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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집값 부양책의 딜레마…서울 떠나는 청년들

기사입력 : 2023-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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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호성 건설부동산부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 장호성 건설부동산부 기자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우리나라는 좁은 땅덩어리에 인구밀도가 너무 높게 뭉쳐있어서인지 몰라도, 유독 사람들이 ‘부동산’에 대해 갖는 집착이 심한 편이다. 그저 내 몸 하나 쉴 집 한 채만이 아니라, 여러 채의 집을 갖고 불로소득을 누리며 살고 싶어 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일까. 지난해 말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5%로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2020~2021년, 우리나라 집값은 코로나19 팬데믹 속 경제부양을 위한 역대급 초저금리 기조와 양적완화 등으로 시중유동성이 풍부해진 여파로 유례없이 폭등했다.

서울은 물론 경기·인천에서도 아파트값이 10억원대를 찍을 정도로 답도 없이 오르기 시작했고, ‘영끌족’, ‘하우스푸어’, ‘벼락거지’ 등의 흉흉한 단어들이 뉴스를 채우기 시작했다.

2022년, 코로나 팬데믹이 진정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고삐 풀린 시중유동성을 회수하기 위한 4연속 금리인상 자이언트 스텝(0.75%p 인상)을 단행하는 등 대대적인 긴축에 나섰다.

외화 유출을 막으려면 우리나라 역시 이에 준하는 급격한 금리인상이 불가피했지만, 우리나라는 부동산 부채 비중을 고려할 때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를 그대로 따라갈 수 없었다. 실제로 금리를 올리자 지난해 국내 집값은 지난 2년의 호황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빠르게 하락했고, 거래량 역시 역대 최저 수준으로 토막났다.

결국 윤석열닫기윤석열기사 모아보기 정부는 ‘부동산 연착륙’을 유도하겠다며 문재인 정부 당시 만들어졌던 부동산 및 대출규제를 대대적으로 혁파하기 시작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 완화와 종합부동산세 완화, 강남3구와 용산을 제외한 전국의 규제지역 해제 등이 포함됐다. 특례보금자리론 등 저금리 정책금융 상품을 출시해 부동산 수요를 끌어올리려는 노력도 수반됐다.

정부의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올해 초까지 하향안정세를 찾던 집값은 5월 이후 다시 빠르게 치솟기 시작했고, 9월 기준으로 강남3구 등 인기 고가지역의 집값은 고점대비 90%선까지 회복하는 등 연착륙이 아닌 재차 폭등의 길로 접어든 상태다.

집값이 다시 뛰기 시작하면서, 그나마 희망을 찾나 했던 청년층도 현실에 절망해 서울을 떠나고 있다.

통계청 연령별 인구현황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말 기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의 20~30대 인구는 745만8516명에서 올해 8월 기준 715만4058명으로 약 30만명 줄었다. 출산율 역시 서울은 0.4명, 전국은 0.6명 수준까지 떨어졌다.

12년 전에는 ‘삼포세대’라는 말이 있었다. 취업난과 불안정한 일자리,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과 물가 상승에 따른 생활비용의 지출 등의 압박으로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청년층 세대를 말한다. 자신의 의지대로 ‘독신’을 선택하는 ‘비혼주의’가 아닌 상황에 따른 포기인 것이다.

요즘에는 ‘N포세대’라고 한다. ‘N포세대’는 사회, 경제적 압박으로 인해 연애, 결혼, 주택 구입 등 많은 것을 포기하는 세대를 지칭한다. 포기한 게 너무 많아 셀 수 없다는 뜻이다.

‘N포세대’ 출현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집값’이다. 연애에서 결혼으로 이어지는 과정 중 하나가 바로 ‘보금자리’ 마련이다. ‘의식주’는 인간 생활의 세 가지 기본 요소인데 너무 오른 집값을 감당할 수 없어 가정을 꾸리기를 포기한다는 의미다. 정부가 부디 ‘말로만’ 집값을 내려야 한다는 제스처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길 바란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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