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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와 새롭게 만나는 작가…부담 없이 책 펴는 독자 [밀리의서재, IPO와 친해질까②]

기사입력 : 2022-10-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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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 기회 확대…독자 반응 실시간 확인
독서 습관 변화…구독 개념 아직 낯설어

황보름 작가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이미지 확대보기
황보름 작가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한국금융신문=정은경 기자] 독서 플랫폼이 작가와 독자 간 새로운 소통 창구로 자리 잡고 있다. 신춘문예, 문학지 등단처럼 권위적이고 딱딱한 기존 통로 대신 인터넷, 모바일 등과 같은 테크놀로지에 기반해 보다 대중적이고 친숙한 형태로 작가와 독자가 만나고 있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의 황보름 작가도 그런 케이스다. 이 작품은 황 작가가 카카오 콘텐츠 퍼블리싱 플랫폼 ‘브런치(Brunch)’에 연재하던 장편 소설로 세상과 처음 만났다. 이어 밀리의 서재에서 전자책으로 출판된 이후 입소문을 타고 종이책 출간까지 이어졌다. 현재 전국 서점에선 베스트셀러 소설 코너에 자리 잡고 있다.

황 작가는 “작가가 되고 나서 간절히 바랐던 것은 누군가가 내 책을 ‘읽어주는 것’이었다. 어떤 형식인지는 크게 상관없었다”며 “브런치-밀리의 서재 흐름은 기존 출판 시스템에서 배제된 책이라고 해도, 실은 이런 책을 기다리는 독자가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소설은 등단이란 좁은 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출간 자체가 힘들다. 하지만 브런치-밀리의 서재라는 흐름을 통해 독자는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나게 되고, 작가는 생각지도 못했던 출간 기회를 얻게 됐다”며 “앞으로 더 많은 흐름이 생겨나 작가와 독자가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방법으로 자주 만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 작가는 “독서 플랫폼은 월정액만 내면 많은 책을 손쉽게 ‘읽기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며 “그렇게 읽기 시작해서 끝까지 전자책을 완독할 수도 있고, 읽는 중간에 소장 욕구를 느껴 종이책을 구입하게 될 수도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저주토끼〉, 〈런던이 나를 불렀다〉의 정보라 작가. 사진=밀리의서재이미지 확대보기
〈저주토끼〉, 〈런던이 나를 불렀다〉의 정보라 작가. 사진=밀리의서재
밀리의 서재가 국내 전자책 구독 시장을 열고 있다. 기존에는 서점, 도서관 등을 통해 책을 대출해 읽거나 종이책을 직접 구입해야 했다면, 이제는 매달 일정한 금액만 지불하면 원하는 만큼 책을 읽을 수 있다. 기존 출판업계 생태계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 넣은 것이다.

전자책 등장 이후 변화된 출판 생태계에 대해 작가들은 △낮아진 등단 장벽으로 신인 작가들에게 출간의 기회가 더 많아졌다는 점 △독자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꼽으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저주토끼>로 영국 최고 권위 문학상인 부커상 국제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정보라 작가는 “전자책의 가장 큰 장점은 빠르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가 밀리 오리지널 콘텐츠로 펴낸 <런던이 나를 불렀다>는 전자책의 스피드함을 잘 보여준 작품이다. 정 작가가 부커상 시상식 참가 및 영국 여행기를 실시간으로 담아낸 콘텐츠인데, 독자들로부터 “마치 실시간 여행기를 읽는 것 같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 작가는 “시리즈를 연재하면서 전자책 장점을 피부로 느꼈다. 밀리의 서재가 아니었다면 부커상 국제부문 행사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실시간 바로바로 독자에게 전달하는 기획은 생각조차 못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집필, 공개 사이 시간도 짧고, 공개한 뒤 수정할 일이 생겨도 처리가 빠르고, 독자들 반응도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밀리에서 처음 오리지널 작품을 선공개했을 때도 이 점을 가장 신선하게 느꼈다”고 강조했다.

정 작가는 “전자책도 교열과 수정 점검, 원고와 표지 시안 확인, 조판 등 일반적 출간 과정은 모두 거치기 때문에 전통적 출판 생태계를 뒤흔들 만한 차이점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종이책은 두꺼운 책을 시간을 두고 읽어나가며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고, 전자책은 바쁜 일상 속에서도 틈틈이, 꾸준히 계속 글을 접하는 독자에게 사랑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죽고 싶지만 찌질하긴 싫어〉의 백세희 작가. 사진=밀리의서재이미지 확대보기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죽고 싶지만 찌질하긴 싫어〉의 백세희 작가. 사진=밀리의서재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로 베스트셀러에 오른 백세희 작가는 최근 <죽고 싶지만 찌질하긴 싫어>를 밀리 오리지널로 연재했다.

그는 출판 생태계 변화에 대해 “기존 방식이었던 등단, 출판사 투고는 장벽이 너무 높은 느낌이었다면, 요즘은 크라우드 펀딩, 브런치, 밀리의 서재 등이 그 장벽을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백 작가는 “(전자책 플랫폼은) 정식 작가가 아니어도 실력만 있다면 기회를 잡고 자기 작품을 독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밀리 오리지널로 작품을 공개하면서 독자들 궁금증, 질문, 댓글을 통해 독자들이 무엇을 원하고 궁금해하는지 선명하게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이후 종이책 출판 편집 과정에서도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Unsplash이미지 확대보기
사진=Unsplash
그렇다면 독자들은 전자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아직 전자책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도 많다. 20대 직장인 한 모 씨는 “스마트폰, 패드는 종이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읽는 맛을 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 모 씨도 “종이책은 구매하고 나면 소유의 개념이 있어 끝까지 읽으려고 노력하는데, 전자책은 그렇지 않다”며 “몇 장 읽다가 아니다 싶으면 넘겨버린다. 이렇다 보니 콘텐츠에 대한 애정도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트렌드는 전자책에 긍정적인 편이다. 직장인 송주연 씨는 밀리의 서재를 통해 독서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말한다. 출퇴근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물론 기차·비행기 등 여행 도중에, 카페 등에서도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밀리의 서재를 이용한다. 최근에는 앉아있는 시간이 긴 미용실에서도 이북 리더기를 통해 독서를 한다.

그는 “데일리로 꾸준히 하는 게 습관이다. 밀리의 서재는 온라인 기반으로 접근성이 좋아 언제 어디서든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확실히 도움이 된다”고 했다

송 씨는 “(전자책 플랫폼을 사용하는) 지인들 의견을 들어보면,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면서 “다만 일단 써본 사람은 계속 사용하지만, 전자책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받아 구독을 신청하고, 독서를 시작하기까지가 오래 걸리는 이들도 아직은 많다”고 전했다.

30대 구독자인 김 모 씨는 “밀리를 이용하면서 독서하는 습관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한다.

그는 “기존 종이책을 읽을 때는 한 달에 한 권 읽기도 버거웠는데, 밀리는 언제 어디서나 읽을 수 있어 상당히 많은 책을 읽을 수 있게 됐다. 특히 앱을 구경하다가 재밌어 보이는 책을 선뜻 읽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김 씨는 “특히 주식, 부동산 등과 같은 재테크 위주 서적에서 전자책 구독은 강점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 “이런 서적들은 유행을 많이 타는데, 그때그때 종이책을 사기보다 전자책 구독을 통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최신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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