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안심하고 편안하게 지내야하는 집이 ‘순살 공법’의 등장으로 의심과 불안한 공간으로 전락했다.
지난달 30일 기준 무려 15개 단지에서 철근이 누락됐고, 순살 공법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순살 공법은 아파트 내 당연히 있어야 할 철근이 빠진 건물을 치킨에 빗대 생겨났다.
이번 사건의 문제는 설계 과정부터 철근이 누락된 곳이 있는가 하면 설계도대로 시공되지 않은 곳도 있었다는 점에 있다. 특히 이 안에는 철근이 누락된 LH 아파트 15개 단지의 설계사 중 13곳, 감리사 중 8곳은 LH 퇴직자가 재취업한 회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태에서도 가장 큰 피해자는 입주민들이다. 내집 마련에 성공했다고 들뜬 마음 입주민들이 한순간에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단지에서 사는 비운의 주인공’이 됐다. 한푼 두푼 모아 힘들게 사들인 집이 부실시공 아파트라는 것을 알았을 때의 상실감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다. ‘이러려고 힘들게 내집을 마련했나’ 자괴감에 빠질 만하다.
정부는 건설업계의 전체적인 이권 카르텔을 제거하고, 이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대책을 철저히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세부적인 안건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무량판 구조인 민간 단지까지 조사를 확대했다.
‘무량판’을 강조하며 조사를 확대한 셈이다. 목숨과 관련해 안전보다 더 큰 가치는 없기 때문에 조사는 당연하지만, 기존 잘못된 부분을 깊게 검토하지 못하고, 무량판 구조를 강조하며 공포 분위기만 키웠다는 의미다.
조사 대상에 포함된 입주민들은 벌써부터 정신적인 피해를 받고 있고, 부실아파트로 판정시 재산상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문제가 민간 조사로 확대되자 집값을 우려하는 주민들도 생기고 있고, 이들을 조롱하는 ‘목숨 걸고 재산지켜라’라는 잔혹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부의 무분별한 발표로 무량판 구조는 ‘무너지는 순살아파트’로 낙인이 찍히면서 시장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
전재산 70%가 부동산인 우리나라에서 집이 헐값이 된다는 것은 누군가에겐 가시밭길을 걸어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는 이 모습을 보고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무량판 공포는 오랜 기간 남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현 상황을 좌고우면하면 안된다. 무량판 구조가 잘못됐다는 인식을 탈바꿈해야 한다는 숙제를 풀어야한다.
부실시공과 관련한 설계·감리·시공사를 모두 공개하고, 잘못이 있는 주체를 찾아 썩은 뿌리를 도려내야 한다.
주현태 기자 gun131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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