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서울 강북구 삼양동에서 C부동산을 운영하는 한모씨는 이같이 말했다.
한씨는 “강서구 화곡동에서 일어난 전세사고가 전국으로 퍼지면서 공인중개사의 신뢰감도 잃고 있다”며 “최근 젊은 부부가 상담 중에 뜬금없이 전세사기를 거론한 적 있는데, 30여년이라는 시간동안 이렇게 내 직업이 부끄러웠던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빌라·오피스텔 등에 대한 전세 기피 현상이 심화하면서 문을 닫는 공인중개사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협회가 2015년 월별 개·폐업 현황을 집계한 이래 월간 기준으로는 가장 낮다.
반면 폐업하거나 휴업을 택한 공인중개사는 1463곳으로 1년 전 대비 58%가량(539곳) 증가했다. 폐업한 곳은 1340곳, 휴업은 123곳 등이다. 폐업 및 휴업 수가 개업 수를 앞선 것 역시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초다.
같은 기간 서울은 325곳 개업, 364곳 폐·휴업했으며 경기도는 383곳 개업, 403곳이 폐·휴업을 택했다.
침체된 부동산 시장과 전세사기 이슈로 맞물려 힘든 생활을 보내는 것은 한씨 뿐만이 아니다. 은평구에서 20년간 자리를 지켜온 S부동산도 폐업위기에 처해있다.
같은날 기자가 방문한 은평구 응암동 공인중개업소 분위기는 한산했다. 걸려온 한건의 전화에는 다래마을 재개발 관련 전망을 문의하고, 관련해 급급매물이 있는지 묻는 얘기였다.
박모씨는 “월세 내면 생활비조차 부족한데, 3개월 동안 계약한건 한건밖에 없었다”며 “봄 이사철이라면 전세나 매매거래가 있었는데, 지금은 주변 재개발 소식과 관련한 문의만 이어지고 있다”고 한탄했다.
그는 이어 “이따금씩 빌라전세 문의도 있지만, 매매가랑 비슷한 전세시세 때문에 사기꾼으로 몰릴까봐 당당히 추천할 수조차 없는 입장이 됐다”며 “전세사기 임대업자들로 인해 선량한 공인중개사들이 함께 묶여 사기꾼 취급을 받고 있고, 부동산업계 이미지 차체가 실추된 것 같아 너무도 아쉽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불법행위에 가담한 공인중개사를 협회가 자체 처벌하거나 지도·감독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공인중개업소를 관리·감독하는 기구에 단속의 권한이 없는데다, 경찰이나 지자체는 사후 조치에만 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전세 사기 근절 대책의 일환으로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의 ‘법정단체’ 승격이 거론되고 있다.
한공협을 법정 단체로 승격하는 내용을 담은 공인중개사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에서 계류 중에 있다.
한공협 관계자는 “전세사기가 확산하고 전체 공인중개사들이 잠재적 사기꾼으로 내몰리고 있어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경찰 발표를 통해서 나오는 통계를 보면 1200여명 가운데 88.5%에 해당하는 분들은 컨설팅업체거나 건축업자, 분양임대업자들이지만, 협회가 법정 단체가 아니고 의무 가입도 아니어서 강력하게 단속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주현태 기자 gun131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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