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인뱅 “AI 활용 10~40%서 3배 늘리겠다” [K금융, AI 혁명 속 길을 찾다]

[한국금융신문 홍지인 기자] 한국금융신문의 금융권 CEO(최고경영자) 대상 2025년 AI(인공지능) 활용과 전망 설문조사에서 국내 지방금융지주 및 인터넷 전문은행 수장들은 회사 AI 활용 수준을 현행(4개사 평균 25%)보다 세 배 가까이(희망 평균 75%) 높이고 싶어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AI 도입 확대에 따른 기술적 한계 및 신뢰성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었다. 더불어 AI 관련 법·규제 준수 미비에 대한 부담도 느끼고 있었다. 이에 AI 활용 확대를 위해 국내 금융당국이 샌드박스 활성화 등 규제를 완화할 것을 기대했다.

설문에 응답한 지방 금융지주 및 인터넷은행 대표들은 ‘현재 업무·사업에서 AI 활용 수준은?’이라는 질문에 10~40%를 선택해 평균 25%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희망하는 AI 활용 수준’ 질문에는 70~90%를 희망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평균 75% 수준으로 현재 활용 평균(25%)보다 3배 증가한 AI 활용을 원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방 금융지주 및 인터넷은행 대표들이 꼽는 AI 활용 중점 분야는 챗봇, 소비자 상담 분야인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AI 활용에 가장 중점을 둔 분야, 투자 계획이 가장 큰 분야’ 질문에 한 명도 빠지지 않고 모두 ‘AI 챗봇, 소비자 상담 분야’를 선택했다.

인터넷은행 3사 대표들은 ‘자금세탁방지(AML), 이상거래탐지시스템’도 선택하며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이 외에도 대표들은 ‘내부 시스템 등 업무자동화(RPA)’와 ‘신용평가, 대출심사’ 등에서 AI 활용 투자를 고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눈에 띄는 점은 빈대인닫기빈대인기사 모아보기 BNK금융 회장은 유일하게 ‘내부통제, 보안, 소비자보호’를 선택했다. 빈 회장이 AI를 활용한 금융사고 예방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답변이다.

지방 금융 및 인터넷은행 대표들은 AI 도입을 통한 효과로 업무 효율성 제고 및 시간 절약을 기대했다. ‘금융권 AI 도입에 따른 긍정적 효과는?’이란 질문에 모든 대표들이 해당 항목을 선택했다. 아울러 ‘생산성 향상’에 대한 기대도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AI 도입 효과 질문에서 ‘보안 강화’ 항목은 대표들의 선택을 하나도 받지 못했다. 그 이유는 ‘금융권 AI 도입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은?’ 질문에서 확인할 수 있었는데, CEO들은 ‘알고리즘 편향성 가능성’, ‘시스템적 결함 및 오류’, ‘해킹 위협, 개인정보 보안 문제’ 등 AI 도입으로 다양한 보안 관련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대표들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것은 ‘기술적 한계 및 신뢰성 리스크’였다. 이어 ‘결정(decision)에 대한 책임 소재 문제’도 걱정하고 있었다. AI로 얻은 결론이나 AI를 통한 의사결정에 더욱 신빙성이 생가려면 기술적 발전과 데이터 축적을 위한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다.

지방 금융 및 인터넷은행 대표들은 AI 도입에 대한 경영 애로사항으로 수익 창출로의 연결을 꼽았다. ‘금융권에서 AI 도입 시 경영 상 애로사항’에 대한 질문에서 가장 많이 선택받은 항목은 ‘수익 사업 및 경영전략과 직접 연계성 미흡’이다.

AI 활용에 대한 언급이 많아지고 있지만 이를 직접적으로 수익 사업과 경영에 연관시키는 것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법/규제 준수 미비에 대한 부담’에 대한 답변은 뒤를 이었다.

더불어 빈대인 BNK금융 회장는 ‘AI 기술/활용 전문인력 부족’에 대해 어려움이 있다고 답변했으며 윤호영닫기윤호영기사 모아보기 카카오뱅크 대표는 ‘알고리즘 설명가능성에 대한 증명 어려움’을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최우형닫기최우형기사 모아보기 케이뱅크 행장은 ‘AI 인프라 구축 등에 대한 막대한 투자 재원 확보 어려움’을 꼽았다.

AI도입에 대한 여러 난관이 있는 상황에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대표들의 공통된 입장이었다. ‘금융권 AI 활용 활성화를 위한 법·제도 필수 요건’ 질문에서 ‘AI 적극적 활용을 위한 규제 완화’가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것이다.

금융사고 및 내부통제에 대한 AI활용은 보수적인 입장을 취했다. 상당수 대표들이 ‘금융사고 방지, 내부통제 및 감사 역량 강화 측면에서 AI 활용도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AI 기술 활용 유용성 기대되나, 시기상조 측면’ 항목을 선택했다.

다만 최우형 케이뱅크 행장은 유일하게 ‘적극적 도입 권고. 휴먼 배제 필요.’ 항목을 선택하며 AI 활용이 금융사고 및 내부통제에서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의 AI 투자에 대해서도 답변이 갈렸다. ‘AI 관련 유효한 투자 방식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다수의 CEO는 ‘자체적인 AI 기술 역량 심층화’를 선택한 반면, 케이뱅크는 ‘기간, 규모 면에서 폭넓은 내부+외부 투자’를 골랐다. 대체적으로 자체 역량 강화를 선호하고 있지만 최우형 행장은 외부 투자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둔 것이다.

지난해 8월 금융당국이 발표한 '금융분야 망분리개선 로드맵‘에 대한 지방 금융 및 인터넷은행 대표들의 평가는 다양하게 나타났다. 이들은 관련 내용을 바탕으로 AI혁신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기대와 동시에 추가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주로 선택된 답변으로는 ‘IT 인프라 유연성 증가, 디지털 혁신 가속화 기대’, ‘규제 샌드박스 활성화로 서비스 라인업 확대’ 등 긍정적인 답변과 ‘부가조건 한계, 규제 차등에 대한 보완 필요’, ‘개인정보 보호 체계, 보안정책 뒷받침 필요’ 등 우려 담긴 선택이 공존했다.

지방 금융 및 인터넷은행 대표들은 AI시대 금융권 인재상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각기 다른 답변을 선택했다. 빈대인 BNK금융 회장은 ‘고객 니즈를 타겟팅하는 마케팅 역량’이 중요하다고 답변했으며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데이터를 해석할 수 있는 문해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우형 케이뱅크 행장은 ‘AI/IT와 금융도메인 지식 동시 함양’을, 이은미 토스뱅크 대표는 ‘컴퓨팅 등 IT 기술적 역량’이 AI 시대 금융권 인재에게 요구되는 사항이라고 선택했다.

마지막 질문인 'AI가 앞으로 금융권에 끼칠 파급력과 영향력'에 대한 답변은 흥미롭게도 반반씩 양극단으로 갈렸다.

빈대인 BNK금융 회장과 윤호영 카카오뱅크는 가장 긍정적인 미래를 그리고 있었다. 두 사람은 ‘인간-기계 협업 시너지 기대. 인간의 AI 활용성 진화 예상’ 항목을 선택하며 금융권과 AI의 동행을 장밋빛으로 전망했다.

반면 최우형 케이뱅크 행장과 이은미 토스뱅크 대표는 위의 답변과 가장 대조적인 항목인 ‘예단하기 어려움. 긍정적, 부정적 미래 모두 가능’을 선택했다. 앞서 설문 답변을 통해 피력했듯이 아직 AI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득한 만큼 좋지 않은 결과도 염두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홍지인 한국금융신문 기자 helen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