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회사가 현지화에 성공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나라를 찾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오병국 글로벌보험센터장은 “우리나라와 보험 환경이 비슷한 국가가 일본이지만 일본 보험시장에 진출해 높은 시장점유율과 수익을 달성할 수 있는 국내 보험 회사가 나오기 어렵다”라며 “보험회사가 현지화에 성공하여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나라를 찾는 것이 보다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오병국 센터장은 보험 산업 복잡성, 상이한 해외환경을 고려한다면 진출 국가 보험 수요 성장성, 보험 인프라, 정치적 리스크 뿐 아니라 진출방식, 현지 경영전략, 투자영업 등에 걸쳐 편익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험사 동남아 진출 초기 단계…규제 파악·신뢰 파트너 중요
보험사들은 동남아 시장으로 진출을 적극적으로 꾀하고 있다. 한국 보험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에 접어들어 신규 고객 확보가 어려워서다. 보험연구원에서 작년 11월 발표한 ‘2023년 보험산업 전망’에 따르면, 2020년 전체 가구 2/3이 1인 가구 또는 2인 가구로 구성됐으며 4인 이상 가구는 전체 가구 1/3에 미치지 못해 보험 수요가 늘어나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오병국 센터장은 국내 보험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반면 동남아 시장은 보험 산업 성장성이 높아 보험회사들이 주목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동남아 시장에 진출이 집중될 수 밖에 없는 배경은 해외 보험사가 선진국에 진출하는 목적이 국내 보험사 목적과는 다른 점에 있다고 진단했다.
오 센터장은 “보통 보험회사가 미국, 유럽 등 선진 보험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해외진출 다변화로 장기적으로 성장과 수익을 분산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라며 “하지만 우리나라 보험회사의 경우엔 선진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과 거주하는 교민을 상대로 보험서비스를 제공하여 주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배경이 좀 다르다”고 말했다.
오병국 센터장은 글로벌 시장에 보험업계가 진출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최근 대형사 중심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 센터장은 “우리나라 보험회사가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시기는 미국, 일본, 독일, 네덜란드 선진 보험시장의 보험회사에 비해 비교적 짧아 해외 진출 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경영성과를 내고 있는 보험회사 사례를 꼽기는 어렵다”라며 “다만, 최근 몇몇 대형보험사 중심으로 동남아지역에서 매출 및 시장점유율이 확대되고 있어 그 추이를 지켜볼 필요는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형 보험사들은 동남아시아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해있다. 한화생명, DB손해보험, 삼성화재, 현대해상, 미래에셋생명 등 다양한 보험사들은 베트남,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지분 인수, 법인 등을 설립해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생명보험사 최초로 베트남 보험영업을 개시한 뒤 지속적인 성장을 보여주기도 했다. 매출로 상위 10위권 안에 들었으며 작년에는 베트남 리포트가 선정한 베트남 생명보험사 중 가장 신뢰받은 생명보험사 7위에 선정된 바 있다.
DB손해보험은 베트남 손해보험시장 점유율 10위를 차지하고 있는 VNI(Vietnam National Aviation Insurance) 손해보험사를 인수하기로 하고 하노이에서 인수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한화생명은 인도네시아 재계 순위 6위인 Lippo그룹의 금융 자회사 리포 손해보험사 인수를 완료했다.
리포 손해보험사 인수로 한화생명 인도네시아 법인은 기존 생명보험 사업의 성장세를 견지하며, 인도네시아 현지 내 보험사의 수평적 통합을 기반으로 생·손보를 아우르는 상품 포트폴리오 구축이 기대되고 있다.
동남아시아는 외국계 보험사로 신설 법인을 설립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도 한화생명이 초기 진출했을 당시 과거 15년간 외국계 자회사에 승인을 내준 경우가 한건도 없었다.
오병국 센터장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우량 매물, 조인트 벤처식으로 진출할 수 밖에 없는 만큼 합작 파트너 선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 센터장은 “조인트벤처의 경우엔 별도의 협의가 없이는 경영권 행사에 필요한 지분율이 제한되기 때문에 보험회사의 자유로운 경영전략 추진에 제약이 가해질 수 있다”라며 “비슷한 경영철학을 공유하고 있는 합작 파트너를 신중하게 선정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일본 다이이치생명 해외진출 사례 주목
오병국 센터장은 한국 보험회사가 참고할 만한 해외 보험사 해외 진출 사례로 일본 다이이치생명을 꼽았다. 일본은 한국보다 고령화 사회에 일찍 진입하는 등 한국 보험 시장 환경과 가장 유사하다. 오 센터장은 “해외 보험회사 같은 경우는 우리보다 훨씬 더 오래전부터 해외시장에서 성장동력을 찾고자 노력해왔지만 우리나라와 비슷한 인구구조의 변화, 저성장 및 저금리, 보험시장 포화상태를 겪은 일본 보험회사의 해외진출이 가장 롤모델 또한 참고할 만한 사례“라며 “다이이치생명의 경우 현재 우리나라 보험회사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동남아 시장에 가장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는 일본 보험회사”라고 말했다.
다이이치생명은 우리나라에서 주력하고 있는 동남아 시장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 주된 진출방식은 대주주 지분 인수 후 자회사로 편입 및 현지회사의 일부 지분 인수 등으로 우리나라 진출 방식과 유사하다.
글로벌 시장 진출에서 중요한 ‘현지화’에서도 괄목할 성과를 보여줬다.
오 센터장은 “일본 다이이치생명은 베트남에서는 현지인과의 신뢰관계 구축, 상품 다양화, 판매채널 효율화 등으로 현지화에 성공하여 현재 시장점유율 3위에 랭크 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일본 다이이치생명은 미국, 싱가포르, 호주,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미얀마, 캄보디아에 진출해있다.
2020년까지 해외사업 수입 기여도 30%를 목표로 해외시장을 기존의 성장시장, 안정시장에서 개척시장 추가하여 3분화하는 지역적 분산 전략 수립했다.
글로벌 진출에서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으로 ‘현지화’가 꼽힌다. 오 센터장은 성공적인 현지화를 위해서는 현지 당국과 CEO 간 신뢰 관계 형성, 상품 개발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오병국 센터장은 “현지 공무원 및 보험회사 CEO들과의 신뢰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라며 “현지 고객 니즈와 인구구조에 적합한 상품 개발 및 판매채널 구축이 현지화에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보험연구원에서도 일본 보험 시장을 살펴보기 위해 5월 말 업계와 일본 출장을 진행할 예정이다.
보험연구원 글로벌보험센터는 보험연구원 산하 센터로 해외 보험 동향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2주마다 보험연구원에서 정기적으로 발간하는 KIRI(키리) 리포트에 포함된 글로벌 이슈를 발간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해외보험동향을 매 분기마다 파악해 발간하고 있다.
기존 일본·중국·베트남·인도 등 개별 국가 보험시장을 조사한 보고서도 내고 있어 동남아 시장에 진출을 확대하려는 보험사들에게 유용한 자료로 쓰인다.
전하경 기자 ceciplus7@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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