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삼성은 전자업계 후발주자였던 탓에 처음부터 업계 수위를 달린 것은 아니었다. 대표 가전 중 하나인 냉장고를 보자. 삼성전자는 창립 5년차인 1974년에 가서야 냉장고를 생산했다. 그것도 일본 가전회사와 기술 제휴를 한 덕분이었다.
이후 삼성전자는 냉장고 핵심 부품 자체 개발, 야채실 독립냉장고 개발 등에 이어 1997년 프리미엄 브랜드 ‘지펠’을 선보이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두각을 보이기 시작했다. 2000년대 후반 가전에 디자인 개념을 도입해 유럽, 미주 등에서 주목을 받았고 지난 2019년엔 소비자 맞춤형 가전 브랜드 ‘비스포크’를 선보이며 국내 가전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이렇게 돌이켜 보면 삼성 가전의 성장가도는 무척이나 화려해 보인다. 그러나 2023년 5월 현실로 고개를 돌려보면 상황은 결코 녹록치 않다.
1분기 삼성전자 TV 사업을 담당하는 VD사업부와 생활가전사업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76% 감소한 1900억원으로 나타났다. 적자가 났던 지난해 4분기 때보다 나아졌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많이 줄었다.
반면, 가전 라이벌인 LG전자 H&A사업부는 1분기 영업익 1조18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1분기 최대치다. 특히 영업이익이 분기 1조원을 넘긴 것은 전체 사업부 가운데 처음이다.
삼성전자 역시 TV 부문에서 시장 비수기와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시장 수요가 위축됐지만 프리미엄 TV 판매에 주력하고 비용을 절감해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른 생활가전 부문이 발목을 잡았다. 삼성전자는 컨퍼런스 콜에서 “생활가전 수요 부진과 비용 부담이 지속됐다”며 실적 악화 사실을 인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비스포크 인기에 안주하는 사이 경쟁사들이 유사한 트렌드 제품을 경쟁적으로 선보였고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가전으로 내세운 비스포크 매력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선 ‘가전은 LG’라는 인식도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 기반 리서치 기업 메타베이에 따르면 10~60대 남녀 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전제품에서 LG전자 선호도가 삼성전자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메타베이에 따르면 세탁기(LG전자 61.8%, 삼성전자 33.6%), 냉장고(LG전자 50.4%, 삼성전자 45.8%), TV(LG전자 59.4%, 삼성전자 37.6%), 청소기(LG전자 45.5%, 삼성전자 40.7%) 등 다양한 가전 부문에서 LG전자가 삼성전자를 앞섰다.
이밖에 지난해 발생한 삼성전자 세탁기 결함 리콜 사건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가전 부문을 이끄는 이재승 전 사장이 정기 임원인사 전에 회사를 그만두는 등 내부적으로 잡음도 끊이질 않았다. 업계는 생활가전사업부 실적 저하와 품질 논란 영향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생활가전(DA)사업부장은 한종희닫기한종희기사 모아보기 부회장이 겸직하고 있다. 한 부회장이 TV를 비롯한 가전 부문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갈 길은 멀어 보인다.
하지만 그는 반도체와 스마트폰만 보이는 삼성전자에서 다른 길을 걸어 부회장에 오른 사람이다. 한 부회장은 삼성에 몸 담고 있는 30여년 동안 오로지 TV 외길을 걸어 승부를 봤다. 삼성전자가 17년 연속 글로벌TV 1위를 있게 한 인물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 가전 부문을 꿋꿋하게 지켜온 한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며 “가전에서 삼성전자의 대반격이 시작된 셈”이라고 말했다.
한 부회장은 “올해 비스포크 판매량을 지난해 대비 50%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면서 본격적으로 생활가전 역량 키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글로벌 가전 수요 부진 해결을 위해 선행연구 개발조직인 삼성리서치 산하에 첫 생활가전조직인 ‘차세대가전연구팀’을 신설했다. 이준현 생활가전사업부 선행개발팀 부사장이 차세대가전연구팀장을 맡고 있다.
앞서 한 부회장은 지난 1월 CES 2023에서도 “항상 목표는 1등”이라며 “생활가전 사업을 DX부문 성장 동력이 되도록 키워가겠다”고 밝혔다.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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