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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 금산 분리와 규제 혁신

기사입력 : 2022-09-26 00:00

(최종수정 2022-09-26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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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금융규제 혁신 과정 성공 사례 참고
빅블러 시대 걸맞은 금융법 제도 재확립

▲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 전 한국정보통신산업진흥원 수석연구원- 전 파리 13대학 산업경제연구센터(CREI) 초빙연구원-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박사이미지 확대보기
▲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 전 한국정보통신산업진흥원 수석연구원- 전 파리 13대학 산업경제연구센터(CREI) 초빙연구원-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박사
지난 7월 금융규제혁신회의가 출범했다. 디지털화와 빅블러(Big Blur) 현상으로 인한 금융산업 구조와 기술 변화에 대응하고, 금융산업이 독자적인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근본적으로 혁신하겠다고 한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블록체인 등 디지털 기술이 금융과 결합하고, 산업간 융복합화의 진전과 함께 전통적인 산업간 경계가 사라지는 빅블러 현상은 금융산업에서도 보편적인 흐름이 된 지 오래다.

우리나라에서도 간편결제를 필두로 핀테크, 빅테크로 불리는 기술 기반 신규사업자들이 출현하였고, 특히 디지털 플랫폼에 기반을 둔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도 확대되어왔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인터넷전문은행, 오픈뱅킹, 마이데이터, 규제샌드박스 도입 등 디지털금융을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노력들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덕분에 금융소비자들은 언제부턴가 굳이 은행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조회, 이체와 같은 단순 업무뿐 아니라 예적금, 투자, 대출까지 비대면으로 처리하는 게 가능해졌다.

또한 금융상품의 검색, 비교, 구매에 걸쳐 다양한 디지털 경험을 축적하게 되었으며, 금융과 비금융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묶음형 원스톱서비스에 대한 니즈도 갈수록 증대하고 있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 활용이 능숙한 MZ세대는 커머스, 콘텐츠, 자동차, 부동산 등 다양한 일상생활 속에서 금융과 비금융 서비스를 한 번에 받기를 원한다.

고령층은 자산승계나 자산관리와 같은 금융서비스뿐 아니라 의료서비스나 돌봄서비스와 같은 비금융서비스를 유기적으로 통합한 서비스를 원한다.

그런가 하면 금융이력 부족자(thin filer) 및 자영업자들은 다양한 비금융 데이터의 활용을 통해 금융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기를 기대한다. 디지털 금융의 발전이 금융소비자들의 서비스 이용 편의성을 제고하고, 정보비용이나 거래비용을 낮춰줌으로써 긍정적인 후생효과를 가져다 준 건 분명하다.

반면에, 금융법제를 근간으로 하는 금융규율체계는 이렇듯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산업과 시장의 융복합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전통적인 분류체계와 기준을 고수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특정 업태, 업종을 기준으로 하는 업법과 이에 기반해서 인허가 제도와 규제제도를 운영하는 전업주의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간 엄격한 분리와 소유제한을 핵심으로 하는 금산분리 원칙이 대표적이다.

사실 위에서 언급한 디지털금융 정책들은 대부분 이러한 기존 금융규율체계의 개편보다는 해당 규율을 우회하여 그 외부에서 특별법이나 예외규정 등의 형태로 추진된 것들이다.

이는 디지털혁신의 관점에서 볼 때, 기존 금융회사에게는 ‘과잉규제’, 빅테크사업자에게는 ‘과소규제’라는 이분화된 규율체계를 초래했다. 게다가 금융업 내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새로운 서비스를 발전시키는 핀테크와 플랫폼 경쟁력에 기반하여 금융-비금융 서비스를 결합 또는 묶어서 제공하는 빅테크에 대한 규율체계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비대칭 규제에 기반을 둔 정책의 수혜는 결과적으로 소수 대형 빅테크 사업자들에게 돌아가고, 오히려 기울어진 운동장 이슈가 불거졌던 것이다. 불균등한 규제 적용 및 과잉-과소규제의 해소를 통한 금융규율체계의 일관성 확립을 한 축으로, 소비자의 편의성 제고 및 혁신적 서비스의 촉진을 다른 한 축으로 하는 규제혁신이 필요한 이유이다.

이와 관련하여 일본의 금융규제 혁신 사례가 참고할 만하다. 우리나라와 다소 제도적 차이가 있지만, 원칙적으로 전업주의와 금산분리 규제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2017년 아마존의 일본 은행 진출 설을 계기로 그 해 11월부터 포괄적인 금융제도 개편 논의가 시작되었다. 동일 기능-동일 위험-동일 규제라는 대원칙에서 출발하여 장기적으로는 금융법제를 업종별 규제 대신 기능별 횡단적 규제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수립하였다.

다만, 당장은 현행 법 자체는 유지하되 각 법률에 기능적 횡단적 원칙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규제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예컨대, 2020년에 자금결제법 개정을 통해 은행 및 자금이동 업으로 분류된 업태 중심의 결제업무를 규모(결제한도)별로 인가단위를 3종으로 세분화하여 차등화된 규율을 적용하는 기능별 횡단법제로 전환했다.

한편, 플랫폼을 통한 금융상품 중개행위가 확대되는 환경에서 기존의 1사 전속주의를 상정한 대리중개모델이 한계가 있다고 평가하고, 1사 전속주의를 벗어나 소비자에게 여러 업종, 여러 금융회사가 제공하는 금융상품을 중개(및 비교, 추천)하는 금융서비스중개업을 도입함으로써 중개업에 대한 규율체계를 정비한 바 있다.

또한 일본은 은행법 개정을 통해 은행업 고도화회사 및 타업은행업고도화회사를 새로운 은행 자회사 유형으로 인정하고 있다. 은행업고도화회사란 정보통신 및 기타 기술을 활용해 은행업의 고도화(즉 핀테크)와 은행 이용자의 편의향상에 기여하는 업무를 영위하는 회사를 말한다.

또한 타업은행업고도화회사란 지역사회 활성화, 산업생산성 향상, 지속가능사회 구축에 도움이 되는 업무를 수행하는 회사를 말한다. 최근에는 은행업고도화회사의 업무범위를 더욱 확대하고, 은행의 부수업무 범위도 은행업고도화업무를 포함시키도록 추가 개정되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금융규제 혁신의 핵심은 디지털 혁신의 사회적 편익을 확대하고, 빅블러 시대에 걸맞는 금융법과 제도의 재확립이다. 첫째, 단순히 규제 완화가 아니라 금융법제 외부에 있는 제도와 정책을 안으로 포섭하고, 금융규제의 일관성과 균형을 재정립해야 한다.

특히 일본의 자금결제법과 같이 기능별로 규율하되, 일정 기준(규모, 용도 등)에 따라 차등화된 규제를 적용하는 방식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둘째, 현재 본업관련성 여부를 기준으로 엄격하게 규율하고 있는 은행의 부수업무 규제와 15개 금융업종으로 제한되어 있는 자회사 보유 제한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전통적인 금융서비스가 해체(Unbundling)되거나 비금융서비스와 결합(Rebundling)되어 제공되는 것이 디지털혁신의 핵심적인 특징이기 때문에 기존 금융회사들도 디지털전환과 새로운 융복합 서비스 개발을 위해 빅테크, 핀테크와 협쟁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혁신이 지닌 고유한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열거주의 방식보다는 포괄주의 방식으로 진출 범위의 유연성을 보장하되 진입 금지 기준 예컨대, 리스크 전이, 독과점 폐해 등의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게 바람직하다. 셋째, 온라인 플랫폼의 발전으로 인한 제조와 판매(및 중개)의 분리에 대응하여 소비자 보호와 중개업자의 책임성 관점에서 적절한 규제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서울국제금융오피스금융 전문가 칼럼]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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