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유뱅크(U뱅크) 컨소시엄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확대 등 포용 금융 강화 전략의 일환이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소상공인 금융 노하우를 인터넷전문은행에 접목해 경영상 어려움이 있는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안
유뱅크 컨소시엄은 상생 협업을 추구한다는 컨소시엄 구성의 방향성을 갖고 ICT, 금융, 스타트업, 전통 기업을 조화롭게 구성하고 있다. 모든 참여 기업이 재무적 투자와 더불어 은행 설립에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협업 공동체라는 차별점을 갖고 있다. 특히 외국인·고령층까지 타깃을 넓히고 자체 개발 신용평가 모형을 장점으로 앞세우고 있다.
현재 제4인터넷은행 설립 의사를 밝힌 컨소시엄은 유뱅크를 비롯해 더존뱅크, KCD(한국신용데이터)뱅크, 소소뱅크, 에이엠지(AMZ)뱅크 등 5곳이다. 시중은행들도 각 컨소시엄에 참여를 검토하면서 인가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은행도 KCD뱅크에 투자 의향서를 제출했다. KCD뱅크는 소상공인 특화금융을 내걸고 있다. KCD뱅크 설립을 추진 중인 KCD는 소상공인 대상 금융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사업자인 점을 내세우고 있다. KCD는 전국 140만 소상공인 사업자에 경영관리 서비스 ‘캐시노트’로 소상공인 대상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KCD뱅크는 입체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상공인과 개인기업이 정당한 평가를 받고 적시에 자금을 조달받을 수 있는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NH농협은행도 제4인터넷은행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인터넷은행 투자로 상대적으로 취약한 기업금융 부문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최근 복수의 컨소시엄으로부터 참여 제안을 받은 상태다. 시장에서는 농협은행이 지분투자 방식으로 소소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소소뱅크는 전국의 각 업종별 소상공인·소기업 단체 등 35곳이 모여 조직됐다. 지난 4월엔 11개의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합류했다. 전국소상공인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소상공인에게 최적화된 금융상품 개발을 앞세우고 있다.
금융위는 기존 인터넷은행 3사에 대한 성과 평가를 바탕으로 이르면 오는 3분기 중 제4인터넷은행 선정을 위한 인가 기준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지난 2015년 마련한 인터넷은행 인가 가이드라인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기존 인가 요건인 자본금 요건, 자금조달 방안, 주주구성 계획, 사업계획 외에도 중금리대출 계획과 신용평가모델(CSS) 등을 인가 요건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은 제4인터넷은행을 기존 인터넷은행과 달리 소상공인 특화 은행으로 만들 방침이다. 컨소시엄 5곳은 당국의 인가 지침이 발표된 후 하반기 예비인가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제4인터넷은행에 도전하는 각 컨소시엄의 컨셉이 대동소이한만큼 금융권에서는 경쟁의 성패를 가를 핵심 요인으로 ‘자본력’을 꼽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에 따라 인터넷은행은 최소 250억원의 자본금을 마련해야 한다. 대주주의 안정적인 자금조달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기존 인터넷은행의 전례와 금융당국이 중금리대출 여력을 검토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보다 많은 자본금이 필요하다는 게 분석이 나온다. 2015년 11월 예비인가 승인을 받은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각각 2500억원, 3000억원의 자본금을 확보하고 2017년 출범했다. 토스뱅크도 2500억원의 자본금으로 2021년 영업을 개시했다.
앞서 케이뱅크가 자본 부족으로 대출 영업을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인터넷은행의 자본안정성이 더 부각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2021년 토스뱅크에 은행업 인가를 내주면서 ‘증자계획의 성실한 이행’을 부대조건으로 부과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최소 5000억원의 자본금을 조달해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제4인터넷은행에 도전하는 컨소시엄들이 중소기업·소상공인 특화 포용금융을 내세우고 있는데 혁신성, 차별성을 얼마나 잘 어필할지가 중요할 것”이라며 “특히 대출 여력을 결정 짓는 자본력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존 인터넷은행 3사는 출범 당시 시중은행의 투자를 받아 자금조달 적정성을 충족한 바 있다. 현재 우리은행은 케이뱅크 지분 12.6%, KB국민은행은 카카오뱅크 4.88%, 하나은행은 토스뱅크 지분 8.97%를 보유하고 있다.
대형 은행들이 인터넷은행에 투자하는 건 신사업 발굴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특히 투자 성과 등을 통한 수익성 제고, 기업대출 강화 등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인터넷은행은 비대면 거래 확산의 영향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시장성을 입증하고 있다. 인터넷은행 3사는 대환대출 인프라 흥행 등에 힘입어 올 1분기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을 썼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순이익은 각각 1112억원, 5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1%, 388% 증가했다. 같은 기간 토스뱅크는 14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흑자 전환했다.
무점포·비대면 영업으로 생산성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토스뱅크의 올해 1분기 직원 1인당 생산성(충당금적립전이익을 직원 수로 나눈 값)은 2억4900만원으로 1년 전보다 107.5% 급증했다. 5대 시중은행 직원 1인당 충전이익인 6640만원의 3.75배에 달하는 수치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의 직원 1인당 생산성은 1억8000만원으로 20% 가까이 늘었다. 카카오뱅크는 0.7% 증가한 1억3700만원이었다.
투자 수익도 쏠쏠하다. 국민은행은 2016년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해 2293억원을 투자하고 지분 8.02%를 취득했다. 이후 2022년 8월 블록딩을 통해 지분 3.14%를 매각하며 4251억원을 회수했다. 카카오뱅크는 2022년 553억원, 2023년 715억원의 현금배당을 하기도 했다.
케이뱅크의 경우 올해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어 우리은행의 지분가치가 급등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케이뱅크의 상장으로 지분 13%를 가지고 있는 우리은행의 차익 실현 기대감 또한 존재한다”며 “케이뱅크의 기업가치를 4조원으로 가정 시 우리은행 지분가치는 약 472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아란 한국금융신문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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