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13일 'SVB, 과잉긴축의 청구서' 리포트에서 "인플레이션 고착화, 연준의 유동성 긴축으로 위험자산 전반 경계적 관점이 필요하다"며 "SVB 사태는 2008년 리만 파산과는 다르지만 장단기 미스매칭 등 구조적 문제점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박소연 연구원은 "벤처캐피탈, 스타트업에 연쇄적 영향이 우려된다"며 "로쿠와 로블록스 등은 보유현금의 26%, 5%가 SVB에 묶였다고 발표했고, 당장 15일 급여 지급에 문제가 생긴 스타트업도 많을 것이란 전언"이라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무엇보다 이번 SVB 사태는 2008년 리만 파산의 악몽을 떠올리게 만든다"며 "SVB는 미국 내 자산규모 16위라 적지 않은 규모인데다, 비슷한 문제를 가진 중소은행이 한둘이 아닐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한 상태"라고 지목했다.
다만 박 연구원은 "이번 SVB 사태는 일견 한국의 레고랜드와 PF사태와 닮아 있지만, 우리는 은행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며 "미국 은행권 총 자산의 50%는 상위 10개 은행에 몰려 있고 그 중 약 40%는 상위 5개사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제시했다.
그러나 연준의 과잉 긴축에 따른 여파가 곳곳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여전히 경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박 연구원은 "SVB는 특수 케이스라 원래대로 금리를 계속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아직 대다수인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연준의 금리 인상은 '자기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과 달리 미국은 고정금리 대출이 많아 금리인상에 따른 비용을 소비자가 아니라 금융기관이 떠안기도 해서, 블랙스톤 등 유수의 부동산 펀드도 여전히 돈이 돌지 않아 환매 제한을 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오는 21~22일(현지시각) 미국 연준(Fed)은 3월 FOMC를 앞두고 있다.
박 연구원은 "연준이 50bp 인상을 고집하거나 매파적(hawkish) 스탠스를 유지한다면 균열이 급격하게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아직은 위험자산 전반에 대해 경계적 관점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도 13일 리포트에서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규제가 강화되면서 은행 시스템이 견고해진 점은 대형은행에 국한된 말이며, 기준금리 인상에 취약한 고리, 예컨대 규제에서 벗어난 중소형 은행은 여전히 문제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은행의 만기 불일치 구조와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채권 자산, 금리 인상에 따른 미실현 손실 증가는 중소형 은행을 중심으로 예상치 못하게 유동성이 늘어날 경우 중소형 은행들이 예상치 못한 유동성 수요에 대응할 만한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판단했다.
이다은 연구원은 "이번 사태로 인한 파급력을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누적된 통화긴축 영향으로 인해 금융시장에 전반에 리스크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라며 "문제는 아직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과 QT(양적긴축)는 진행중이라는 점으로, 이번 사태로 금융 시스템 안정성을 위해 연준의 긴축 강도가 이전 강도로 강화될 가능성은 낮아졌으나, 시스템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긴축이 계속 진행된다는 것만으로도 부담스러운 상황으로, 따라서 미국 전반적인 금융 리스크에 대해 조심해야 하는 시점으로 판단한다"고 제시했다.
중앙은행들의 통화긴축 강도 약화를 예상하는 목소리가 퍼지고 있다.
이남강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SVB의 파산의 시스템 리스크 전이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SBV 사태는 단기자금의 유동성 프리미엄 확대와 그로 인한 금융여건 악화, 불확실성 확대 경로를 통해 실물 경제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SVB 파산이 일정 정도의 금융여건 악화를 통해 연준의 목표달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만큼 3월 미팅에서 FOMC의 25bp 인상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부터 변하지 않은 연준의 입장,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더욱 데이터 의존적(data dependent)하게 갈 것으로 물가 예상치만 부합하면 ‘베이비스텝(Baby Step)’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제시했다.
김성수 연구원은 "나라 안 사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지만 국내 흐름이 바뀔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결국 시선은 또 다시 바깥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며 “'한국은행은 연준으로부터 독립하지 못했다'는 작년 발언을 다시 한번 기억할 필요가 있다, 우리 통화정책의 ‘엣지(edge)’는 미국"이라고 제시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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