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대표 선출이 어쩌다 이렇게 불확실한 일이 되어 버렸는지 안타깝다. 문제는 이 불확실성이라는 것이 참으로 고약하다는 것이다. 위험(리스크)은 최악의 상황을 예측해 다소간 손실을 보더라도 피할 수 있는 기회라도 있는데, 불확실성은 예측 가능성이 전혀 없어 피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가령 수험생 KT군을 생각해보자. KT군은 수학이 약하다. 그런데 최근 시험 트렌드는 변별력을 강화하기 위해 수학 시험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KT군은 수학 공부하는 데 드는 시간을 사회탐구 영역에 과감하게 투자하기로 했다. 수학을 포기하는 대신 국어와 영어 그리고 암기과목에서 더 좋은 점수를 거두는 것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 이게 위험이다.
그런데 KT군에게 날벼락같은 소식이 들렸다. 시험 과목이 돌연 논어와 맹자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정규 교육과정 중심으로 시험 공부를 했던 KT군은 이런 법이 어디 있느냐고 항의했지만 출제자는 인류 지혜가 담긴 고서에서 출제하는 게 무슨 문제가 있냐고 일축했다. KT군은 당황스럽다. 시험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지 엄두도 나지 않는다. 불확실성은 이런 것이다.
차기 KT 대표가 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이들의 면면이 화제다. KT 대표가 반드시 정보통신(ICT) 분야 전문가일 필요는 없다. 최고경영자로서 자질과 능력 그리고 임직원들을 포용할 수 있는 리더십 있는 인물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이번에 지원한 후보군을 보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인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는 게 보인다. KT 차기 대표 후보군이 발표됐던 지난 20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경로당 회장, 국민의 힘 지역위원장 뽑은 것도 아니고, 참 답답하네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들은 저마다 (갑자기 시험 과목을 바꾼) 그 ‘신호’의 주인공이 자신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어떤 게 소음인지, 어떤 게 신호인지 판단할 수 없어 혼란스럽다. KT로서는 경기 불황과 디지털 대전환으로 대외적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는 마당에, 생각지도 못했던 내부 불확실성을 해소하는데 쓸데없이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생겼다.
최용성 기자 cys@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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