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간 LG이노텍을 이끌며 기존 사업 정리와 신사업 성과라는 어려운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정철동 사장이 주인공이다. 정 사장은 LG디스플레이 신임 CEO(최고경영자)로서 품질과 납기라는 제조기업 '기본기'를 통해 실적 턴어라운드를 약속했다.
다만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올해 적자가 이어지면서 대표이사 교체라는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구광모닫기구광모기사 모아보기 LG 회장은 자신이 강조하는 '성과주의 원칙'을 대내외 분명히 알리는 효과도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3분기까지 6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냈다. 이 기간 적자 규모는 4조7000억원 수준이다.
증권사들은 LG디스플레이가 세운 사업계획에 따라 매분기 8000억~1조 원 가까운 영업손실이 3분기엔 절반 이하로 줄고 4분기에 드디어 흑자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회사는 6621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평균 전망치보다 16% 낮은 어닝쇼크다. 최대 고객사인 애플과 가격 협상 등으로 OLED 공급이 늦어진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2019년 LG이노텍 CEO로 발탁된 정 사장은 "2025년 영업익 1조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는데 그 약속을 4년이나 앞당겨 실현했다.
특히 올해는 전장부품 사업이 개시 16년 만에 처음 연간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LG이노텍도 중국 업체 공세에 못이겨 주력 사업을 버리고 신사업으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LG디스플레이와 비슷하다.
LG이노텍은 적자를 이어가던 중국 LED 생산라인을 지난 2021년 매각했다. 다른 점이라면 그룹 차원에서도 미래 분야로 키우고 있는 전장부품 사업에서 카메라 모듈 수주 확대 등으로 일찍부터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전장사업은 구광모 LG 회장이 역점을 두고 키우는 사업이다. 구 회장은 2015년 LG 시니지팀 상무로 재직하던 시젤에도 전장사업부인 VS사업본부를 적극 지원할 정도로 미래 가치를 확신했다.
그는 2018년말 회장으로 취임하고 첫 조직개편으로 자동차부품팀을 신설했다. 지주사 산하에 팀을 꾸리는 이례적 결정이다.
LG이노텍 실적 상승과 더불어 그룹 전장사업도 동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LG전자 VS본부는 올 3분기 매출로 2조5035억원을 시현하며 3분기 기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영업익은 1349억원으로 전 분기를 통틀어 가장 높았다. 매출의 경우 지속적인 수주잔고 증가로 전기차 부품 판매가 확대되면서 성장했으며 영업익은 비용 구조 개선 영향을 받았다.
LG전자는 전장사업 수주잔고가 작년말 80조원에서 올해말 100조원 수준으로 늘었다.
LG전자는 지난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수주잔고 비중은 인포테인먼트 제품 잔고 규모가 60%, 전기차 부품은 20%, 차량용 램프는 10% 중간 수준"이라고 했다.
이번 LG디스플레이 CEO 교체는 단순히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경영뿐만 아니라 고객사 관리와 차세대 기술 개발 등 사업을 잘 이해하고 있는 수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도 읽힌다.
정철동 사장은 엔지니어 출신으로, 1984년 LG반도체가 LCD 사업부를 보유하고 있던 시절 회사에 입사해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2004년 LG디스플레이에서 임원을 달고 2013년 CPO(최고생산책임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애플과 가장 밀접하게 협업하던 시기, 품질을 총관리하는 자리에 있었다.
이후 2017년 LG화학 정보전자소재사업본부장, LG이노텍 CEO를 거쳐 올해 LG디스플레이 CEO로 임명됐다. 7년 만에 LG디스플레이로 복귀해 친정 재건이라는 임무를 맡은 셈이다.
정철동 사장은 지난 1일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실적 턴어라운드가 무엇보다 급선무"라며 "고객과 약속된 사업을 철저하게 완수해내고 계획된 목표는 반드시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사업 전반의 원가 혁신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품질·가격·납기 등 기업경쟁력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부터 탄탄한 회사를 만들겠다"고 했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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