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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영 한국금융신문 금융연구소장] 미래 예측과 지혜로 난관을 넘자

기사입력 : 2023-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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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영 한국금융신문 금융연구소장
[한국금융신문 홍기영 기자] 우리에게 잘 알려진 우화가 있다. ‘금도끼와 은도끼’ 이야기다. 한 나무꾼이 산에서 나무를 자르다, 자신의 도끼를 연못에 빠뜨렸다. 산신령이 나타나 “이 도끼가 네 도끼냐?”하고 물었다. 그러자 나무꾼은 “제 도끼가 아닙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렇다면 이 도끼가 네 도끼냐?” 산신령이 은도끼를 보여주며 다시 물었다. “제 도끼가 아닙니다.” 나무꾼은 똑같이 답했다. 마침내 산신령이 금도끼를 보여줬는데도 나무꾼은 한결같이 자기 것이 아니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 대목에서 스토리는 현대 상황으로 변한다.

“도대체 너는 무엇을 원하느냐?” 화가 난 산신령은 다시 나무꾼에게 물었다. 나무꾼은 이제서야 자신의 본심을 드러냈다. “앞으로 발간될 1년 치 신문을 저에게 주십시오.” 이 말을 듣고 산신령은 고민하더니 “잠시 기다려 보거라”하며 사라졌다. 능력이 대단한 산신령은 산더미 같은 미래의 신문을 들고 나타나 나무꾼에게 건넸다. 산신령에게서 신문을 넘겨받은 나무꾼은 어떻게 됐을까? 그는 신문을 열심히 읽고 주식과 부동산 투자를 해서 큰 돈을 벌었다고 한다.

미래를 정확히 안다면 부(富)와 권력을 얻을 수 있다. 인간의 삶은 미래 예측과 더불어 흘러왔다. 자신과 세상의 앞날을 내다보고픈 마음은 누구나 간절하다. 그래서 용하다는 역술가를 찾아 점을 치고 사주팔자를 본다. 일기 예보, 경제·산업 전망, 주가 예측에 이르기까지 미래를 내다보려 노력은 끝이 없다.

사람들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모든 것을 먼저 알고 싶어 한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으로 유명한 토머스 홉스는 미래를 내다보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가 ‘끝없는 불안과 공포’에서 유래한다고 봤다. 예지력은 미래를 예측하고 남보다 먼저 행동하는 능력이다.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이 사라질수록 현명한 판단과 행동이 가능해진다.

역사는 반복과 변화를 거듭한다. 그래서 역사학자들은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고도 유일한 방법은 과거를 되돌아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인공지능(AI) 시대, 기업 전략을 연구하는 경영학자들의 접근 방식은 정반대다. “혁신하려면 미래에서 현재를 보라.” 도달하려는 미래 시점의 목표와 상황을 먼저 예측하는 게 먼저다. 그다음 현재 최적의 의사결정을 선택해야 한다는 권고다.

최근 국내외 경제 전반에 걸쳐 불확실성이 고조된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 금리, 환율, 물가 등 경제변수가 수시로 추세를 이탈한다. 단기적 예측마저 엇갈린다. 금융정책도 혼선을 빚고 신뢰성이 추락한다.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자산시장은 방향성을 잡지 못한 채 요동친다.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선택에 있어 누구도 자신 있게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다. 투자자들은 단타매매에만 급급하다.

8월 들어 미국과 중국, G2발(發) ‘퍼펙트 스톰’ 위험이 다시 고개를 든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은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반도체·AI·배터리·바이오 등 미래 핵심산업에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한다. 기업에겐 위기이자 도전과 기회의 장이 동시에 열린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끝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농산물·원자재 가격 상승을 위협한다. 물가는 한번 오르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하방 경직성이 강한 인플레이션은 금리 인상과 높은 금리 지속으로 이어진다. 고물가·고금리·저성장은 지금 모두가 당면한 뉴노멀이다. 이들 변수는 글로벌 자산시장에서 가격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된다. 코인증권(STO)을 비롯한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글로벌 규제 강화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입법 절차가 본격화한다.

미국 경제는 견조한 고용시장을 바탕으로 상승세를 지속한다.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이 1년이상 이어지는데도 경기침체가 없을 것이라는 ‘노랜딩(no-landing)’ 관측이 우세하다. 그래도 미 연준의 고강도 긴축이 남긴 후유증은 여전하다. 미국에서는 통화긴축 여파로 상반기 소규모 지역 은행들이 연쇄 파산하는 진통을 겪었다. 최근 상업용 부동산 부실 위험이 커지면서 미국 중소 은행의 신용등급이 무더기로 강등됐다.

게다가 시장금리는 고공행진을 거듭한다. 미국의 국채발행 증가, 국가신용등급 강등 사태는 장기국채 금리를 연 4%대로 밀어 올렸다. 빌 애크먼 퍼싱스웨커 회장은 지난 8월 3일 “재정 적자가 커지고 인플레이션이 3%대에 달하는 세상에서 3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연 5.5%가 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상황이 더 심각한 것은 부동산 경기가 추락하는 중국 경제다. 시진핑 정부는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중국 정부의 ‘리오프닝’ 효과는 기대에서 실망으로 변했다. 헝다그룹 파산 보호 신청과 함께 최대 민영 부동산 업체 비구이위안의 채무불이행 우려가 커졌다.

중국 정부는 금리를 인하하는 등 부동산 불황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경기 부양 효과를 거두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위안화 가치 하락에 따른 글로벌 자금의 탈(脫)중국 현상이 발목을 잡는다. 수출이 꺾인 중국은 올해 4%대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게다가 물가마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공포’가 커진다.

한국 경제도 올해와 내년 2년 연속 1~2%대 저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좀처럼 탈출구를 찾지 못한다. 내수와 수출 부진 속에 가파르게 오른 금리 때문에 돈을 벌어 이자도 갚지 못하는 ‘좀비기업’이 크게 늘었다. 가계부채도 부동산 담보대출을 중심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기업과 가계의 악성 부채는 금융 불안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경제주체는 장단기 미래를 제대로 예측할 수 있어야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정부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연금·교육·노동 등 3대 개혁과제에 대한 고삐를 늦추지 말고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기업도 격변기를 맞아 기민한 대응력을 키우고 성장 기회를 포착하는 회복탄력성을 갖춰야 한다.

한국금융신문이 <코주부> ‘대전환 시대 투자전략: 턴어라운드 기회를 잡아라’를 주제로 오는 9월 19일 한국금융투자포럼을 개최한다. 투자자들이 변곡점을 맞은 자산시장의 기회 요인을 분석하고 투자전략을 짜는 데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홍기영 기자 ky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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