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서울 명동역 부근 ‘라이프워크 도깨비마트’를 찾았다. 이곳은 의류점과 카페, 식료품점으로 구성된 복합 매장이다. 방문자의 70% 이상이 외국인 관광객이라고 한다. 명동은 코로나 팬데믹 당시 관광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거리 일대가 초토화됐다. 한때 공실률이 가장 높았던 곳이었지만, 엔데믹 이후 관광업이 재개되면서 옛 명성을 되찾았다. 특히 지난해 4분기 기준 명동의 공실률은 9.4%를 기록했다. 이는 서울 6대 상권(명동·강남·홍대·가로수길·이태원·청담) 중 가장 낮다.
이날 명동 일대는 설 대목을 앞두고 외국인은 물론 한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그중 들어선 ‘라이프워크 도깨비마트’는 한눈에 봐도 일반 마트와는 달랐다. 이곳 진열대는 채소나 과일 등 신선식품보다 캐리어에 담기 좋은 라면, 스낵, 즉석조리식품(밀키트) 등 위주로 구성된 것이다. 일부 뷰티 및 생활용품도 판매됐으나, 편의점과는 결이 달랐다. 통상 매대는 카테고리별 여러 브랜드의 제품들이 한꺼번에 진열되지만, 이곳은 매대 당 단일 브랜드로 채워졌다. 예컨대 CJ 진열대는 '비비고' 제품들로만, 대상 진열대는 '청정원' 제품들로만 채워지는 식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브랜드별 제품을 쉽게 찾도록 고안한 것이다. 그중 유독 눈에 띄는 것은 단연 농심이었다.
우선 매장 입구부터 초대형 신라면 조형물들이 천장에 매달려 시선을 모았다. 또한, 박물관이나 도서관에 온 것처럼 각종 라면들이 진열장을 빼곡하게 가득 찼다. 이 매장은 지하 1층에 있는데, 지상 1층과 연결된 계단에도 천장 높이까지 진열장이 있어 마치 스타필드 별마당 도서관을 방불케 했다. 지하 1층 매장에는 농심의 브랜드존이 약 20㎡ 규모로 조성됐다. 한강에서 라면을 즉시 끓여 먹을 수 있는 것처럼 조리기도 놓여 있었다. 여기에 전자레인지도 설치돼 만두나 치킨과 같은 냉동식품도 바로 먹을 수 있었다. 농심은 또 각종 컵라면 조형물도 설치해 포토존을 꾸몄다. 외에도 이 매장에는 국내 식품기업들의 주력 브랜드도 한눈에 담아볼 수 있다. CJ제일제당 비비고, 오뚜기 3분 카레·라면, 삼양식품 불닭볶음면, 오리온 초코파이, 대상 청정원, 동서식품 카누, 롯데웰푸드 자일리톨 등 각 사 브랜드의 대표 제품들이 한 매대에 통째로 꾸려져 있었다.
농심이 이곳에 브랜드존을 세운 이유도 여기서 기인한다. 외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자사 제품들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해 K라면 전선을 해외로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K라면 인기는 예사롭지 않다.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등 국내 ‘라면 BIG3’는 지난 한 해 풍년을 맞았다. 대내외 경기가 불안정해질수록 라면이 생활 필수품이 됐고, 실적으로 반영된 것이다. 이들 3사의 지난해 매출을 단순 합산하더라도 8조가 넘는다. 농심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9% 증가한 3조4105억원을 기록했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으로만 해외에서 6000억원 넘게 판매해 매출 1조를 처음 돌파했다. 오뚜기 역시 매출 3조5000억원을 달성해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농심의 호실적 배경에는 단연 신라면에 있다. 농심은 지난해 신라면으로만 1조2100억원을 거두었다. 농심은 2년 연속 신라면으로만 매출 1조를 달성하는 등 진기록을 세웠다. 농심 전체 매출에서 신라면이 차지하는 비중도 3분의 1 이상이다. 그러나 세계 라면 시장은 500억 달러(약 66조원) 규모다. 2022년 기준 농심의 해외 매출은 1조6000억원으로, 농심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농심은 “이번 브랜드존은 쇼핑, 휴식공간과 결합해 명동 관광객들에게 특별한 명소가 될 것”이라며 “K라면 본고장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추억을 간직하도록 하겠다”라고 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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