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주 저축은행과 캐피털·상호금융 등 2금융권 유관 협회와 주요 회사 PF 담당 임원을 소집해 2금융권 PF 리스크 점검 회의를 열었다.
이에 금감원은 2023년 말 결산 시 장기간 본PF로 전환되지 않는 브리지론 등 사업성이 없는 PF 사업장은 예상 손실을 100%로 인식해 충당금을 적립하라고 주문했다.
앞서 금감원은 그간 PF가 아닌 일반 대출로 분류했던 저축은행 브리지론에 대해 올해 신규 취급분부터 PF 대출로 분류해 강화된 충당금 규제를 적용하도록 했는데, 이번 회의에서는 과거 취급분에 대해서도 PF 대출로 취급해 충당금을 쌓으라고 적립 기준을 더 강화했다.
이복현닫기이복현기사 모아보기 금감원장이 지난 23일 임원회의를 통해 “충당금 적립 실태를 면밀히 점검하고 PF 손실 인식을 회피하는 금융회사에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한 후 금감원이 2금융권 관계자를 불러모은 것은 그만큼 2금융권의 PF 부실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2금융권, 특히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금융권 전체 평균치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금융권 PF 대출 연체율은 2022년 말 1.19%에서 작년 9월 말 2.42%로 상승했다. 상호금융의 PF 대출 연체율은 같은 기간 0.09%에서 4.18%로 악화했고, 카드 및 캐피탈사의 PF 대출 연체율은 2.39%에서 4.62%로, 저축은행은 2.05%에서 5.56%로 두배 이상 급등했다.
업권 전체 흔드는 부동산PF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권 전체 PF대출 연체율은 2.42%로 6월말 2.17% 대비 0.24%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말 1.19% 대비로는 2배 이상 올랐다. 대출 잔액은 134조3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1조2000억원이 늘었다.이중 2금융권인 저축은행, 캐피탈사, 상호금융권은 4~5%의 높은 연체율을 나타냈다. 지난 9월 말 기준 저축은행 업계의 부동산PF 연체율은 5.56%로 전체 금융업권 중 증권업계(13.85%)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대출 잔액도 10조원에 육박한다.
캐피탈업권은 지난 3년간 가장 높은 연체율 증가폭을 보였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캐피탈사(여전사)의 PF연체율은 4.44%로 3년 전인 2020년 말 0.28% 대비 15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타 금융권의 PF연체율 증가율은 ▲증권 4배 ▲보험 10배 ▲저축은행 2배 ▲상호금융 14배 수준이다.
2금융권은 업권 내 경쟁이 심화되자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부동산금융 비중을 늘려왔다. 문제는 저금리 상황에서 저축은행의 쏠쏠한 수익원이 됐던 부동산 금융이 고금리와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수익성 악화는 물론 건전성을 위협하는 골칫덩이로 돌아서게 됐다는 점이다.
진짜 어려움은 올해부터라는 전망 우세
문제는 본격적인 피해가 내년부터 터질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국내 부동산PF 시장은 잠재 위험이 큰 상태로 내년 그 문제가 본격적으로 수면위에 나올 것이란 전망이 다수 제기되고 있다.올해 금융당국의 개입으로 만기를 연장하는 방식으로 미뤄 왔던 부동산 PF 대출 부실이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금융 자산 비중이 높고, 고위험 부동산 금융의 규모가 큰 캐피탈사를 중심으로 수익성과 건전성이 크게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저축은행 업권은 자기자본 대비 PF 규모가 전체 금융업권에서 가장 크고, 브릿지론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국내 저축은행 업계 브릿지론 비중은 지난 9월 기중 55%에 달한다.
또한 한국기업평가에서 분석한 자기자본 대비 본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 비중은 ▲저축은행 80% ▲캐피탈 64% ▲증권 22% 순이었으며 브릿지론은 ▲저축은행 128%, ▲캐피탈 29% ▲증권 9% 순서로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저축은행의 브릿지론 익스포저가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인데 전문가들은 부동산 PF 중에서도 특히 브리지론의 리스크가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브릿지론은 부동산 개발사업 과정에서 토지 매입 등 초기 단계에 필요한 자금을 대는 대출을 말한다. 다음 단계인 본피에프와 비교해 예상 수익이 많지만 그만큼 위험도 크다.
이에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고금리가 지속될 경우 브리지론 중 30∼50% 정도는 최종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저축은행 부동산PF는 수도권 아파트 비중이 낮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안전한데 반해 지방 아파트 및 투자형 부동산은 수요 회복세가 낮아 부실이 타업권 대비 더 높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저축은행을 포함한 2금융권 PF대출 중 수도권 아파트 비중은 지난 6월 말 기준 19.9%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수요 회복세가 약한 ▲ 지방 아파트 20.5% ▲기타 주거시설 20.5% ▲투자형 부동산 39.0%으로 구성돼 있다.
저축은행업계는 1000억원대 규모의 PF 정상화 지원 펀드를 조성해 개별 저축은행이 연체채권을 매각하도록 하고 있다. 전국 79개 저축은행들이 3분기 말 대손충당금 2조6908억원을 적립하는 등 건전성 위기에 대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은 국내 저축은행의 실적에도 고스란히 들어나고 있다. SBI·OK·웰컴·페퍼·한국투자저축은행 등 자산 기준 상위 5개 저축은행의 지난 9월말 부동산 PF연체율은 6.92%로 전년 동기(2.4%)보다 4.52%p 상승했다. 연체액은 708억원에서 1959억원으로 증가했다.
저축은행별로 보면 2023년 3분기 OK저축은행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전년 동기 대비 5.43%p 오른 9.07%로 가장 높았으며 한국투자저축은행은 같은 기간 4.85%p 늘어난 6.7%를 기록했다.
이어 SBI저축은행은 같은 기간 6.01% 높아진 6.21%, 페퍼저축은행은 4.93%p 늘어난 4.93%, 웰컴저축은행은 4.39%p 오른 4.42%를 나타냈다.
이에 저축은행업계는 1000억원대 규모의 PF 정상화 지원 펀드를 조성해 개별 저축은행이 연체채권을 매각하도록 하고 있다. 전국 79개 저축은행들이 3분기 말 대손충당금 2조6908억원을 적립하는 등 건전성 위기에 대비하고 있다.
문제는 부동산 PF 리스크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고금리로 인해 공사비가 급증했고 지방, 수도권 할 것 없이 주요 개발 프로젝트가 멈추고 있다. 그 결과 국내 주요 건설사의 미청구 공사액이 수십조원에 이르고 있다.
NICE신용평가는 "부동산PF는 여전히 리스크가 높은 상태"라며 "위험도가 가장 높은 브리지론 익스포저가 집중되어 있는 증권, 캐피탈, 저축은행은 2024년에도 실적 저하 우려가 크다"고 전망했다.
김대현 S&P 글로벌 신용평가 상무도 "한국 금융시스템에서 가장 큰 우려는 부동산 PF"라며 "비은행 금융업 중에서 부동산 PF 익스포저가 큰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를 중심으로 신용등급 하향 리스크가 있다"고 설명했다.
캐피탈사들은 신용 등급전망이 하향되고 있다. 먼저 지난해 6월 OK캐피탈의 신용등급 및 등급전망이 하향 조정됐다. 한국신용평가는 신용등급을 기존 'A-(부정적)→BBB+(안정적)'으로, 한국기업평가는 'A-(안정적)→A-(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신평은 "부동산금융 위주로 영업자산이 구성되어 있으며 부동산금융의 부실 발생으로 자산건전성이 저하되는 것"과 "대손비용 확대로 적자 전환했으며 유동성관리 부담이 지속되는 것"을 평가 이유로 밝혔다.
이어 “기존에 취급한 브릿지여신 등 부동산금융에서 추가 부실발생 가능성이 내재돼 있는 만큼 단기간 내 수익성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으며 주요 영업자산인 브릿지여신의 만기연장이 이어지고 있어 자산 회수 스케줄이 지연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M캐피탈도 유사한 이유로 등급 전망이 하락했다. 지난해 12월 한국신용평가와 NICE신용평가는M캐피탈의 신용등급 전망을 'A-(긍정적)→A-(안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등급전망 조정의 배경으로는 부동산 금융 관련 자산 건전성의 위험이 꼽힌다.
NICE신용평가는 "부정적 거시경제 여건이 지속되고 있어 브릿지론을 포함한 부동산금융을 중심으로 자산건전성 저하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회사의 재무 안정성의 개선 가능성이 하락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더해 캐피탈 산업 외부환경 저하로 부동산금융 비중이 높은 캐피탈사 전반의 신용도 상승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부연했다.
홍지인 한국금융신문 기자 hele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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