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인에게는 이름조차 생소한 팔란티어이지만, 개인투자자는 물론 오세훈닫기

미국 국방부도 인정한 AI 데이터 기업
팔란티어는 2003년 5월 피터 틸과 알렉스 카프 등이 창업한 인공지능(AI) 기반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사명은 영국 작가 J. R. R. 톨킨의 소설 ‘반지의 제왕’ 속 ‘천리안의 돌’, ‘멀리서도 들여다보는 돌’을 뜻하는 ‘팔란티르’에서 착안했다.팔란티어는 미국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 정부는 안보 위기를 체감하고 팔란티어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팔란티어 창업자 피터 틸은 회사 설립 당시 ‘안보’를 최우선으로 여겼다. 피터 틸은 “만약 우리가 데이터를 제대로 분석해 테러리스트들을 걸러낼 수 있었다면 9·11 테러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창업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에 미 중앙정보국(CIA)은 벤처캐피털(VC) 인큐텔(In-Q-Tel)을 통해 팔란티어에 200만달러를 투자했다. 이어 FBI, 국토안보부, 해병대 등 미국 정부 기관들이 줄지어 팔란티어 고객사로 합류했다.

정부 지원을 받은 팔란티어는 사방에 흩어져 있는 방대한 자료·데이터·정보를 종합 분석했고 위협을 사전에 식별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 기술을 각종 국가 안보 보호를 위해 사용했다.
현재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등 전쟁 중인 국가 역시 팔란티어 AI 군사 전략 기술을 사용 중이다. 또 로스앤젤레스(LA) 경찰 범죄 패턴 분석, JP모건체이스 사이버 사기 대응 등에도 기여해왔다고 알려졌다.
피터 틸 팔란티어 창업자는 “우리는 서방 국가의 번영과 성장을 지원한다. 적대 세력(중국, 러시아 등)에게는 우리 프로그램을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확고한 정치색을 드러낸 바 있다.
“수년간 외부 조롱 견뎠다” 회의론자도 굴복한 성장성

팔란티어는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 부문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올해 들어 주가가 2배 이상 뛰었다. 현재 기준 팔란티어 시가총액은 약 3725억 달러(한화 520조)에 달하며, 강력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연구 개발과 글로벌 확장을 지속 추진 중이다.
팔란티어는 올해 2분기 매출 10억달러(약 1조3860억원)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팔란티어의 10억달러 매출 달성 시점을 올 4분기로 예상했으나, 도널드 트럼프닫기

팔란티어는 미국 정부와의 계약 효과로 지속적인 매출 상승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7월 3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팔란티어는 미국 육군과 10년간 최대 100억 달러(약 14조원) 규모 대형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최고경영자(CEO)는 주주 서한에서 “수년간의 투자와 외부의 조롱을 견디며 이제 우리의 사업 성장 속도가 급격히 가속화되고 있다”며 “회의론자들은 이제 힘을 잃고 우리에게 굴복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규모 언어모델(LLM)의 도래, 이를 구동할 칩, 그리고 우리의 소프트웨어 인프라가 맞물리며 (회사는)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핵심 기술은 국방·민간 아우르는 데이터 분석 플랫폼
팔란티어 핵심 소프트웨어는 ‘고담’이다. 2008년 국방·정보기관용으로 출시된 고담은 CIA 협업을 통해 탄생했고, 9·11 이후 정보 수집 문제를 해결하도록 설계됐다.
고담은 지도・그래프・타임라인 데이터 시각화를 통해 숨겨진 패턴·네트워크를 식별한다. 실제로 고담은 빈 라덴 은신처 파악에 성공해 척결하는 데 기여했다.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도 사용돼 우크라이나가 무기 열세인 상황에서도 러시아 공격에 방어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팔란티어의 폭발적인 성장을 도운 소프트웨어는 ‘온톨로지’다. 온톨로지는 단순한 데이터 분석을 넘어 데이터 하나하나에 의미와 관계를 부여해 주는 모델링 기법이다. 온톨로지는 엑셀・PDF・이미지 등 여러 형식으로 흩어진 정보를 하나의 틀로 통합해 핵심적인 의사결정이 빠르게 드러나도록 개발됐다.
이는 데이터 인풋과 아웃풋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 의사결정 과정이 단순해지고 소요 시간도 크게 단축된다. 예컨대 미국 통신사 AT&T는 새 통신선을 설치하는 데 약 5년이 걸리던 작업을 온톨로지를 통해 불과 3개월 만에 끝냈다.
팔란티어가 정부 중심 플랫폼에서 민간 기업용으로 확장하기 위해 내놓은 소프트웨어는 ‘파운드리’다. 파운드리는 모건스탠리・머크・에어버스 등 수백 개 기업이 사용 중이다. 에너지・항공・조선・제조 등 산업 분야도 다양하다.
파운드리는 팔란티어 성장에 힘을 보탰다. 팔란티어 매출 성장률은 정부 부문보다 민간 부문에서 가파르게 나타났으며, 전 세계적으로 민간 매출은 1년 만에 50% 이상 늘었다.
한국에서 주목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에서도 AI와 데이터에 대한 중요성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이재명 정부는 글로벌 AI 패권 경쟁 속에서 국가 AI 정책을 총괄할 전략 위원회를 대통령 직속 기구로 설치했다.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도 앞다퉈 자사만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확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역량을 키워 회사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목표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AI 인프라 구축이 기본이 되는 가운데, AI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 분석 기술에 특화된 팔란티어 기술력과 동행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팔란티어는 한국의 AI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제조업, 금융, 방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와 데이터 분석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높은 점에 주목했다.
특히 한국은 반도체와 5G 분야에 강점이 있지만 AI 생태계는 아직 발전 단계에 있어, 팔란티어는 맞춤형 AI 솔루션을 제공하며 현지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통해 AI 혁신을 주도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KT, HD현대, LIG넥스원, DL이앤씨, 코오롱베니트, AI 스타트업 웨이커 등은 팔란티어와 기술 협력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KT는 지난 3월 국내 최초로 팔란티어 프리미엄 파트너사로 선정됐다. KT는 자사의 클라우드·네트워크 인프라와 팔란티어의 핵심 솔루션을 결합해 한국 시장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지난해 4월 HD현대는 팔란티어와 ‘무인수상정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양사는 2026년까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정찰용 무인수상정(USV)을 개발하고, 이후 전투용 USV로 개발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LIG넥스원은 지난해 8월 팔란티어와 ‘미래 무기체계 빅데이터 플랫폼 활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LIG넥스원은 정찰용 무인수상정, 초소형 영상레이더(SAR) 위성, 기뢰제거, 전자기스펙트럼작전(EMSO) 개발 과정에 팔란티어의 데이터 관리 플랫폼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DL이앤씨는 2022년 건설업계 최초로 팔란티어와 손잡고 빅데이터 기반 경영 플랫폼인 ‘디레이크’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전사 데이터를 단일 클라우드에서 통합해 관리하며 고객, 상품, 설계, 시공, 품질, 안전 등 업무 전반에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고도화하는 것을 목표했다.
이 외에도 지난해 11월 코오롱그룹 IT 서비스 전문기업 코오롱베니트는 팔란티어와 스마트팩토리 분야 사업 협력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지난달에는 AI 애플리케이션 모델 개발에 특화된 기업 웨이커가 팔란티어의 온톨로지와 파운드리 플랫폼을 사용해 증권 시장에 특화된 AI 개발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팔란티어와 파트너십을 맺는 배경은 맞춤형 AI 데이터 분석과 의사결정 자동화 역량이 국내 산업의 디지털 혁신과 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라며 “이를 통해 국내 AI 시장에서의 사업 확장과 기술 고도화를 함께 이루고자 하는 전략적 선택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채윤 한국금융신문 기자 chaeyu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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