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이 보유한 현대차그룹 지분은 ▲현대모비스 7.24% ▲현대차 5.39% ▲현대제철 11.81% ▲현대엔지니어링 4.68% 등이다. 경영 전면에서 물러난 2016년 이후 공정거래위원회 규제 대응을 위해 현대글로비스·현대오토에버 지분을 처분했다.
최근 경영권과 재산 등 승계 과정에서 가족간 갈등으로 골머리를 앓는 기업들이 늘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은 이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평가다. 정 명예회장이 자녀들이 각각 이어갈 사업에 대한 교통정리를 해놨기 때문이다.
정 명예회장은 슬하에 1남 3녀를 뒀다. 그룹 회장 자리는 2020년 막내 정의선 회장이 물려받았다. 정 회장은 2005년 기아 사장 시절부터 자동차 산업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했고, 최근까지 완성차 계열사 최대 실적을 이끌 정도로 경영능력을 대내외에 인정받고 있다. 정 명예회장이 보유한 핵심 계열사 지분 대부분도 정 회장이 물려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성이 고문은 현대차그룹 광고사 이노션을 19년째 이끌고 있다. 정 고문은 이화여대 행정학과 졸업 직후 결혼해 20여년간 전업주부 생활을 했다.
2003년 아버지 정 명예회장 부름을 받고 해비치호텔앤리조트 이사로 40대 나이에 뒤늦게 경영에 참여했다. 2005년 설립한 이노션 준비 과정에도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이노션 사내이사로서 주요 의사결정을 주도하며 내실경영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정 고문은 이노션 지분 17.6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2015년 이노션이 상장하기 이전에는 지분율이 40%에 달했다. 이노션은 현대차·기아 의존도가 높다. 정 고문은 공정위 사익편취 규제에 벗어나기 위해 롯데그룹과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지분율을 낮췄다. 정의선 회장도 한때 40%에 이르던 이노션 지분율을 2%까지 낮춰 맏누나를 밀어줬다.
정 고문 아들 선동욱 씨와 사위 길성진 씨는 각각 이노션과 이노션 계열사에 근무하며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둘째 정명이 사장은 2007년부터 현대커머셜 고문으로 있다가 2017년부터 현대커머셜 커머셜부문장 등 주요 직책을 맡으며 경영 전면에 나섰다. 정 사장 남편은 현대커머셜·현대카드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정태영닫기정태영기사 모아보기 부회장이다.
투자업계에서는 정명이·정태영 부부 계열 분리 가능성도 열어 두고 있다. 부부가 보유한 현대커머셜 지분은 37.5%(정명이 25%, 정태영 12.5%)다. 현대차(37.5%)와 동일하다. 지난 2008년과 2010년 기아·현대위아·현대모비스 등 관계사가 매각한 주식을 인수해 지분율을 끌어올렸다.
정태영 부회장이 성장시킨 현대카드에 대한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애플페이를 국내 최초 도입한 것을 비롯해 AI(인공지능)·데이터 비전을 제시하는 등 공격적 경영을 펼치고 있다. 현대커머셜은 2021년부터 현대카드 주식을 꾸준히 매입해 지분율을 34.62%까지 늘렸다. 최대 주주인 현대차(36.96%)와 기아(6.48%)는 재무담당자들이 이사회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경영진을 견제·감독하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금융 사업에 대한 의지가 없지는 않다. 지난 2021년 자동차금융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현대캐피탈을 직접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정태영 부회장과 정명이 사장이 현대캐피탈 요직에서 물러나며 교통 정리가 이뤄졌다.
정윤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사장은 지난해 말 회사 개인 최대주주에 올랐다. 어머니 이정화 여사가 참여한 호텔 사업을 물려받은 형태다.
정윤이 사장은 지난해 11월 정몽구·성이·명이 등 가족이 매도한 해비치호텔 주식을 사들이며 지분율을 3.87%에서 16.26%로 끌어올렸다. 2009년 이정화 여사가 별세하며 아버지·언니들과 나눠 갖고 있던 지분을 전량 인수했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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