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열린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어피니티 주요 임직원과 안진회계법인 회계사들에 대한 항소심 4차 공판에서는 검찰과 피고인 변호인단의 프레젠테이션 절차가 진행됐다.
이메일 증거자료에는 어피니티와 안진이 결국 소송으로 갈 확률이 높으니 가능한 유리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결과 값을 높이자고 상호 합의한 내용이 담겼다. 어피니티는 안진에 이메일을 보내 가치평가방법 등의 수정을 지시했고, 그 결과 교보생명 1주당 풋옵션 행사가격은 시장가치 대비 두 배 이상 높아졌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검찰 측은 "이 사건은 현재 물가와 금리가 치솟아서 집값이 하락하고 있는데 1년 전 가격으로 자신의 집을 매수해달라는 것과 같다"며 "이메일 증거를 보면 안진 회계사들이 얼마나 계산기처럼 답변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회계법인이 제공하는 유가증권, 유형자산, 무형자산 등에 대한 '가치평가 서비스 수행기준'에 따르면 가치추정업무는 가치평가서비스와 가치산정서비스로 나뉜다. 검찰은 “해당 수행기준의 상호 이해 대상은 용역 범위가 어떻게 되며, 그 가치평가 용역을 통해서 어떤 보고서가 산출되는지 등에 관한 것”이라며 “이해 기준에는 끊임없이 주고받은 이메일과 평가방법과 인자, 최종 단가를 협의하라는 내용은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공인회계사회가 진행한 안진 회계사들에 대한 징계 역시 원칙을 무시한 '제 식구 감싸기' 행태인 점이 밝혀졌다. 회계사회는 앞서 안진 회계사들과 어피니티 관계자들 사이에 주고받은 문서가 200건 이상 있음에도 이를 공모행위가 아니라 통상적 업무 협의로 판단했다.
1심 무죄 결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회계사회의 '조치 없음' 결론 도출 과정에 문제가 발견된 만큼 향후 재판부 판단 변화 가능성도 제기됐다. 검찰은 "투자자들과 회계사들 간의 업무 협의에 대해 통상적인 업무 협의로 볼 수 있다며 ‘조치 없음’을 내린 한공회 판단이나 이를 그대로 원용한 1심 판결 모두 잘못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검찰 측은 이번 사건의 올바른 판결을 위해 넘어야할 과제도 제시했다. 평가결과를 더 부풀릴 수 있었지만 최대치까지 부풀리지 않았으므로 투자자들이 평가방법, 인자, 최종가격 등을 결정했다고 볼 수 없다는 1심 재판부 논리도 정면 반박했다. 검찰은 "100억원을 편취할 수 있었는데 50억원만 했다고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며 ”투자자들과 회계사들은 초기부터 소송에 대비해서 합리적인 근거를 만들려고 시도했다“고 말했다.
평가자와 의뢰인 간 업무회의는 최초 평가의 방향성 논의부터 최종보고서 내용까지 전 과정에 걸쳐 많을수록 좋다는 1심 논리도 지적했다. 검사 측은 “이 사건의 평가 방법이나 인자, 최종 가격 등에 대해서 나눈 업무 협의도 통상의 것이라고 인정할 경우 과연 공인회계사의 독립성과 공정성은 어떻게 지켜질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검사는 “피고인들이 제시한 40만9000원은 시장의 예상 시장 가격의 평균 추정 가격의 2배 이상으로 투자자들은 정상 가격에 비해서 1조원 이상의 투자 수익을 얻게 되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며 “눈 가리고 아웅한다는 옛말이 있다. 지금은 그 말의 의미를 되새길 시점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어피너티컨소시엄 변호인은 "가치평가 초기부터 보고서 발행시까지 안진과 FI가 주고받은 이메일을 전반적으로 설명하면서, FI가 안진에 특정 평가방법과 관련된 지시를 내린 것처럼 묘사한 검사의 주장은 일부 이메일의 문구를 왜곡 및 오역한 것"이라며 "변호인은 안진이 교보생명 가치평가 과정에서 비상장 보험회사에 적용될 수 있는 모든 평가방법을 다양하게 검토한 후 평가방법, 평가인자를 전문가적 판단에서 결정하였다는 점을 설명하고 안진이 FI와 공모해 FI에 유리한 평가방법만을 채택했다는 검사의 주장은 억측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어피니티컨소시엄 관계자 2인과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3인에 대한 5차 공판기일은 오는 11월 23일로 예정됐다.
전하경 기자 ceciplus7@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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