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대표가 KT의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로 결정된 지 한 달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그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바로 KT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구 대표 연임에 반대 의사를 표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반대 사유로 내세운 것은 ‘불투명성’이다.
지난달 KT 이사회가 차기 대표이사로 구현모 대표를 단독 후보로 결정했다는 소식에 국민연금은 “KT 이사회가 이날 현직 최고경영자(CEO) 구현모를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확정해 발표한 데 대해, 기금이사는 ‘CEO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경선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라며 이례적인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사실 주주 입장에서 절차적 투명성과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KT 대표이사 후보자 선정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이처럼 노골적으로 의결권 행사 의지를 드러내며 개입할 정도의 사안이냐는 것이다.
그간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 강화 의지를 드러내왔다.
일각에선 정치적 입김이 작용한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단지 구 대표가 문재인 정부 때 취임했다는 게 그 이유다.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KT도 윤 정부 사람(?)이 들어서야 한다는 압박이 있을 것이란 얘기다. 전혀 사실과 다른 내용이지만 지난해 민영화 20주년을 맞은 KT가 여전히 정치적 외풍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방증이다.
최근에는 KT 사외이사인 이강철 이사가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 이사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지낸 바 있다. KT는 ‘일신상 이유’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전 정부와 관련된 인사인 만큼, 구 대표 연임에 힘을 싣기 위한 움직임이지 않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결국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가 중요해졌다. KT 주요 주주로는 국민연금(9.95%)과 현대차그룹(7.79%), 신한은행(5.58%) 등이 있다. 이 중 현대차그룹과 신한은행은 구 대표 우호 지분이라고 볼 수 있는데, 두 회사의 지분을 합치면 13.37%로 국민연금을 넘어선다.
국민연금이 말하는 ‘스튜어드십 코드’는 무엇일까.
스튜어드십 코드의 사전적 정의는 기관투자자가 주식을 보유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닌 투자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해 주주와 기업의 이익을 추구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과 투명한 경영을 이끌어 내는 것이 목적이라고 한다.
KT는 2019년 연간 영업익 1조1595억원 수준에서 2021년엔 1조6718억 원으로 40% 가까이 늘었다. 비통신 매출 비중도 구 대표 취임 전 27%에서 지난해 3분기 41%까지 끌어올렸다. KT 시총도 2013년 이후 10년 만에 10조원을 회복했다.
KT 임직원 90%가 가입해 있는 제1 노조도 구 대표 연임을 지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은 KT ‘디지코’ 사업 연속성에 제동을 걸고 있다. 그들이 강조하고 있는 스튜어드십의 코드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