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다고 한다. 2년만이다. 그 전에 9년 연속 파업을 벌였다. 파업을 건너 뛴 작년에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린 건 아이러니다. 어쨌든 작년 장사를 잘 했으니 올해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달라는 노조 주장은 타당하다.
그런데 단체협약이 부결됐다. 기아가 파업에 들어가는 이유다. ‘퇴직자 복지 축소’라는 게 발목을 잡았다.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들 처우가 아니라 퇴직자 복지 때문에 단협이 불발됐다는 것이다. 직원들조차 어리둥절했다는 후문이다. 도대체 무슨 내용일까.
기아는 25년 이상 근무한 퇴직자에게 차량 할인 혜택을 준다고 한다. 2년마다 30% 할인된 가격에 기아 신차를 ‘평생’ 살 수 있는 조건이다. 대형 세단인 K9 신차 풀옵션 가격은 9300여만원에 달한다. 이걸 6500여만원에 살 수 있다는 얘기다. 무려 2800만원 가량 더 싸게 산다. 엄청난 혜택이다. 이 정도면 회사가 손해 보며 파는 거다. 과거 어떤 시기에 이뤄진 단체협상인지 모르겠지만, 이걸 주장해 관철시킨 노조나 받아들인 사측이나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결국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기아는 파업에 들어간다. 도대체 이런 내용에 불만을 가진 직원들이 얼마나 되기에 파업 찬성안이 가결됐을까. 기아 직원 구성을 보면 답이 나온다. 기아는 전 직원 3만4100여명 가운데 50세 이상이 1만8800여명으로 절반이 넘는다. 평근 근속 연수가 22년 2개월이나 된다.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고참 직원들이 합의안에 반대한 것이다. 이들이 “나도 곧 퇴직할 텐데, 왜 하필 지금이냐?”며 강하게 반발했다고 한다.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이 상황을 잘 설명해 준다. “아는 분이 기아차 지점장이신데, 2년에 30프로 할인이라... 2년 타고 중고차로 팔아도 그 돈은 건진다고 하던데... 그에 비해 우린 직원 할인도 없고, 역시 대기업은 다르구나 싶더라구여” 고참 직원들은 제도 변경으로 퇴직 후 노후자금 마련 전략에 차질이 빚어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신차를 30% 싸게 사서 2년 후에 중고차로 팔면 상당한 금액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현기차 안사면 그만 ㅋㅋ 신경 끄셈’
최용성 기자 cys@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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