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는 오늘도 전쟁이 벌어진다. 이 때문에 MD들은 불철주야 뛰고 또 뛴다. 산, 바다 할 것 없이 다니고, 먹고, 마신다. 까다로운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수많은 제품을 검증하고 테스트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상품 테스트하느라 다이어트는 생각도 못한다”고 할까.
“위스키 매력에 빠져 수집까지 해요”
지난달 26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김경선(34) 이마트24 위스키·전통주 담당 MD를 만났다. 첫인상이 의외였다. 위스키MD라고 해서 체격 큰 남성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편견이었다. 김경선 MD는 왜소한 체격에 술과는 거리가 있어보였다. 솔직한 생각을 말하자 그는 웃으며 “주종 안 따지고 모든 술을 다 좋아한다”며 “최근에는 위스키 매력에 푹 빠져 위스키 수집까지 하게 됐다”고 말했다. 10년차인 김 MD는 술이 전공이다. 이커머스에서 전통주 등 MD를 담당하다가 이마트24로 자리를 옮겨 여기서도 위스키와 전통주를 맡고 있다. 하지만 그 전에는 가공, 과자 초콜릿, HMR(가정간편식) 등 여러 분야를 거쳤다.
최근 위스키 애호가들 사이에서 이마트24는 주요 채널로 떠올랐다. 다양한 위스키 종류가 구비돼 있는 건 물론 MZ세대가 좋아할 만한 차별화된 위스키들을 내놓고 있어서다. 김 MD는 “미국 MZ세대들 사이에서 플레이버 위스키(여러가지 맛을 가진 위스키)가 한창 유행”이라며“국내 위스키 시장 트렌드를 이끌기 위해 그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주류 문화 흐름이 와인에서 위스키로 바뀌었잖아요. 이유는 위스키가 자신의 취향을 반영할 수 있는 술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원액으로 마시거나 희석해서 마실 수도 있고, 하이볼과 칵테일 등 다양하죠. 그게 MZ세대 취향을 저격한 거라고 보는데, 특히 플레이버 위스키는 더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본격적으로 발전시키려고 합니다.”
“회사가 있는 성수동이 트렌드 살피기도 좋아서 젊은 층이 가는 술집에 가서 살펴보기도 하고, 진짜 술을 먹고 싶을 때는 다 잊고 소주, 맥주를 마시기도 하죠. 하하. 집에서는 먹어보고 싶은 위스키를 수집해서 종류별로 조금씩 맛보는 게 취미가 됐죠. 술 장까지 따로 있는 걸요. 제가 팔면서도 ‘이건 정말 사고 싶다’는 제품들이 있으니까 계속 욕심이 나는 것 같아요.”
주류 MD로서 경쟁력을 갖는 게 중요하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분위기를 모두 고려해 소비자 니즈를 파악해야 한다. 이 때 타이밍이 잘 맞아 떨어지면 말 그대로 ‘대박’ 상품이 탄생하는 것이다.
“상품에 대한 관심과 집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파고 팔수록 공부할 것도 많고, 일상에서도 소비자들이 어떤 걸 선호하고, 많이 먹는지 파악하려고 하죠. 공과 사 구분 없이 생각하다보니까 피곤할 순 있어요. 하지만 일상과 밀접하고 ‘핫’하게 떠오르는 분야다 보니 즐기면서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관심과 집착, 즐거움이 없다면 소비자 니즈를 파악하지 못하겠죠.”
김 MD는 5월, 6월에도 차별화한 위스키를 선보이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그동안 좋은 성과를 보여 온 만큼, 새로운 제품을 통해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다.
“제가 확신을 가지고 소싱한 제품이 히트를 쳤을 때 보람이 있어요. 특히 아무도 몰랐던 숨겨진 상품을 가져왔는데 대중화하면 그것만큼 뿌듯한 일이 없죠. 앞으로도 대중성과 희소성 등 다양한 특징을 가진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메가트렌드 상품 개발 위해 노력”
같은 날 서울 강남구 선릉 BGF리테일 사옥에서 박성욱(38) BGF리테일 MD를 만났다. 그는 정신없이 바빠 보였다. 쉴 새 없는 회의와 많은 사람들과 소통 때문이었다. 박 MD는 전날에도 지방 출장을 다녀왔다며 꽤 지친 표정이었는데, 한편으론 ‘백종원 한판 도시락을 아무나 성공시키는 것은 아니잖아?’라고 하는 것처럼 보였다. 가격과 질, 양 3가지를 모두 만족시킬만한 도시락을 완성시키기 위해선 사무실보다 현장을 뛰어다니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박 MD는 ‘제면’ 관련 전문 회사에 있다가 지난 2015년 BGF리테일로 자리를 옮겨 HMR 상품개발팀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이후 간편식품 등을 담당하는 MD와 상품개발팀 등을 거쳐 현재 도시락 MD를 담당하고 있다.
“BGF리테일은 원재료나 본연의 품질에 집중하고 있어요. 그래서 각 지역에 있는 협력사나 원재료 쪽 관련 지역에 파견을 가서 반드시 확인을 하죠. 최근 원재료 값이 올라 가격을 낮추는 게 정말 쉽진 않지만 발품 팔아 뛰어다니며 노력을 하면서 품질 높은 가성비 도시락을 내놓을 수 있었습니다.”
CU 백종원 도시락은 1탄 ‘제육 한판’에 이어 2탄 ‘백종원 바싹 불고기 한판 정식’이 각각 250만개, 50만개 등 총 300만개 판매되며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최근에는 12찬 구성의 3탄 ‘백종원 백반 한판 정식 도시락’까지 내놓으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CU는 백종원과 2015년부터 연을 맺고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를 계기로 최근 ‘런치플레이션’으로 인한 소비자들 부담을 덜고자 질과 양을 높이고, 가격은 낮춘 ‘백종원의 한판’ 도시락 시리즈를 출시하게 됐다.
“백종원 대표님 철학이 있어요. ‘남기려는 장사보다 베풀 수 있는 걸 만들자’라는 거요. 작년 말부터 ‘런치플레이션’이 생기고 올 초부터는 공공요금도 오르다보니까 백 대표님이 먼저 연락이 와서 ‘이런 도시락을 만들어 보는 게 어떻겠느냐’ 한 거죠. 그래서 함께 사명감을 가지고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기획과 개발에 나서게 됐습니다.”
긴 시간을 함께한 만큼 백 대표가 이끄는 ‘더 본’과 BGF리테일 신뢰관계는 생각 이상으로 두텁다. 백 대표는 자기 이름이 걸린 제품인 만큼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체크하고 회의에도 직접 참석할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고 한다. 최근에는 백 대표의 대외 활동이 잦아지면서 직접 회의에 참석하진 못하지만 그의 손은 꼭 거친다는 게 박 MD 설명.
“더본과 매일 소통하고, 2주에 한 번 씩은 꼭 회의를 하는 것 같아요. 이번 도시락 시리즈는 가장 호불호가 없고, 국내 정서에 맞는 종류를 찾는 것부터 했어요. 선호도 높고, 남녀노소가 좋아할 만한 것을 찾는 게 중요했거든요. 그 중 첫째가 제육이었고, 2탄이 바싹불고기였죠. 주 타깃은 30~40대 남성입니다. 육류를 선호하고 양 많은 걸 좋아하는 그룹입니다. 여기에 가격까지 싸니까 더 많이 찾게 되는 거죠.”
8년간 도시락 등 간편 음식을 담당해온 박MD는 수없이 많은 도시락을 먹었다. “이제 도시락 먹는 게 질리지 않느냐”는 물음에 그는 “질리긴 하지만 그래도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기 위해선 계속 먹어야 하지 않겠냐”며 웃었다.
박 MD는 도시락에 포함된 김을 만들기 위해 바다에 가고, 소고기, 돼기고기를 구하기 위해 도축부터 경매까지 확인한다. 쌀도 단일미를 사용하는데, 직접 전남 산지에 가서 쌀 품종부터 재배하는 것을 확인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여기에 도시락 포장 용기 공장에 가서 구성과 안정성을 봐야하기 때문에 할 일이 한 두 개가 아니다.
“1만7000개 점포 점주를 대신해서 도시락을 탄생시키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 만큼 부담이 있다 보니까 외부 출장을 다녀오면 마음이 편치만은 않아요. 이런 마음이 쉽게 사라지진 않겠지만 편의점 트렌드, 사회 전체 흐름이나 기조를 바꿀 수 있는 메가 트렌드 형태 다른 것들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계획입니다.”
박슬기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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