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보험은 2013년 최초 디지털 보험사 교보라이프플래닛, 2019년 캐롯과 2022년 카카오페이손보 등 새 플레이어가 나왔지만 혁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2020년 금융산업 혁신정책’ 발표 3년 이후 보험업권 지지부진한 디지털화 현황을 진단하고 나아갈 길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진입장벽 턱없이 높아…빈익빈 부익부 우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빅테크가 아닌 핀테크 업체 중 소액단기보험사 등록 신청서를 공식적으로 제출한 곳은 없다. 스몰티켓에서 펫보험 전문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만 알려졌다. 사실상 ‘0’건인 셈이다. 금융위원회에서는 소액단기보험사 활성화를 진입장벽을 낮췄다. 2020년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 취지에서도 ‘진입장벽을 완화해 혁신 도전자의 진입을 유도하고, 업무 범위 확대 등 영업규제를 합리화해 역동성을 제고한다’고 밝힌 바 있다.
최대보험금도 예금자보호 상한액인 5000만원, 수입보험료는 연간 최대 500억원, 보험기간은 최대 1년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업계에서는 당시 조건을 낮췄어도 부담이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설상가상 2023년 IFRS17 도입으로 영세 핀테크 업체 진입 장벽이 더 높아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IFRS17로 바꾸면서 상품 별 쌓아야하는 책임준비금 부담도 늘어났고 K-ICS 비율 조건 기준도 늘어난 것으로 안다”라며 “명확히 IFRS17 도입 이후 얼마나 늘었는지 숫자로 말하기는 어려우나 물적 부담이 더 늘어나 영세 핀테크 업체 입장에서는 맞추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연간보험료 규모는 최대 500억원, 보험기간 최대 1년, 자동차보험 등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보험과 연금 및 간병처럼 장기간 보장이 요구되는 종목을 제외한 모든 종목으로 제한이 크지만 K-ICS비율은 일반 보험사와 동일한 비율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소액단기전문보험사 설립을 추진했던 GA 인카금융서비스는 IFRS17 기준 맞추기가 어려워 소액단기전문보험사 신청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IFRS17이 디지털화를 저해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물적요건 뿐 아니라 인적요건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소액단기보험사가 갖춰야 할 계리사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인적 요건을 핀테크 업체가 갖추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 이후 계리사 몸값이 사실상 2배로 뛰었다. 대형사 과장급 계리사 연봉이 2억원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라며 “계리사 1명만 비용 부담이 이정도인데 작은 핀테크 업체에서 비용을 감수하기도 힘들어 소액단기전문보험사 자체가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조건을 유지하게 되면 기존 대형 보험사밖에 뛰어들지 못한다고 입으로 모은다. 실제로 1사 1 라이선스 완화에 힘입어 손보업계 1위인 삼성화재가 펫보험 자회사 설립에 나서고 있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물적요건을 핀테크 입장에서는 맞추기가 너무 어렵고 사실상 맞출 수 있는 곳도 없을 것”이라며 “이렇게되면 대형사만 사업 영위가 가능해 사실상 빈익빈 부익부만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주선 강남대 정경대학 교수는 ‘디지털 금융발전 관련 보험산업의 주요 법적 과제’에서 소액단기전문보험사 진입 활성화를 위해 진익 요건 뿐 아니라 진입 이후 운영 부담과 국내 환경을 고려해 지급여력제도, 계약자 보호제도 등을 완화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유주선 교수는 “지급여력의 경우, 연간 보험료 규모와 보험종목이 제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합보험회사와 동일하게 시가기준 지급여력제도(K-ICS)를 적용해야 하므로 시스템 구축 및 관리 비용이 큰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라며 “보험기간이 1년 이하임을 고려하여 K-ICS의 리스크 측정 대상에서 금리리스크를 제외하고 보험리스크 및 운영리스크만 측정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적요건, 물적요건 완화도 일부 고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상품구조가 단순하고 만기가 짧은 상품을 취급해서다.
유주선 교수는 “자본금의 경우, 시행령에 제시된 20억원의 최저자본금 요건을 10억원으로 낮추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보험업법에서는 소액단기보험회사의 자본금을 10억원 이상의 범위에서 정하도록 되어 있다”라며 “운용자산의 안정성을 높이고, 경영상태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함으로써 소액단기전문보험회사의 부실 위험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자산은 예금, 국채, 지방채 등 유동성이 높고 안전한 자산으로만 운용하도록 제한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CSM 제고 방점…디지털 관심도 떨어져
올해 IFRS17으로 수익성 지표가 바뀌면서 보험사들은 CSM제고에 방점을 두고 있다. 디지털화 중요성을 여전하지만 수익성 지표가 중요해지면서 사실상 대면 영업 시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올해 초부터 생보사, 손보사 모두 GA에 고시책을 제공하면서 영업 매출 확대에 나섰다. 특히 한화생명, 삼성생명, 교보생명 등 생보 빅3까지 시책 경쟁에 동참하기까지 했다. 손보업계에서도 메리츠화재 등 손보 빅4들이 고시책을 내걸며 CSM 높이기에 주력했다. 실제 2023년 주 경영전략 대부분이 CSM이 높은 상품 판매 증대에 따른 수익성 증대를 내세우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시책 경쟁에 나타난 배경으로 CEO 전문경영인 체제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꼽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디지털화는 비용 대비 성과가 나오기 어렵지만 시책은 바로바로 영업 성과로 나타난다”라며 “전문경영인이 대부분이다보니 단기 성과에 집중할 수 밖에 없어 디지털화를 추진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CEO문제가 아닌 진입과 판매 규제 완화가 되어야 혁신이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오너 보험사에서도 디지털화를 전폭적으로 추진했는데 성과가 크지 않았다”라며 “해외처럼 소액단기보험 진입, 판매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한다”고 말했다.
전하경 기자 ceciplus7@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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