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인저축은행이 새로운 리더십과 함께 올해 매각 문제를 해결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지난해 12월 임원추천위원회를 열고 이재옥 신임 대표를 최고경영자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 같은 달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이재옥 전 상상인저축은행 감사를 신임 수장으로 선임했다.
이인섭 전 대표는 2019년 12월 상상인저축은행 대표이사로 선임돼 4년간 상상인저축은행의 성장을 이끌었다. 2019년 말 기준 1조7672억원이었던 자산이 지난해 말 2조8166억원까지 증가해 62.74%가량 늘었다.
이러한 인사이동은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성장을 위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같은 상상인그룹 계열의 저축은행이지만 자산 규모가 지난해 말 기준 1조4357억원으로 상상인저축은행(2조8166억원)에 비해 작다. 업권도 상상인저축은행은 인천, 경기인 것에 비해 상상인플러스는 충청남도로 비수도권에 자리 잡고 있다.
임원추천위원회는 이 대표를 추천하며 “금융업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갖추고 저축은행 내 위상을 강화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후보라고 평가한다”며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며 공익성 및 건전 경영에 노력할 수 있는 후보로 판단해 추천했다”고 밝혔다.
이재옥 신임 대표가 맡게 될 과제는 성공적인 매각을 위한 기업가치 제고가 꼽힌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지난해 8월 금융위원회로부터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받았다. 이후 충족 명령을 이행하지 못해 금융위는 같은 해 10월 매각 명령을 내렸다.
이에 상상인은 지난해 11월부터 주식처분명령에 대해 취소청구 소송에 나서 매각 협상 시간을 벌었다. 현재는 금융위의 두 명령에 대한 효력정지신청이 받아들여져 취소청구 소송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효력이 정지된 상태다. 주식처분명령 취소청구 소송과 별개로 상상인그룹 측은 “두 저축은행의 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으며 좋은 인수자가 나타나면 매각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우리금융지주가 상상인저축은행을 인수하고자 나섰다가 포기한 바 있다. 사유는 인수 가격에 대한 이견이 커 결렬됐다고 알려졌다.
저축은행은 일반적으로 PBR(주가순자산비율)을 활용해 기업가치를 책정한다. 과거 유진저축은행과 대한저축은행 등이 PBR 0.9~1.4배 등이 적용돼 매각된 바 있다. 이러한 사례를 고려했을 때 상상인저축은행의 기업가치는 2023년 말 자본총계 기준 최소 2337억원에서 최고 3635억원으로 계산된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은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가격으로 2000억원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예상 기업가치가 최소 2438억원에서 3793억원인 것을 감안했을 때 다소 낮은 가격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단순 PBR뿐만 아닌 업계 내 지위, 수익성, 건전성 등을 고려해 가치를 판단한다. 우리금융그룹 또한 부동산PF 건전성 우려를 고려해 업계 예상금액보다 낮은 2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에 따라 이재옥 신임 대표이사는 매각 가치를 올리기 위한 수익성 및 건전성 개선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750억원의 대규모 순손실을 입으며 적자로 전환했다. 2022년 499억원의 순이익에 비해 250% 급락한 수치다.
이러한 순손실은 타 저축은행 대비 높은 부동산PF 대출 비중으로 인한 대손충당금 적립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상상인저축은행의 부동산PF 대출 규모는 3350억원으로 총자산의 11.89%에 달한다. 그중 연체액은 424억원으로 12.66%의 높은 연체율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대손충당금을 1789억원가량 적립하며 실적 악화를 기록했다.
실적 저하에 따라 건전성 지표 또한 악화됐다.
지난해 상상인저축은행의 BIS자기자본비율은 11.20%로 전년(11.26%) 대비 0.06%p가량 다소 감소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22년 4.47%에서 10.58%p의 큰 폭으로 늘어나 15.05%를 돌파했다.
당분간은 부동산금융 손실부담이 지속돼 수익성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김한울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저축은행 업권이 추가로 적립해야 할 충당금은 약 1조에서 최대 3조3000억원 규모로 예상된다”며 “부동산 시장 부진이 장기화되는 경우 예상손실 규모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이에 따라 추가 적립 충당금 규모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다민 한국금융신문 기자 dm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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