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사람이 하는 일을 아랫사람이 본받는다는 의미다. 1년여 만에 집안싸움을 끝낸 한미약품그룹이 지주사 수장부터 바꾸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미약품그룹은 이달 오너 경영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등 새판짜기에 나선다. 전문적인 의사 결정을 토대로 신약 연구개발(R&D)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김 부사장은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R&D와 투자 경륜이 높은 인물로 평가된다. 1990년 유한양행에 입사해 약 30년간 인수합병(M&A)·IR·경영기획·글로벌 전략 등의 업무를 총괄했다. 2021년부터는 메리츠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바이오벤처 투자를 맡는 IND 본부를 이끌었다. 증권사에 몸담을 때도 제약사의 기술력에 초점을 맞춰 투자를 이어갔다고 전해진다.
한미약품그룹이 지주사 대표 자리에 전문경영인을 앉히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0년 지주사 전환 후 고(故) 임성기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줄곧 대표직을 맡았다.
앞서 송 회장은 지난해 7월 "한미약품그룹은 기존 오너 중심 경영체제를 쇄신하고 현장 중심 전문경영인 체제로 재편, 사업 경쟁력과 효율성 강화를 통해 경영을 시급히 안정화할 방침"이라며 "대주주는 사외이사와 함께 참여형 이사회를 구성해 회사 경영을 지원하고 감독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지배구조를 재정립한 다음엔 R&D 투자에 더욱 매진할 전망이다.
실제 한미약품은 작년 경영권 분쟁이 한창일 때도 R&D 비용으로 2098억 원을 썼다. 이는 전년(2050억 원) 대비 2.3% 증가한 수치로, 매출 대비 비중으로 따지면 전년 13.8%에서 14.0%로 0.2%포인트 커진 규모다.
다만 일각에선 R&D 투자에 비해 성과는 둔화했단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023년 머크로부터 받은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끝으로 직접적인 성과가 미미하단 이유에서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김 부사장이 그룹 전체의 지휘봉을 잡는 만큼, 회사가 더 가시적인 R&D 성과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김 부사장은 유한양행 재직 당시 다국적 제약사 얀센에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를 기술수출하는 데 참여했던 이력이 있다. 김 부사장은 한미약품그룹에서도 '기술수출 빅딜'을 이끌어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만치료제 'HM17321'의 기술이전 성공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HM17321는 지난해 11월 미국비만학회에서 근육량을 늘리면서 체중 감소엔 효과적이라는 전임상 결과를 발표해 화제가 됐다. 회사는 현재 글로벌 빅파마에 HM17321을 기술수출하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
한미약품그룹은 비만 외에도 항암, 대사질환 등 파이프라인 다각화에 주력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으로 하락한 기업가치를 파이프라인 확대를 통해 끌어올리는 것 또한 김 부사장의 주요 과제다.
한편, 송 회장의 차남 임종훈 전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지난달 13일 경영권을 내려놨다. 현 한미사이언스 대표인 송 회장도 전문경영인에게 수장직을 넘겨준 후 경영 일선에서 후퇴할 것으로 보인다.
김나영 한국금융신문 기자 steami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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