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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칼럼] 불황기 일본 금융기관의 생존전략

기사입력 : 2022-09-05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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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준 와세다대학 국제학술원 교수
-서울대 경제학 학사, 석사위스콘신메디슨 경제학박사
지난 1월 17일, 일본의 4대 메가뱅크중 하나인 미쓰비시UFJ은행이 일본은행에 예치해 두고 있는 당좌예금 일부에 마이너스 금리가 부과되었다. 마이너스 금리 제도가 처음 도입된 2016년을 제외하면 대형 은행에 마이너스 금리가 적용된 것은 6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불과 6개월 뒤인 8월 17일에는 역시 4대 메가뱅크 중 하나인 미즈호은행의 당좌예금 일부에 마이너스 금리가 부과되었다.

한편 지난 6월에는 거대 금융그룹의 증권사 출자가 화제였다. 미쓰비시UFJ은행의 모회사인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FG)은 노무라홀딩스의 태국 증권 자회사인 캐피털노무라시큐러티즈(CNS)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노무라홀딩스는 일본 최대 증권사인 노무라증권의 모회사다. 미쓰비시UFJ그룹은 그룹 산하의 아유타야 은행을 통해 최대 55억 바트(약 212억엔)를 투자할 예정이다. 미쓰비시UFJ그룹에 이어 일본 내 자산규모 2위의 금융그룹인 미쓰이스미토모는 인터넷 증권사인 SBI에 10%를 출자하는 자본 제휴를 발표했다.

태국의 증권 자회사를 미쓰비시UFJ그룹에 매각한 노무라증권은 7월 8일, 지방은행인 후쿠이은행과 금융상품 중개업무에서 포괄적 제휴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8월 12일에는 도쿄해상일동화재보험이 아마존재팬의 인터넷 쇼핑몰에서 보험 판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지진보험부터 시작해서 상해보험 등으로 상품을 확대할 계획이다.

2022년 들어 일본 경제지의 일면을 장식한 이 뉴스들은 현재 일본 금융기관이 처한 어려운 상황과 그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가계나 기업이 은행에 계좌를 가지고 있듯이 시중 은행은 중앙은행에 계좌를 가지고 있다. 그 계좌에 예치해 두고 있는 것이 중앙은행 당좌예금이다. 2013년부터 시작된 일본의 대규모 양적완화는 일본은행이 시중은행의 금융자산을 매입하고 그 대가로 시중은행의 당좌예금 잔액을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렇게 늘어난 당좌예금 잔액은 은행이 가계와 기업에 대출하는 자금의 원천이 된다. 가계와 기업에 대한 대출이 늘면 시중에 유통되는 통화량이 늘게 되고, 통화량의 증가로 통화가치의 하락을 기대할 수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기대가 발생하고 외환시장에서는 일본 통화의 가치 하락 즉 절하가 유도된다.

그런데, 만일 중앙은행에 예치된 당좌예금은 증가했는데 그 당좌예금이 대출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통화량의 증가와 그로 인해 파생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그래서 일본은행은 시중은행의 대출을 독려할 목적으로 2016년 마이너스 금리제도를 도입했다. 당좌예금의 잔액이 일정 금액을 넘어서면 그 초과분에 대해 -0.1%의 금리를 부과한다.

6년만에 마이너스 금리가 6개월 간격으로 두 메가뱅크에 부과되었다는 것은 대규모 양적완화의 지속에도 불구하고 대출이 충분히 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즉, 경제에 자금에 대한 수요가 부족하다는 말이다. 자금에 대한 수요가 부족한 이유는 투자와 소비가 살지 않기 때문이다. 투자와 소비가 살지 않는 것은 미래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인구가 감소하고 고령화가 심각한 일본의 소비자들은 작은 충격에도 지갑을 닫는다. 국내 수요의 위축은 기업의 투자 의욕을 떨어뜨린다. 버블 붕괴 후 끊임없이 일본 경제를 괴롭히고 있는 일본의 고질병이다.

일본은 이미 1999년에 정책금리를 0% 가까이 낮추는 제로금리정책을 시작했고, 2001~2006년에는 세계 최초로 양적완화정책을 실험했고, 2013년부터는 이전보다 더욱 대담한 양적완화정책을 시작했다. 양적완화정책으로 금리는 극단적으로 낮아졌지만 가계와 기업의 자금 수요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1990년대 중반 1.5% 수준이던 일본의 예대금리차는 2012년에 1% 미만으로 떨어졌고 최근에는 0.56%에 불과하다.

일본의 금융기관들은 이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여야 했다. 생존을 위한 일본 금융기관의 첫번째 전략은 일본의 풍부한 자금을 가지고 해외로 진출하는 것이었다.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이 올해 6월 CNS를 인수한 것은 끊임없는 해외시장 개척의 연장선에 불과하다. 그룹 산하 미쓰비시UFJ은행의 해외 종업원수는 이미 일본 국내 종업원수의 25% 수준이다. 미쓰비시UFJ그룹의 전체 수익에서 해외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제 45%에 육박한다. 세계적 금융기관인 모건스탠리 지분의 21.5%를 가지고 있는 것도 바로 이 그룹이다.

아직은 미국과 중국의 비중이 크고 동남아시아의 비중은 미미하지만, 일본의 금융 기관들은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되는 동남아시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태국은 증시의 거래액이 550억원 정도로 동남아시아 최대 수준이다. 해외 시장의 비중(36%)이 상대적으로 약한 미쓰이스미토모그룹은 2021년 한 해에만 베트남, 필리핀, 인도의 금융기관에 대한 출자를 잇달아 결정했다. CNS를 매각한 노무라증권도 태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이 아니다. 부유층 상대 비즈니스와 법인 거래에 집중할 요량이다. 노무라홀딩스의 수익에서 해외시장이 차지하는 비중도 40%에 육박한다.

해외 시장 진출에 이은 또 하나의 생존 전략은 상이한 금융 비즈니스의 연계를 통한 고객의 확대나 새로운 서비스의 창출이다. 한국 금융시장에서도 이미 익숙한 전략이지만 한국과는 다른 면도 볼 수 있다. 그 중 하나는 해외 시장에서 은행과 증권 사업을 연계하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미쓰비시UFJ그룹의 CNS인수는 그룹이 2013년에 인수한 아유타야 은행을 통해 이루어졌다. 아유타야 은행은 태국 은행 중 자산 순위가 5위일 정도로 탄탄한 입지를 가지고 있고 CNS는 투자 신탁의 인터넷 판매가 강점인 증권사로 알려져 있다. 은행의 고객 기반을 활용해 태국에서 개인용 증권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 미쓰비시UFJ그룹의 노림수다.

다른 하나는 대형 증권사와 지방은행의 업무 제휴다. 일본 국내에서는 그간 은행과 증권의 업무 제휴가 규제의 대상이었다. 자금의 공급자로서 기업에 대해 우월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은행이 증권업무와 관련해 기업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예컨대 회사채 발행을 앞둔 기업에 대해 거래처 은행이 특정 증권사를 주간사로 기용하라는 압력을 가할 수 있다. 그러나, 자금의 수요가 위축된 일본에서는 실질적으로 차입금이 거의 없는 기업이 늘어났고, 은행의 우월적 지위도 많이 약해진 것이 사실이다. 반면 은행과 증권이 제휴하면 기업의 재무 전략에 대한 새로운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예를 들면 기업의 재무상황에 따라 은행 융자 혹은 회사채 발행 중 더 나은 대안을 제안할 수 있다. 결국 일본 정부는 은행과 증권의 업무 제휴에 대한 이전의 규제를 완화하는 결정을 내렸다.

특히 지방 인구가 급속히 감소하는 환경에서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지방은행들은 대형 증권사와의 협업에 적극적이다. 후쿠이 은행은 증권 고객 계좌를 노무라 증권에 양도하고, 현지의 고객망을 활용해 노무라 증권의 금융 상품 판매를 담당하기로 결정했다. 업무 지원을 위해 노무라 증권의 직원이 후쿠이 은행에도 배속될 예정이다. 사실 노무라와 지방은행 간의 업무 제휴는 이미 2020년에 시작되었고, 후쿠이 은행이 네번째 파트너가 된다. 그룹 내 자회사로 은행을 가지고 있지 않은 노무라는 지방은행의 고객 기반을 활용할 수 있고 지방은행은 노무라의 금융상품과 고객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다.

불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일본 금융기관의 세번째 전략은 새로운 금융상품의 개발이다. 일본은 청장년층 인구가 매년 감소하는 사회다. 1995년 1000만명이던 20대 초반 인구는 2003년 800만명 이하로 내려갔고 현재는 600만명 수준이다. 청장년층 인구가 감소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의 청년 세대는 인구에 대비해서도 운전면허 소지자 비율이 하락하고 있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인구가 급속히 줄고 있는 것이다. 이는 보험 회사 수익의 큰 부분을 담당하던 자동차 보험 시장의 축소를 의미한다. 대신 미래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연금 보험 등에 관심을 가지는 젊은 층이 늘고 있다. 일본 금융 기관들은 이 젊은 소비자들을 공략할 수 있는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미쓰이스미토모가 SBI에 출자하고 도쿄해상일동화재보험이 아마존재팬에서 보험 판매를 시작한 것은 인터넷 진출과 디지털화라는 의미도 있지만, 젊은 층 고객을 공략하기 위한 새로운 서비스 제공의 일환이기도 하다.

미쓰이스미토모그룹 산하 SMBC닛코증권의 주요 고객은 50대 이상인 반면 SBI증권은 이삼십대가 40%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SMBC닛코증권은 SBI와의 연계를 통해 젊은 층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고자 한다. 도쿄해상일동화재보험이 아마존재팬을 이용하는 것도 보험에 생소한 젊은 층에 다가가기 위해서다. 아마존재팬에 있는 기존의 고객정보를 그대로 활용하고 아마존페이로 보험료를 지불하고, 원한다면 보험금을 아마존 기프트권으로 받는 것도 가능하다.

그 외에도 사이버 보험, 드론 보험 등이 판매되고 있다. 사이버 보험은 사이버 상의 데이터 손실 등 각종 위험과 사이버 상의 비방이나 중상에 대비한 보험이다. 드론 보험은 드론 운행 중 발생한 손해나 상해 등을 대비한 보험이다. 자율주행차의 사고에 대비한 보험 설계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의 금융기관이 처한 현실은 여전히 냉혹하다. 인구가 감소하고 저성장이 지속되는 한, 일본의 금리는 외국에 비해 낮을 수밖에 없다. 디지털∙핀테크∙AI 활용 등에서도 아직 과제가 산적해 있다. 국내 시장의 축소로 해외 상품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는 있지만, 경험이 축적되지 못한 소규모 금융기관에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올해 6월말 시점에 일본 99개 지방은행의 외국 유가증권과 투자신탁 평가손이 1조엔을 돌파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세계적인 금리 인상 여파로 채권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장의 동향에 안테나를 바짝 세우고 지금까지의 노력 이상으로 더 분투해야 한다.

한국의 금융기관이 처한 현실도 결코 만만치 않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금리가 오르고 있고 예대금리차도 일본보다는 여유가 있지만, 한국도 인구가 감소하는 나라이다. 부동산 시장도 언제까지나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국내 시장의 축소로 자금에 대한 수요가 위축된다면 일본과 같은 처지가 된다. 이미 수익의 절반 가까이를 해외에서 얻고 있는 일본 주요 금융그룹의 전략을 분석하면 한국 금융기관에도 응용할 만한 시사점이 많을 것이다.

[서울국제금융오피스 금융 전문가 칼럼] 박상준 와세다대학 국제학술원 교수

박상준 와세다대학 국제학술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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