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에 따르면 은행 가계대출은 4조2000억원 늘었다. 기업 대출도 높은 증가세를 지속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택 구입 자금 수요가 지속한 데다 전세 대출 둔화세가 약화한 영향이다.
가계대출, 19개월 만에 ‘최대’ 상승… “주택 담보대출 증가 영향’
우선 가계대출 부문을 살펴보면 5월 중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56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국주택금융공사(HF‧사장 최준우닫기최준우기사 모아보기)의 정책 모기지론(Mortgage Loan‧주택 담보대출) 양도분을 포함한 값으로, 4월 대비 4조2000억원 불었다.
이러한 증가 폭은 2021년 10월 기록한 ‘5조2000억원 증가’ 이후 19개월 만에 최대 수준이다. 올해 은행 가계대출은 ▲1월 –4조7000억원 ▲2월 –2조8000억원 ▲3월 –7000억원 ▲4월 2조3000억원 등 감소세를 지속하다 4월부터 두 달째 증가세로 돌아섰다.
가계대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 담보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807조9000억원을 나타냈다. 주택 담보대출 잔액엔 전세자금 대출, 이주비·중도금 대출 등 주택 담보로 취급되지 않은 주택 관련 대출도 포함돼있다.
이 역시 가계대출과 마찬가지로 2021년 10월 4조7000억원 증가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전월(2조4000억원)과 비교하면 증가 폭이 54% 커졌다.
전세자금 대출의 경우, 전월 대비 6000억원 줄면서 7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다만, 둔화세는 약화 추세다.
지난해 11월 –1조원을 기록한 뒤 △12월 –4000억원 △1월 –1조8000억원 △2월 –2조5000억원 △3월 –2조3000억원 △4월 –1조7000억원 △5월 –6000억원 등 감소 폭이 잦아지고 있다.
마이너스(-) 통장 대출 등 기타대출 잔액은 4월 대비 200억원 감소한 247조3000억원으로 파악됐다. 18개월 연속 규모가 축소되는 모습이지만, 전월(-5000억원)에 비해선 대출 증가 폭이 확대됐다. 여행, 가정의 달 소비 등 자금 수요가 커지면서 신용대출이 2021년 11월 이후 18개월 만에 300억원 늘어난 영향이다.
지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가계대출 증가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 조짐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주택 거래량은 최근 회복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장관 원희룡닫기원희룡기사 모아보기)와 부동산114(대표 김희방)가 함께 낸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3만4000호였다. 지난해 12월 1만5000호 대비 2배 넘게 늘었다.
윤옥자 한국은행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최근 전세 사기 문제로 일각에서 내 집 마련에 나서는 등 주택 구매를 위한 자금 수요 지속과 은행 주택 담보대출 금리 내림세, 부동산 규제 완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며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 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더 가파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7일 은행연합회 소비자 포털 공시자료에 따르면 4윌 중 취급된 대출 기준 KB국민은행(행장 이재근닫기이재근기사 모아보기)·신한은행(행장 정상혁닫기정상혁기사 모아보기)·하나은행(행장 이승열닫기이승열기사 모아보기)·우리은행(행장 이원덕닫기이원덕기사 모아보기)·NH농협은행(행장 이석용닫기이석용기사 모아보기)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 담보대출 금리는 하단 기준으로 변동형 3.91%, 고정형 3.92%를 나타냈다.
각각 올해 초보다 1.36%포인트(p), 0.90%p 낮아졌다. ‘금리 정점론’이 고개 들며 기준금리가 낮아지게 되면 대출금리 또한 감소해 대출 수요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정부가 역전세 충격을 막고자 임대인 퇴거 자금 대출에 대한 총부채 원리금 상환 비율(DSR‧Debt Service Ratio) 완화 방침을 7월 시행한다고 예고한 것도 대출 수요가 확대되는 요소로 꼽힌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원장 박종규) 금융 리스크(Risk‧위험) 연구센터장은 “특례 보금자리론 등으로 주택 수요 증가에 따른 대출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서울‧수도권 부동산 시장도 회복되면서 부채 축소는 지연될 것”고 말했다.
은행 기업 대출도 높은 증가세 지속
은행 기업 대출도 높은 증가세를 지속한 것으로 파악됐다. 3월 대비 4월에 7조5000억원 늘었는데, 4월 대비 5월엔 7조8000억원 불었다.
다만, 1년 전인 작년 5월(+13조1000억원)에 비해선 증가 폭이 크게 줄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대기업 대출이 ‘+3조1000억원 → +3조4000억원’으로 상당폭 증가했다. 기업 운전자금 수요와 회사채 상환 목적의 자금 수요가 커진 탓이다.
중소기업 대출은 4월과 같은 4조4000억원 증가로 나타났다. 은행이 대출태도를 완화하면서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이다.
회사채는 계절 요인 등으로 발행이 줄었다. 반면에 만기도래 규모는 늘었다. 그 결과 순상환 규모가 확대됐다.
통상 5월에는 1분기 정기 보고서 제출 등으로 회사채 발행이 축소하는 경향을 띤다. 만기도래 규모가 늘어난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후 대규모로 발행된 회사채 만기 도래가 가까워지면서다. 이 중 상당 규모는 5월 이전 선발행된 회사채를 통해 조달한 자금 등이다. 이미 상환된 것으로 확인된다.
기업어음(CP‧Commercial Paper)과 단기사채는 일부 공기업을 중심으로 큰 폭 순상환됐다.
국고채 금리 오르고, 코스피는 연중 최고치 경신
5월, 국고채 금리는 오르고 코스피는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고채 3년 물 금리는 올해 ▲4월 말 3.29% ▲5월 말 3.46% ▲6월 8일 3.54% 등 지속해서 증가세를 나타냈으며, 국고채 10년 물 금리도 ▲4월 말 3.36% ▲5월 말 3.53% ▲6월 8일 3.63% 등 꾸준히 올랐다.
국내외 통화정책 조기 전환 기대 약화, 미국 부채한도 협상 타결 등이 상승 폭을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협회(회장 서유석닫기서유석기사 모아보기) 관계자는 이에 관해 “미국 4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Personal Consumption Expenditure) 가격지수가 한 달 전 4.6%보다 오른 4.7% 상승을 보이는 등 긴축 기조 장기화 우려를 키워 금리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주요 단기금리는 큰 폭 상승했다. 단기채 발행이 확대된 가운데 장기금리 반등, 외화표시 단기금융 집합투자 기구(MMF‧Money Market Funds) 수신 감소 등의 이유다.
코스피는 지난 7일 2615.6을 돌파하며 ‘연중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달 중순 이후 반도체 업황 개선 전망이 수면 위로 올라온 데다 미국 부채한도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된 덕분이다. 거기다 외국인 순 매수 확대까지 이뤄지면서 빠르게 상승했다.
은행 수신은 늘었지만, 자산운용사 수신은 떨어져
자금 흐름은 은행과 자산운용사가 반대 행보를 보였다.
은행의 경우, 5월 들어 8조2000억원이 유입됐다. 4월(+13조4000억원)에 비해선 감소했지만, 증가세는 여전했다.
정기예금이 불어난 영향이 컸다. 가계와 지자체 자금이 정기예금으로 유입된 가운데 일부 은행의 법인 자금 유치 노력이 더해지면서 10조5000억원 늘었다. 4월(-6조5000억원) 대비 큰 폭 증가로 전환한 것이다.
반면 수시입출금식 예금은 지방자치단체 자금 유입에도 불구하고 가계와 기업 자금이 유출되며 8조8000억원이 감소했다. 4월(-14조8000억원)에 이어 두 달째 감소세다.
자산운용사의 경우엔 4월 8조6000억원이 증가했었는데, 5월 들어 1조2000억원이 빠졌다.
MMF가 법인 자금을 중심으로 전월(+2조9000억원)보다 줄어든 –7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채권형 펀드(+1조9000억원)와 주식형 펀드(+1조4000억원)는 모두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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