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최근 탈탄소 기조와 2026년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 등으로 철강업계 탄소 절감 압박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는데 있다.
바로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이다.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기존 용광로 방식 대신 수소 화학반응과 전기로를 통해 쇳물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수소환원제철은 철강업계 탈탄소를 위한 ‘꿈의 기술’로 평가를 받는다”며 “석탄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용광로 대신에 수소 화학반응을 통해 철광석 불순물을 제거하고 전기로를 통해 쇳물을 생산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정부가 대규모 지원을 검토하기로 하면서 포스코 하이렉스 개발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2024년 전략기획투자협의회 1차 회의를 열고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실증 기술 개발 사업’을 비롯한 10건을 신규 예비타당성 조사 신청 대상으로 확정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강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수소환원제철 성공이 중요하다”며 ”산업부에서 관심을 가지고 수소환원제철 실증 관련 예타를 추진하게 된 것은 큰 의미가 있으며, 정부와 함께 민관이 협력해 추진한다면 탄소중립 실현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철강업계 옥죄는 ‘탈탄소’ 압박
한국에너지공단 국가온실가스 배출량 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국내 탄소배출량 합계는 3억4767만6000tCO2에 이른다. 이 가운데 1차 철강제조업에서 배출된 탄소배출량이 1억2348만3000톤으로, 전체의 35.5%를 차지해 전체 업종 가운데 가장 많았다.
여기에 EU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오는 2026년 본격 시행하기로 하면서 철강업계는 탈탄소 비상이 걸렸다. CBAM은 EU 역내로 수입되는 역외 제품에 대해 탄소 가격을 동등하게 부과·징수하는 제도다.
상대적으로 탄소 규제가 강하고 관련 비용지출이 많은 EU 역내 기업들이 역외 국가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것을 우려해 만들어진 일종의 무역장벽이다.
CBAM 적용대상 품목은 철강, 시멘트, 전력, 비료, 알루미늄, 수소 등 6개 품목이다. 이들 업
계에서는 관세와 탄소세가 동시에 부과되는 ‘이중과세’ 우려도 나오고 있다.
포스코, 독자 기술개발 박차
포스코가 개발하고 있는 독자 수소환원제철 기술 정식명칭은 ‘하이렉스(HyREX)’다. 포스코가 지난 2007년 개발한 파이넥스(FINEX)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파이넥스는 가열이 필요한 용광로 방식에서 벗어나, ‘유동 환원로 방식’을 기반으로 하는 기술이다. 유동 환원로 내에 고온 환원가스를 분사해 가루 상태 철광석을 공중으로 띄운 뒤 서로 뒤섞이게 만들어 철을 얻는 원리다.
포스코에 따르면 파이넥스 이용시 용광로 대비 황산화물과 질산화물 같은 유해물질은 97~99%, 비산먼지는 72%나 줄일 수 있다. 현재 연산 150만톤, 200만톤 규모 파이넥스 2기가 포항제철소에서 상용 가동 중이다.
파이넥스 환원가스에는 일산화탄소가 포함된다는 단점이 있는데 하이넥스는 환원가스를 100% 수소로 대체하는 방식이다.
환원로에서 철광석을 고온으로 가열한 수소와 접촉해 만든 '직접환원철(Direct Reduced Iron)'을 전기로에서 녹이면 쇳물이 완성된다. 이론 상 탄소 배출량은 ‘제로’다.
유럽 샤프트환원로 보다 우월
포스코가 하이렉스 개발에 열중인 가운데 유럽 등 해외 철강사들은 ‘샤프트환원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샤프트환원로는 수소를 환원가스로 사용하는 것은 하이렉스와 동일하지만 원료, 환원가스 접촉방식, 탄소배출량 등에서 차이가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하이렉스가 샤프트환원로보다 경제성 및 공정 효율성, 탈탄소 능력에서 앞선다”고 설명했다.
샤프트환원로는 철광석을 파쇄·선별한 후, 일정한 크기의 구형으로 가공한 ‘펠릿(Pellet)’을 원료로 사용한다.
하이렉스는 이런 가공 공정 없이 철광석을 그대로 투입하기 때문에 훨씬 경제적이다.
여기에 샤프트환원로는 펠릿 사이 빈 공간으로 환원가스를 통과시켜 환원반응을 일으키는데 이러한 공정을 위해 각 펠릿이 일정한 강도와 크기를 갖춰야 하는 등 기술적으로 번거로움이 있다.
하이렉스는 궁극적 목표인 탈탄소 능력에서도 샤프트환원로를 앞선다. 포스코에 따르면 샤프트환원로 원료인 펠릿을 1톤 생산하면 50~150kg 정도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다만, 샤프트환원로는 이미 기술 개발 및 상용화를 마쳤다는 장점이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샤프트환원로가 상용화에서 앞섰지만 경제성 및 탄소 배출 효과 등에서 하이렉스가 앞선다”며 “일단 개발이 끝나면 기술 수출시장에서도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30년 하이렉스 개발완료
포스코는 하이렉스 시험설비를 오는 2026년까지 구축하고 상용화 검증까지 마친다는 계획이다. 일반적으로 기술개발은 컨셉트 검증(Lab), 연속공정 검증(Pilot), 상용화 검증(Demo) 단계를 거친다.포스코는 2007년부터 파이넥스를 운용한 경험을 살려 연속공정 검증을 건너뛰고 오는 2025년부터 상용화 검증 단계를 진행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오는 2030년까지 하이렉스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첫 상업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후 2050년까지 포항·광양 제철소 기존 고로 설비를 단계적으로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해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시우 포스코 대표는 최근 수소환원제철 개발센터 개소식에 참석해 “탄소 대신 수소를 활용하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로 포스코가 ‘신 철기시대’ 선두주자가 될 것”이라며 “파이넥스 유동로 상용화와 전기 용융로 기술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하이렉스 기술을 성공적으로 구현해 탄소중립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홍윤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ahyk815@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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