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 1992

대한민국 최고 금융경제지

닫기
한국금융신문 facebook 한국금융신문 naverblog

2025.03.28(금)

전통강호 신라면 vs 신흥강호 불닭볶음면…농심-삼양식품 ‘K맵부심’ 경쟁

기사입력 : 2025-03-24 01:05

(최종수정 2025-03-24 01:15)

  • kakao share
  • facebook share
  • telegram share
  • twitter share
  • clipboard copy

농심 해외 비중 38%, 삼양식품 77%
삼양식품 해외 실적, 농심 첫 추월도
신라면 vs 불닭볶음면, ‘단일 매출 1조’
유럽 법인 세우고, 글로벌 공략 집중

전통강호 신라면 vs 신흥강호 불닭볶음면…농심-삼양식품 ‘K맵부심’ 경쟁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손원태 기자] 농심과 삼양식품의 자존심을 건 매운 라면 전쟁이 치열하다.

농심은 매운맛의 전통강자인 신라면을, 삼양식품은 신흥강자인 불닭볶음면을 내세워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 지배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특히 두 제품 모두 연 매출 1조를 넘기는 ‘메가 브랜드’로 성장한 만큼 K라면 타이틀을 거머쥐기 위한 자존심 대결이 볼 만해졌다.

24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연결 기준 지난해 매출이 전년 3조4106억 원에서 0.8% 오른 3조4387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삼양식품은 44.8% 뛴 1조7280억 원의 매출을 써냈다.

영업이익에서도 희비가 갈렸다. 2024년 농심은 전년 2121억 원보다 23.1% 내려간 1631억 원에 그친 반면, 삼양식품은 1475억 원에서 133.6% 증가한 3446억 원의 영업익을 달성했다. 자연스레 영업이익률도 농심이 4.7%, 삼양식품이 19.9%로 차이가 났다.

국내 경기가 저성장 기조에 갇히면서 소비 침체 현상이 장기간 이어졌고, 내수 부진이 실적 향방을 가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을 주축으로 한 라면 수출이 급격히 뛰면서 내수 부진을 상쇄했다.

이는 두 회사의 전체 매출 대비 해외 비중에서도 두드러진다. 농심은 지난해 해외 부문에서 총 1조3037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해외 매출이 9595억 원, 수출이 3442억 원이다. 이를 토대로 추산하면 농심의 해외 비중은 전체 3조4387억 원의 37.9%로 나온다.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은 1조3359억 원으로 집계됐다. 삼양식품은 해외 공장이 없는 만큼 수출로 해외 실적을 산출한다. 2024년 전체 매출 1조7280억 원에서 해외 비중은 77.3%다.

농심의 매출 규모가 삼양식품의 두 배에 이르며 압도하고 있지만, 해외 부문에서는 매출과 비중에서 삼양식품이 농심을 웃도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해엔 처음으로 삼양식품이 농심의 해외 실적을 추월했다. 농심이 신라면으로, 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으로 양 사가 계속해서 해외 시장을 두드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신라면과 불닭볶음면은 K푸드 유행과 함께 K라면 대표주자로서 해외에서 치열하게 맞붙고 있다. 두 회사 모두 해외 공략을 강화하면서 공장 설립을 추진하는 등 인프라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먼저 농심은 국내 6곳과 해외 6곳에 생산공장을 마련했다. 이곳에서는 라면 외에 스낵이나 생수 등도 생산된다.

삼양식품은 국내 3곳에 공장을 뒀다. 특히 삼양식품의 수출 기지인 밀양에서는 제2 공장 준공도 앞둔 상태다.

해외에서 농심은 6곳의 공장과 더불어 미국과 중국, 일본, 베트남, 캐나다, 호주, 네덜란드 7곳에 판매법인을 두고 있다.

삼양식품은 일본과 중국, 미국, 인도네시아, 네덜란드 5곳에 판매법인을 세웠다.

국내를 제외한 양 사의 확실한 캐시카우는 미국으로, 그 성장세가 예사롭지 않다. 농심은 지난해 미국에서만 5331억 원을 벌어들였다. 중국(1605억 원) 실적의 세 배가 넘는다. 이 기간 삼양식품도 미국 연간 수출이 3829억 원을 기록, 전년(1608억 원) 대비 두 배 넘게 성장했다. 그 주인공은 단연 신라면과 불닭볶음면이다.

미국, 중국에 이어 양 사가 최근 주력하는 시장은 유럽이다. K푸드 인기가 나날이 치솟으면서 매운 라면에 대한 관심도가 함께 올랐기 때문이다. 두 회사가 네덜란드에 유럽 법인을 세운 것도 이에 기반한다.

네덜란드는 유럽 내 물동량 1위인 로테르담항을 갖고 있는 것은 물론, 철도와 육상 등 교통망도 보유했다. 유럽 전역으로 라면을 빠르게 보급할 수 있는 곳이다.

신라면은 지난 2023년 기준 국내외 매출이 1조2100억 원이다. 2023년 농심의 매출은 3조4106억 원으로, 이 중 신라면 비중만 약 36%다. 이를 감안하면, 지난해 신라면의 연간 매출은 약 1조2400억 원으로 추산된다.

불닭볶음면의 경우 지난해 연간 매출이 1조2100억 원이다. 삼양식품 전체 매출 1조7280억 원의 70%를 차지한다. 특히 불닭볶음면은 수출액이 1조500억 원으로, 해외에서만 1조를 넘기는 기염을 토했다. 신라면에 이어 불닭볶음면도 단일 브랜드로 매출 1조를 찍으면서 사실상 비슷한 선상에 오르게 됐다.

매운맛 라면의 전통 강호 신라면과 신흥 강호 불닭볶음면의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되고 있다.

국내에서 라면이 처음 생산된 것은 지난 1963년으로, 삼양식품이 만든 삼양라면이 그 주인공이다. 당시 삼양식품은 일본에서 직접 라면 기계와 기술을 들여왔고, 6·25 전후 국민 식량난 해소를 위해 라면을 보급했다.

라면 후발주자였던 농심은 지난 1982년 경기도 안성에 라면스프 제조 공장을 세웠다. 농심은 1980년대 안성탕면과 짜파게티를 잇달아 출시하면서 라면업계 1위로 올라섰고, 회심의 한 방을 날리기 위해 매운 라면 개발에 들어갔다.

농심은 1986년, 드디어 신라면을 내놓기에 이른다. 전국에서 맵기로 소문난 고추를 배합해 하루에도 20번 넘게 제조했다고 한다. 제품명도 ‘매울 신(辛)’을 따 매운 라면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신라면은 2023년 말 기준 누적 판매량 386억 개를 돌파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매운 라면의 원조이자 오랜 기간 K라면의 대표주자로 군림했다.

삼양식품은 창업주 고(故) 전중윤 명예회장의 며느리인 김정수 부회장이 나섰다. 우지 파동으로 그룹이 침체기를 겪던 삼양식품은 신제품 출시에 골몰했다.

그러다 지난 2011년, 김 부회장은 서울에서 사람들이 땀을 흘리며 낙지볶음을 맛있게 먹는 것을 보게 됐다. 그는 거기서 매운 라면의 가능성을 봤고, 청양고추와 하바네로고추 등 전 세계에서 맵기로 소문 난 고추를 들여왔다. 이듬해 매운 맛의 볶음 라면인 불닭볶음면이 등장했고, 출시 10년 만에 40억 개가 팔려나갔다.

삼양식품의 급성장에 농심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농심은 신라면에 생크림과 치즈를 입힌 ‘신라면 툼바’로, 동남아시아를 겨누고 있다. 일본에서는 신라면 팝업을 열고, 호주에서는 대형마트로 판매망을 넓혔다. 미국에서는 한강에서 먹는 신라면 느낌으로 마케팅에 열심이다.

삼양식품은 미국에서 ‘까르보 불닭볶음면’을 먹고 싶어 하는 소녀에게 제품을 선사하는 등의 소소한 마케팅을 펼쳤다. 이 영상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에서 화제가 돼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불닭 소스를 스낵이나 떡볶이로 옮겨 신작을 냈고, 아예 불닭 소스를 전면으로 내세운 팝업(스플래시 불닭)도 열었다. 이 팝업은 미국 뉴욕과 중국 상하이, 영국 런던 등 전 세계 5개 도시에서 진행됐다. 누적 방문객 4만 명을 넘겼다.

농심과 삼양식품은 계속해서 신라면과 불닭볶음면을 내세운 글로벌 공략에 열을 가하겠다는 계획이다.

농심은 “신라면은 해외 매출 비중이 약 60%에 달할 정도로 글로벌 브랜드로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며 “매운맛을 선호하는 국가를 중심으로 한 적극적인 신라면 마케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삼양식품 역시 “수많은 이들이 불닭 브랜드에 진심과 애정을 보여주는 만큼 앞으로 불닭볶음면과 소스를 비롯한 불닭 브랜드로 K푸드 시대를 열어 가겠다”고 자신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issue
issue

손원태 기자기사 더보기

유통·부동산 BEST CL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