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결사로 나섰다. 새마을금고중앙회의 기존 입장을 선회하게 만들어 PF사업장을 심폐소생 시켰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울며 겨자 먹기로 만기를 연장했고, 르피에드 청담 브릿지론에 참여한 후순위 채권자들은 시름을 덜게 됐다.
정부 지원사격에도 이미 금융권 곳곳에서 위험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캐피탈사는 이번 부동산PF에 단단히 물려버렸다. 최근 거론된 캐피탈사들이 보유한 PF 대출 채권 대부분은 사업장마다 수십 개 금융회사의 이해관계가 얽힌 브릿지론이다. 게다가 매각 시 자금 회수가 어려운 중‧후순위 사업장이 많아 회수가 쉽지 않다.
맷집이 좀 나을 뿐 증권사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국금융연구원 분석 자료에 따르면 전체 PF 대출에서 차지하는 브릿지론 비중은 캐피탈사가 39%, 증권사가 33%였다.
원자재 가격 급등과 고금리 장기화로 지으면 지을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가속화되다 보니 시공사 디폴트 선언도 가시화되고 있다. 건설사들이 시공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실제 브릿지론 상태에서 공사가 멈춘 채 시간만 끌고 있는 사업장 대출이 약 3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요즘처럼 브릿지론 차환이 어려운 상황에서 시공사가 디폴트를 선언하게 되면 부동산PF 회생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부동산PF 리스크를 아슬아슬하게 틀어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금융당국이 만기 연장하고 있는 부동산PF들은 부실 됐어도 이상하지 않은 건들이다. 정부가 나서 부동산PF 건을 만기연장 하면서 좀비처럼 살아났다. 4월 총선이 끝나면 부동산 리스크가 터질거라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좀비정책인 금융지원보다는 구조조정이 시급하다. 부실 사업장에 대한 고금리 차환은 오히려 부도 가능성과 미래 손실 금액만 키울 뿐이다. 부동산이 활황이던 저금리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하반기부터 금리가 낮아질 거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전망일 뿐 실제로 금리가 내려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정부가 나서지 않았다면 부실화됐을 기업들이 쌓이게 되면 더 큰 손실이 올 수밖에 없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겪으며 신속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당시 정부는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위기에 처하자 정부는 기준금리를 내리고 28조원 사상 최대 추경을 했다. 당시 정부는 적극적인 구조조정 보다 은행에 의한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유도했다. 위기는 극복했지만 건설부문 좀비기업은 여전히 문제시되고 있다. 그 때 정부가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을 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미루기만 하면 나중에 더 크게 터지기 마련이다. 실질적인 해결책 없이 대출 만기 연장 등으로만 버티는 상황은 부실을 더 키울 가능성이 있다. 이창용닫기이창용기사 모아보기 한국은행 총재도 PF 문제에 "질서 있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경고하기도 했었다. 금융권에서만 15조원 손실이 날 수 도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정부는 PF사업장 부실 문제를 미루기 보다는 정리에 나설 때다. 일부 손실을 보더라도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은 경매 처분해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제때의 한 바늘이 나중에 아홉 바늘을 던다(A stitch in time saves nine)'는 영어속담이 있다. '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 막는다'라는 우리 속담과 비견되는 말이다.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손쓸 수 없는 위기가 닥칠지 모른다.
김의석 한국금융신문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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