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공들여 만든 전략 산업인 전기차 배터리에서 중국 위협이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 물량 공세에 밀린 기초석유화학과 디스플레이 등 주요 국가산업과는 사뭇 다른 형태로 경쟁이 전개되고 있어 차원이 다른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BYD는 중국 전기차 1위 기업이기도 하다. 2020년대부터 국내 전기버스 시장 영향력을 키우더니, 최근에는 국내 전기 승용차 시장에도 직접 진출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더욱 위기감을 느껴야 할 곳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이다.
이는 중국 기업이 세계 3대 전기차 시장(유럽·중국·미국) 가운데 하나인 미국에서 사업이 자유롭지 않다는 점에서 더욱 위협적인 수치다.
그간 중국 기업이 자국 쇄국정책과 풍부한 원재료를 바탕으로 성장했다면, 이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직접적 경쟁자로 올라섰다고 볼 수 있다.
중국 배터리는 자국 정부 보호 아래 기술 경쟁력을 키웠다. 국내 업계에서 한물간 기술로 취급받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전기차용으로 만들어내 보급형 전기차 시장에 파란을 일으켰다. 공정 과정을 단순화해 비용과 성능을 동시에 잡은 CTP(셀투팩) 기술도 가장 먼저 선보였다. 전기차 단점인 긴 충전시간을 해결할 수 있는 혁신 사업으로 평가받는 ‘배터리 교환’도 중국 전기차가 먼저 시작했다.
지난달 우리 정부가 발표한 전기차 구매 보조금 정책은 중국 배터리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국내 배터리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보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한가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 기업들은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가격으로 승부할 수 없다면 기술력으로 압도하는 게 우리 기업 성장 전략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국내 배터리 3사 R&D(연구개발) 투자는 상대적으로 더뎠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매출대비 R&D비용이 재작년 3%대에서 각각 2.9%, 2.2% 수준으로 줄었다. 삼성SDI도 5.4%에서 5.0%로 하락했다. 아무래도 대규모 생산설비 구축을 위한 투자금은 계속 필요한데, 지난ㄴ해 하반기부터 급감한 수익성과 고금리로 인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국내 3사 총매출과 맞먹는 덩치를 가진 CATL은 R&D 투자비 5%를 유지하며 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 지원도 절실하다. 무엇보다 정부 R&D 예산 정상화가 시급하다. 국내 온라인 유통 시장을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이 장악하고 나서야 화들짝 놀라 우왕좌왕 대책 마련에 나서는 정부 모습을 또 보고 싶지는 않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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