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삼성·미래에셋자산운용 2강 독점 체제 속에서 중소형 운용사들도 투자자 유치를 위해 기존에 없던 ‘이색 ETF’를 출시하고 있다.
국내 ETF 100조원 시대…“300조원까지 확대될 것”
5일 한국거래소(이사장 손병두닫기손병두기사 모아보기)에 따르면 국내 ETF 시장의 순자산총액은 지난달 말 기준 108조7444억원으로 집계됐다. 해당월 12일에는 시장 규모가 110조원을 돌파했지만, 최근 고금리 기조 장기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전쟁 등으로 글로벌 증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소폭 축소됐다. 다만 연초 대비 약 38% 성장했으며 코스피 시가총액(1815조4241억원) 대비 4.35%의 비중을 차지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앞서 국내 ETF 시장은 지난 2002년 10월 ‘KODEX 200’과 ‘KOSEF 200’의 상장으로 첫 걸음마를 뗐다.
이후 10조원이 돌파하기까지 9년이란 시간(2011년 11월)이 소요됐지만, ▲2014년 12월 20조원 ▲2017년 9월 30조원 ▲2019년 12월 50조원을 넘어서는 등 몸집이 급격히 불어났다.
그러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수요가 급증하면서 ETF 시장에 자금이 몰려 양적·질적 성장을 이뤘다.
또한 2017년 기초지수를 70%까지만 추종하고 나머지 30%는 펀드매니저의 재량에 따라 운용하며 시장 지수 대비 초과 수익을 추구하는 액티브 ETF도 등장했다.
특히 지난 7월에는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본격 시행되면서 ETF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졌다.
또한 올해는 이차전지·반도체·바이오 등 특정 섹터에 투자 열풍이 불면서 관련 ETF도 큰 인기를 끌었다.
시장에서는 향후 ETF 시장 규모가 300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한국 상장지수상품(ETP) 시장이 글로벌 내에서도 가장 역동적인 시장”이라면서 “지난해 자산 시장 조정과 함께 글로벌 ETF 순자산총액이 감소할 때도 한국은 오히려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난 2005년 이후 매년 신규상장 종목 수가 상장폐지 수보다 많아 꾸준하게 순상장 종목 수를 늘리고 있다”며 “미국 시장의 발전 경로를 바탕으로 한국 ETF 시장의 향후 경로를 전망하면 ▲성장, 배당 등에서 해외 검증된 지수의 지속적 도입 ▲대표 지수를 중심으로 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팩터 도입 등 분화 ▲플랫폼 기업, 혁신 성장 등 성장 기업에 대한 라인업 확대 ▲옵션 전략의 적극적 도입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중소형 운용사, 경쟁력 제고 위해 독창적 ETF 개발·출시
지난 2002년 4개에 불과했던 ETF 상품 개수는 지난달 말 기준 788개로 늘었다. 다만 그만큼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점유율 경쟁도 치열해졌다. 현재 국내 ETF 시장은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2강 체제로 굳어진 상태다.
삼성자산운용의 ETF 브랜드인 ‘KODEX’는 현재 177개의 상품이 상장돼있고 순자산 총액은 45조2983억원이다. 이는 전체 ETF 시장 규모의 41.67%에 달하는 수치다.
미래에셋의 브랜드 ‘TIGER’의 상품 개수와 순자산총액은 각각 175개, 36조1112억원(36.11%)으로 집계됐다. 두 운용사의 합산 점유율은 77.78%로 ETF 시장 대부분을 독식하고 있다.
또한 특정 ETF 상품이 출시되고 투자자들로부터 인기를 끌면 다른 운용사에서 비슷한 상품을 출시하는 이른바 ‘ETF 베끼기’ 관행도 만연해 투자자들은 이미 이름이 알려진 운용사의 상품에 발걸음을 옮기는 경우가 잦다.
거래소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ETF 배타적 사용권 제도 개선에 착수했지만, 독창성 판단 주체·기준 등의 확립이 어려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자산운용사들이 선택한 방법은 타 운용사가 내놓지 않은 ‘이색 ETF’를 발굴해 출시하는 것이다.
먼저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2월 ‘TIGER 글로벌사이버보안INDXX ETF’를 선보였다.
해당 ETF는 글로벌 사이버보안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으로 디지털 전환 가속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사이버보안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기초지수는 ‘INDXX Cybersecurity TR’로 글로벌 선진국과 인도 제외 신흥국에 상장된 기업 중 사이버보안 관련 매출이 총 매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기업 32종목으로 구성됐다. 편입 종목으로는 ▲글로벌X 사이버보안 ETF(21.25%) ▲지스케일러(7.4%) ▲크라우드스트라이크(6.11%) ▲팔로알토 네트웍스(5.54%) ▲체크포인트 소프트웨어 테크놀로지(4.53%) 등이다. 연초 이후 개인투자자와 외국인은 각각 3억2538억원, 20억3558억원을 순매수했으며 18.24%의 수익률을 거뒀다.
같은 해 한화자산운용(대표 권희백)은 ‘ARIRANG 우주항공&UAM iSelect’를 출시했다.
기초지수는 ‘iSelect 우주항공UAM 지수’로 우주·항공 및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산업 관련 국내 대표기업 18종목에 투자한다. 구성 종목 상위권에는 ▲대한항공(10.49%) ▲한화(10.21%) ▲한화에어로스페이스(10.11%) ▲현대위아(10.05%) ▲현대차(10.03%) 등이 편입돼 있다. 올해 1.9%의 수익을 냈지만, 개인은 7억8581억원, 외국인은 45만원을 순매도했다.
NH아문디자산운용(대표 임동순)은 지난 2021년 ‘HANARO Fn K-POP&미디어’를 상장하며 이색 ETF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이 ETF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케이팝과 케이미디어 산업에 투자하며 ‘FnGuide K-POP&미디어 지수’를 추종한다. 대표 편입 종목은 ▲JYP Ent.(25.49%) ▲하이브(24.54%) ▲에스엠(14.11%) ▲와이지엔터테인먼트(7.68%) ▲스튜디오드래곤(6.7%) 등이다. 연초 이후 4.6%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47억2306억원, 1290만원을 순매수했다.
또한 올해 해수면 온도 상승 등으로 ‘슈퍼 엘니뇨’ 현상과 같은 기후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관련 ETF의 몸값이 뛰기도 했다.
그중 신한자산운용(대표 김희송, 조재민닫기조재민기사 모아보기)의 ‘SOL KRX기후변화솔루션’은 ‘KRX 기후변화 솔루션 지수’를 추종하며 기후변화 대응이 우수한 40개 종목에 선별 투자한다.
편입 상위 종목에는 ▲SK하이닉스(9.71%) ▲삼성전자(8.49%) ▲에코프로(8.48%) ▲에코프로비엠(7.09%) ▲포스코홀딩스(6.4%) 등이 포함돼 있다. 해당 상품은 올해 21.04% 상승했으며 개인이 1억3437만원어치를 사들였다.
‘30주년’ 미국 ETF 시장…아이디어 상품 ‘눈길’
미국 ETF 시장의 경우 지난 1993년에 처음 등장해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현재 상장된 ETF 종목 수는 약 3000개가 넘어가며 운용자산(AUM) 규모도 7조달러(한화 약 9502조5000억원)로 전 세계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시장 규모가 큰 만큼 상품 경쟁이 치열해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 만한 아이디어 ETF들이 출시되고 있다.먼저 특정 정치인의 투자법을 추종하는 ‘언유주얼 웨일즈 서버시브 민주당 트레이딩 ETF(NANC)’와 ‘언유주얼 웨일즈 서버시브 공화당 트레이딩 ETF(KRUZ)’가 있다.
미국 연방의회 의원들은 ‘의회 정보 주식거래 중지법(STOCK)’에 따라 본인 또는 배우자가 1000달러 이상의 주식을 거래하는 경우 관련 정보를 의회 사무처에 45일 이내로 보고해야 한다. 의회 사무처는 해당 거래 내역을 의회 웹사이트에 공개하는데, 이들 ETF는 해당 정보를 기반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현재 NANC에 편입된 상위 종목들은 ▲마이크로소프트(11.35%) ▲아마존(7.32%) ▲애플(6.56%) 등이며 KRUZ는 ▲코노코필립스(2.69%) ▲쉘(2.35%) ▲NGL 에너지 파트너스(2.08%) 등이다.
또한 술이나 담배, 향락 산업 등 이슬람 율법에 어긋나는 업종에 투자하지 않는 상품인 샤리아(Shariah) ETF도 있다.
특히 해당 상품들은 한국투자증권(대표 정일문닫기정일문기사 모아보기)이 지난 5월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IDX)와 선진 금융상품 도입 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면서 국내에서도 주목받은 바 있다.
이와 반대되는 상품으로는 대마초 등에 투자하는 MSOS, MJ, MJUS, YOLO 등 다수의 마리화나 ETF가 상장돼 있다.
한편, 시장에서는 이 같은 테마형 ETF는 운용사 간 차별화 경쟁 속에서 고평가된 종목의 편입 비중이 높아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테마형 ETF는 상품 차별화 경쟁 속에서 등장한 틈새 상품으로 투자자의 수요를 적시에 소화하고 투자자 선택의 폭을 넓히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면이 분명 존재한다”면서도 “하지만, 당대 유행하는 테마를 좇아 상품을 출시할 경우 상장 당시 ETF에 편입된 종목은 시장의 관심을 과도하게 받아 결과적으로 고평가될 위험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전한신 기자 poch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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