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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예대금리차 비교 공시, ‘은행 줄세우기’에 그치나

기사입력 : 2022-10-04 00:00

(최종수정 2022-10-04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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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아란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사진: 한아란 기자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정책금융상품이나 중저신용자 대출을 많이 취급하면 예대금리차를 밀어 올리기 때문에 단순히 예대마진이 가장 큰 은행으로 낙인찍힐까 두렵습니다.”

지난 7월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대금리) 비교 공시가 시작된 이후 은행권에선 “억울하다”는 하소연이 쏟아지고 있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8월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전월보다 0.03~0.36%포인트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예대금리차는 평균 대출금리(해당 월에 신규 취급한 가계대출 및 기업대출의 가중평균금리)에서 저축성 수신금리(해당 월에 신규 취급한 순수저축성예금 및 시장형 금융상품의 가중평균금리)를 뺀 값으로 산출된다. 예대금리차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은 산술적으로 대출·예금 금리 격차에 따른 마진이 많다는 뜻이다.

은행들의 예대금리차가 전월에 비해 더 크게 벌어진 건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가파른 대출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은행들이 수신금리를 올린 결과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상승과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졌다.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추며 조정에 나섰지만, 대출금리 평균을 낮추지는 못했다.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하고 지난달 예대금리차 공시 이후 ‘이자 장사’ 비판을 피하기 위해 잇달아 수신금리를 인상했지만 대출금리 인상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분석이다.

예대금리차 1위 자리는 7월 신한은행에서 8월 농협은행으로 바통이 넘겨졌지만, 은행마다 사정은 천차만별이다. 각 은행의 특성을 고려하면 통계 착시·왜곡 현상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월 농협은행의 예대금리차는 1.76%포인트로 전월에 비해 0.36%포인트 벌어졌다. 농협은행은 단기성 정부정책 자금을 취급하는 특수성에 따라 8월에 정부정책 자금을 포함한 6개월 미만 단기성 자금이 대거 유입된 영향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가계대출 금리는 다른 은행 대비 최저 수준이고, 개인예금 역시 특판을 운용하는 등 낮은 편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8월 예대금리차 2위(1.43%)에 오른 국민은행 역시 서민 맞춤형 대출상품인 새희망홀씨대출을 적극 지원한 결과 8월에 타행 대비 2배 이상 규모로 취급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시에 추가된 정책서민금융상품 제외 가계 예대금리차 항목에는 햇살론뱅크·햇살론15·안전망대출Ⅱ 등 보증료를 은행이 분납 후취하는 상품만 빠지고 새희망홀씨대출은 그대로 포함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예대금리차 공시제도에 정책서민금융상품 제외 기준을 추가했지만 은행권에서는 과도한 ‘줄 세우기’ 공시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계속되는 이유다.

예대금리차 비교 공시는 지나친 이자 장사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금리가 높은 저소득·저신용 서민 대상 정책금융상품을 많이 취급할수록 예대금리차가 커지는 통계 착시·왜곡 현상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8월 통계부터는 정책금융상품을 제외한 예대금리차가 추가로 공시됐다. 제도 개선에도 불만은 여전하다. 특히 예대금리차 산정에 중금리대출 금리가 반영돼 있는 만큼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저신용자에 대한 중금리대출이 많거나, 주택담보대출보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신용대출이 늘면 예대금리차는 커진다. 정부 정책에 맞춰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릴수록 평균 대출금리가 높아져 ‘과도한 이자장사를 하는 은행’으로 낙인찍힐 가능성이 커진다는 게 은행권의 주장이다. 이 같은 현상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큰 인터넷전문은행에서 두드러진다.

금융당국은 예대금리차 공시로 은행들의 자율적인 금리 경쟁을 촉진하고, 궁극적으로 금융소비자 편익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예대금리차 공시를 의식한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하가 출혈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상적으로 기준금리가 오르면 코픽스 금리와 대출금리가 차례로 높아지지만, 은행들은 예대금리차 공시 이후 잇달아 대출금리를 내리고 있다. 가산금리를 낮추거나 고객 우대금리를 확대하는 식이다. 은행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뒤 가감조정금리(우대금리)를 빼 산출한다. 은행이 자체적으로 산정하는 가산금리는 리스크프리미엄, 유동성프리미엄, 신용프리미엄, 자본비용, 업무원가, 법적 비용, 목표이익률 등으로 구성된다. 사실상 은행의 ‘마진’에 해당한다.

예대금리차를 줄이려는 노력이 장기적으로는 은행 수익성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 주주 눈치를 보게 되는 점도 은행들의 속앓이가 깊어지는 대목이다 결국 은행권의 이자 담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신금리는 올리고 대출금리는 내리다 보면 마진이 줄어들텐데, 이 같은 부담을 지고 마구잡이식으로 계속해서 조정이 이뤄질 순 없을 것”이라며 “결국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하면 은행들끼리 비슷한 예대금리차로 맞추는 가격 담합 부작용까지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금융소비자 편익 제고를 내세운 예대금리차 공시. 은행들의 이자 장사를 막을 근본적인 정책인지 생각해 볼 때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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