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서는 정 후보가 1968년생으로 내년 임기를 시작하는 시중은행장 중에서는 가장 어리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에 대한 부담은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정진완 부행장이 '최연소 부행장' 이력을 보유한 인물이자, 부행장 승진 1년 만에 차기 은행장으로 내정됐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경력 2년 이상의 부행장에 행장 후보 자격을 주는 우리은행의 CEO 육성 방침이 깨진 것이다.
이는 우리금융이 정 후보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고, 해결할 과제가 많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금융사고 얼룩 지울 고강도 쇄신 필요
정 후보는 지난달 행장 후보 발표 직후 “최근 일련의 금융사고로 실추된 은행 신뢰회복을 위해 내부통제의 전면적 혁신과 기업문화의 재정비에 우선적 목표를 두겠다”라고 선언했다.최근 불거진 손태승닫기손태승기사 모아보기 전 우리금융회장 부당대출 사건으로 대표되는 우리금융과 은행의 내부통제 부족 문제를 의식한 발언이었다.
정 후보는 지난 12일 내정된 지 보름이 채 안 돼 발표한 조직 개편을 통해 당국과 고객의 우려에 대한 답을 내놨다.
먼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내부통제 관련 부서인 자금세탁방지센터와 여신감리부를 본부급으로 격상, 감독·감시 기능을 강화했다.
양 본부를 준법감시인 아래에 두고 일부 중복되는 내부통제기능은 제거해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준법감시실에 ‘책무지원팀’도 신설했다.
지주와 은행 통합조직으로 운영하던 리스크관리그룹은 각 조직 특성에 맞게 분리 운영하기로 했으며, ▲준법감시 ▲금융소비자보호 ▲정보보호 ▲자금세탁방지 담당 임원들로 구성된 협의체도 새로 만든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노력이 실제 시스템에 대한 개편과 인력 보강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담조직에 대한 개편도 필요하지만, 문제가 드러난 기존 시스템을 완전히 개선하고 본부 격상에 걸맞는 인재 확충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수익성 극대회·둔화된 수익다각화 개선 '과제'
정 후보가 발표한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의 키워드는 '젊음'과 '슬림화'다. 부행장 정원을 23명에서 18명으로 줄였고, 기존 부행장 중 11명을 교체했으며 승진한 부행장 중에는 71년생도 포함됐다.
부문장 2명이 국내영업부문과 기업투자금융부문 산하 사업그룹들을 나누어 담당하는 기존 방식을 폐지해 각 사업그룹장들이 더욱 독립적이고 활발하게 경영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인근 영업점 5~6개를 묶어 공동영업·합산평가하던 ‘영업점 VG(Value Group)제도’도 내년부터 폐지한다. 업무 중심에서 고객 중심으로 바꾸고, 유사한 업무를 부서는 통폐합했다.
각 부서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대신, 성과에 대한 긴장과 책임을 높인 것이다.
이 같은 과감한 쇄신의 배경에는 낮은 당기순이익과 비이자이익의 성장 정체가 있다.
우리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조 5244억원으로 4대 은행 중 가장 낮다. 성장율은 10.2%로 신한의 뒤를 이었지만, 규모만 보면 역성장한 국민은행에도 밀렸다.
은행의 순수한 영업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충당금적립전영업이익도 꼴찌였다. 증가율이 10.6%도 가장 높은 것은 긍정적이지만, 그럼에도 규모가 감소한 하나은행에 밀린 것은 아직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의미다.
비이자이익의 경우 꾸준히 증가하며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올해 1분기 큰 폭의 증가를 기록한 후에는 성장이 더딘 상태다. 특히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중 비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0.8%P 증가하는 데에 그쳤다.
이번 조직 개편으로 IB그룹을 독립시켜 우리투자증권, 우리자산운용 등 자본시장 계열사와의 연계성을 높였고, 혁신경영TFT를 도입하며 디지털 플랫폼 부문의 편제도 강화했지만 타 은행 역시 해당 부문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어 더욱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동양생명 인수 지원·계파갈등 해소 필요성도
은행의 독립성을 강화해 내부통제와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전략이지만, 우리금융지주의 경영 방향과 발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동양·ABL생명 인수를 위해 3분기 기준 11.96%인 CET1 비율을 금감원이 권장하는 13%까지 올려야 한다는 임무가 있다. 대출자산은 줄이면서 수익다각화로 비이자이익을 늘려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다.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간 계파 갈등도 떼어야만 하는 꼬리표가 됐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이를 해결하겠다고 전격 나섰지만, 결국 이번에도 차례가 돌아온 한일은행 출신의 정 후보가 선임됐기 때문이다.
차기 행장 적임자인 정 후보가 마침 한일은행 출신이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기계적 균형 맞추기'라는 비판이 따라붙는 상황이다. 출신에 관계 없이 성과를 낼 인물을 기용하겠다는 정 후보의 방침이 효과를 볼 지, 조직 통합을 위한 또 다른 묘수를 고안할지 이목이 쏠린다.
김성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voice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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