야 한다. FDA는 서류 검토 후 최장 6개월 이내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이와 관련, 진 회장은 “리보세라닙 이슈가 아닌 캄렐리주맙 이슈가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CRL 발행 이유로 ▲캄렐리주맙의 화학·제조·품질관리(CMC) 실사 ▲러시아·우크라이나 임상 사이트 실사 관련 문제를 언급했다.

진 회장은 “항서제약이 CMC 실사에 대해 작은 내용을 지적받았다”며 “지적에 대한 답변이 FDA를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빠르게 수정 가능한 부분으로 보고 있다”면서 FDA 승인 자신감을 내비쳤다.

CRL 여파에 투심도 힘을 잃었다. CRL 수령 전날인 지난해 5월 16일 9만5000원대였던 HLB 주가는 허가 불발 소식에 6만7000원대까지 약 30% 빠졌고, 시총은 4조 원이 증발했다.

시장 기대가 한풀 꺾였지만 진 회장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9월 CMC와 임상 현장 실사 완료 후 FDA에 신약 허가 신청서를 다시 제출했다. 하지만 FDA는 또다시 CRL을 보내왔다. 진 회장은 “1차 CRL에서 지적된 CMC와 관련된 내용이 해소되지 않아 다시 CRL 통보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두 번의 고배를 마시며 HLB 주가는 지난 24일 기준 4만5550원까지 내려왔다.

진 회장은 포기하지 않고 리보세라닙 병용요법의 FDA 승인을 노리고 있다. HLB 관계자는 “보완 요청한 사항에 대해 계속 서류를 만들고 있다”면서 “올해 말쯤 보완서류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했다.

분위기 반전이 필요했던 HLB는 합병카드를 꺼내들었다. HLB와 HLB사이언스는 지난달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 안건을 의결했다. 존속법인은 HLB, 소멸법인은 HLB사이언스다. 합병비율은 HLB사이언스 1주당 HLB 주식 0.0446113주다. 합병가액은 HLB가 3만8784원, HLB사이언스가 1731원이다. 합병기일은 2026년 1월 1일이다.

HLB사이언스는 펩타이드 기반 패혈증 치료제와 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에 주력한 바이오기업이다. HLB는 합병을 통해 항암제 임상개발 경험과 펩타이드 기반 초기 신약 후보물질 발굴 역량을 연결해 신약 개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다.

이번 합병에 대해 HLB 관계자는 “계열사가 많다 보니 연구개발(R&D) 역량이 흩어져 있는 상태였다”며 “합병을 통해 역량을 통합하고 중복 투자를 막아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HLB그룹은 상장사 11개, 비상장사 49개 등 총 60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합병 외에 HLB는 새로운 파이프라인 확보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담관암 신약 ‘리라푸그라티닙’이 있다. 리라푸그라티닙은 담관암 2차 치료제로 개발 중이며, HLB는 최근 FDA로부터 신약 허가 신청(NDA)에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에 회사는 사전미팅 없이 신약 허가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당초 회사는 NDA에 앞서 사전미팅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사전미팅은 제약사와 FDA가 NDA 제출 전 쟁점을 미리 조율하고 보완 사항을 확인하는 절차다.

리라푸그라티닙은 2023년 FDA로부터 ‘혁신치료제’로 지정받았다. 이에 따라 우선심사 혜택을 받게 된다. 일반심사는 NDA 접수일 기준 최대 10개월이 소요된다. 반면 우선심사는 최대 6개월로 단축된다.

HLB 관계자는 “FDA 가이드라인에 따라 올해 말 NDA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현우 한국금융신문 기자 yhw@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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