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CEO 6명 중 주요 자회사를 담당하는 4명이 모두 강 회장과 같은 '경상도' 출신이기 때문이다.
농협금융 임추위는 이번 인사의 배경에 대해 "각 회사별 특성과 사업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고객중심과 고객신뢰 기반의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지속성장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적임자를 추천했다"고 밝혔다.
경남 출신 강태영 농협은행장 후보, '기획·디지털' 두루 경험
농협은행장 후보로 추천된 1966년생 강태영 NH농협캐피탈 부사장은 경남 진주 출신으로, 강호동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졌다.
숏리스트에 포함된 강신노 NH농협은행 리스크관리부문 부행장과 최영식 NH농협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도 이른바 '경남 프리미엄'을 지닌 쟁쟁한 인물들이었지만, 기획과 디지털을 모두 경험한 이력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강태영 내정자는 농협은행 종합기획부 전략기획단장과 디지털전략부장을 역임했고, 지주 디지털금융부문 부사장을 지내며 농협은행 뱅킹 앱 'NH올원뱅크'를 슈퍼플랫폼으로 전환해 그룹 내 시너지를 강화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농협금융 임추위 측은 "농협은행이 '디지털 혁신 주도'와 '고객 맞춤형 서비스 제공' 등을 내년 주요 경영전략으로 잡고 있어, 관련 이해도가 높은 강 내정자가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에 더해 임추위는 강 후보를 인사부와 일선 영업 경험을 바탕으로 당면 과제인 '인적 쇄신'과 '내부통제 고도화'를 이뤄낼 수 있는 인물로 꼽았다.
올해 농협은행에서는 100억원대 횡령 사고를 비롯한 금융사고가 이어지면서 내부통제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박병희 농협생명 대표 내정자, 경북 출신 '영업통'
박병희 농협생명 대표이사 후보는 강태영 행장 내정자와 같은 1966년생으로, 역시 경상도 인사다.경북 청도 출신 박 내정자는 1994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상호금융소비자보호부장·리스크관리부장 등을 역임했고, 농협은행 대구지역본부장을 거쳐 현재 농협생명 농축협사업부문 부사장으로 재임 중이다.
박 내정자는 '영업통'으로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임추위 측은 "지역기반의 탄탄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농협생명의 신계약CSM(보험계약마진)을 전년 대비 50% 이상 성장시키는 등 주력인 농축협 채널에서 뛰어난 실적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감사와 리스크관리 경험까지 갖춰 내실 기반의 안정적인 영업을 통한 실적 개선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임추위 관계자는 "내년의 경우 투자수익률 하락과 보험부채 증가 등에 농협생명의 손익 악화가 우려되는데, 박 내정자는 본원적 사업경쟁력 강화를 통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현직 부사장인 박 내정자가 대표가 되는 것은 농협생명 직원들의 사지진작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농협생명은 출범 이후 약 12년 동안 한 번도 현직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된 사례가 없었다.
'경력 20년 보험통' 송춘수 신임 농협손보 대표
농협손해보험 신임 대표로 추천된 송춘수 전(前) 농협손해보험 부사장은 1965년생이며, 경남 합천 출신이다.1990년 농협중앙회 입사 이후 20년 이상을 보험 분야에서만 근무한 보험전문가다. 특히 2012년부터 10년 넘게 농협손해보험에 몸담으면서 상품고객본부, 농업보험본부, 마케팅전략본부, 법인영업부 등 요직을 모두 거쳐 회사의 살림과 내부사정을 잘 알고 있다는 점도 이번 인사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임추위 측은 "내년에는 경영환경 악화와 감독당국의 규제강화로 수익성 저하가 우려된다"며 "실무형 CEO인 송 내정자가 전문성을 바탕으로 수익성과 내실을 지켜내며 위기를 이겨낼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농협손해보험은 최근 2년 연속 당기순이익 1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실적 개선을 이루고 있어, 송 내정자의 위기관리를 통한 성과 창출이 더욱 중요한 상황이다.
'800조 여⋅수신 관리 경험' 장종환 농협캐피탈 대표 후보
NH농협캐피탈 대표이사 후보는 1966년생 장종환 농협중앙회 상호금융사업지원본부장이다. 장 내정자는 충북 제천 출신으로 1991년에 농협중앙회에 입사했고, 2009년 중앙회 문화홍보부 기획홍보팀장 부임부터 2023년 농협은행 금융소비자보호부문장 임명 전까지 10년 이상 마케팅·홍보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임추위는 장 내정자의 추천 배경에 대해 "최근 여전업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장 내정자가 보유한 고객 중심의 사고와 약 800조원 규모의 여⋅수신 관리 경험이 지속성장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장 내정자의 은행 금융소비자보호 부행장 경험도 불완전판매 예방과 소비자 권익증진을 통한 농협캐피탈의 체질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김현진 벤처투자 대표, 내부 인정으로 '연임'
이번 인사에서 유일하게 연임에 성공한 인물은 김현진 NH벤처투자 대표다. 경북 의성 출신인 1970년생 김현진 대표는 연세대학교에서 세라믹공학을 전공하고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무기재료공학 석사를 마친 기술형 CEO다.
20년 이상 ICT·반도체·소재부품·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의 투자경험이 풍부한 VC전문가로, 국내외 주요이 기관과 금융권의 네트워크가 탄탄한 인물로 평가 받는다.
특히 올해 1000억 규모로 결성한 글로벌오픈이노베이션 펀드는 산자부와 농협계열사를 주요 LP로 구성했는데, 이를 통해 농협 내부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았다.
임추위 측은 "VC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맨파워(Man Power)"라며 "유망 기업 발굴과 투자 유치를 위해서는 대표의 네트워크와 심사역량이 필수적인데, 김 대표는 이를 두루 갖춘 인물"이라고 전했다.
'체질 개선에 적임' 김정섭 NH저축銀 대표 후보
신임 NH저축은행 대표로는 김장섭 전(前) 농협생명 부사장이 추천됐다. 1965년생 김 내정자는 1991년 농협중앙회 입사해 금융지주 경영지원부장, 중앙회 상호금융자산운용본부장, 농협생명 자산운용부문 부사장 등 다양한 법인과 부서를 두루 거친 '멀티플레이어'다.
NH저축은행의 경우 올해 부실채권 정리를 통한 자산건전성 제고로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연체율 급증과 PF대출의 부실 등으로 수 년 간 어려움을 겪었다. 경영 체질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인 것이다.
농협금융 임추위는 "김 내정자는 전략기획, 경영지원 등 다양한 경력과 일선 현장에서의 풍부한 영업경험을 보유한 전문가로, 회사의 실적 개선과 수익다각화를 이끌어 갈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김 내정자가 투자⋅운용 경험을 활용해 저축은행이 운용 중인 약 500억원 정도의 유가증권을 통한 비이자이익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경상도 출신' 한계 명확···금감원 권고도 '무색'
농협금융 임추위의 선임 배경 설명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경상도 출신인 강호동 회장이 자신의 '고향 후배'들을 챙겨줬다는 비판이 나온다.
신규 선임된 강태영 농협은행장 후보, 박병희 농협생명 대표 후보, 송춘수 농협생면 대표 후보와 연임이 결정된 김현진 NH벤처투자 대표는 모두 경상도 출신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신임 인사의 행장·대표로서의 역량은 임기 동안의 성과로 판단 해야 하겠지만, 강호동 회장이 자신이 선임한 임추위원을 통해 임추위에 입김을 넣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재 농협금융 임추위 구성원은 위원장인 이윤석 사외이사와 김익수 사내이사, 길재욱·이종백 사외이사, 박흥식 비상임이사 등 5인이다. 이 중 박흥식 비상임이사는 강호동 회장이 임명한 인물로, 강 회장의 의중을 전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지연(地緣) 중심 인사는 금융감독원의 권고와도 상반된다.
지난 3월 NH투자증권 대표 선임을 두고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중앙회 사이에 갈등이 생기면서, 금융감독원은 중앙회의 금융지주 인사개입 문제를 개선할 방안을 요구했다. 개선 방안 마련은 농협금융지주의 몫이지만, 사실상 농협중앙회에 과도한 경영 개입을 지양하라는 것이 금감원의 메시지였다.
업계에서는 탄핵으로 정부의 영향력이 약해지면서, 금감원의 권고보다는 강호동 회장의 의사가 후보 추천에 더욱 강하게 반영됐을 가능성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당초 12월 중순으로 예정됐던 인사 발표가 기존보다 늦어진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김성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voice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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