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사원이 참여하는 ‘비대면 회의’를 분기별로 진행하면서 소통 양을 늘렸다. 사장 직통 소통 채널을 만들어 소통 질도 높였다. 업무 시간에 10분 이상 자리를 비울 경우, 사유를 입력해야 하는 등의 불합리한 관행을 없앤 데다 전 사원 대상 무료 매점을 운영하며 큰 호응을 이끌었다.
배 대표 색깔로 ‘첫 조직개편’ 단행
지난해 연말 삼성자산운용(대표 서봉균) 부사장 자리에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긴 뒤 올해 2월 사장직에 본격 취임한 배재규 대표는 최근 ‘취임 후 첫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삼성자산운용 ETF를 업계 1위로 이끈 능력을 기반 삼아 한국투자신탁운용을 ETF 시장에서 ‘신흥 강자’로 만들기 위한 행보다.
우선 대표 직속으로 디지털ETF마케팅본부를 만들었다. 디지털 마케팅과 ETF 마케팅을 총괄하는 이 본부는 앞으로 개인 및 외국인 투자자,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다양한 채널을 통해 회사 상품을 알리는 역할을 담당한다.
홍콩계 ETF 운용사 프리미어파트너스(Premia Partners)의 김찬영 전 이사가 본부장을 맡았다.
상품 전략도 새로 짰다. 상품개발 전략 수립 및 신상품 개발 등의 업무는 경영기획총괄 산하 기획실에 편입했다. 운용업 환경 변화와 투자자 수요에 발맞춰 상품을 적시에 공급하겠다는 목표다.
글로벌 운용 관련 조직도 다시 꾸렸다. 글로벌 주식 운용 및 대체투자(AI·Artificial Intelligence) 등을 담당하는 GIS(Global Investment Strategy) 운용본부는 글로벌AI운용부, 글로벌운용1·2부로 개편됐다.
멀티(Multi) 전략본부 퀸트운용부는 글로벌퀸트운용부로 명칭을 바꿔 글로벌 운용 성격을 강화하고, 경영기획총괄 산하에 해외투자지원부를 신설해 해외 자산 매매 등 운용 지원 전문성을 높였다.
또한 외부위탁운용관리(OCIO·Outsourced Chief Investment Officer) 관련 운용과 컨설팅, 마케팅을 전담하는 대표 직속 조직 ‘솔루션본부’를 신설해 연금 시장 선점에도 나섰다.
이달 중 자산 배분형 장기투자 ETF인 ‘KINDEX 미국S&P500 채권혼합 액티브’와 ‘미국나스닥100 채권혼합 액티브’ 2종 상장도 예고한 상태다.
조준환 한국투자신탁운용 경영기획총괄은 “자산운용사 본연의 업무인 운용 전문성을 높이는 한편 상품개발과 마케팅 측면에서는 고객과의 신뢰를 더욱 두텁게 쌓고자 한다”며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이번 조직개편을 시작으로 고객의 성공적 투자를 돕는 동반자로서 장기적 성장 기틀을 다져갈 것”이라고 피력했다.
펀드 운용 전략도 재편해 반등장 대비
최근엔 주식 선물을 활용해 삼성전자(대표 한종희닫기한종희기사 모아보기·경계현)에 대한 실질적 투자 비중을 30% 안팎까지 높일 수 있도록 한국투자삼성그룹펀드 운용 전략을 재편하기도 했다. 다가올 반등장에 대비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다.자본시장법에 따라 주식 현물로 삼성전자를 편입할 수 있는 최대치는 삼성전자가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지난달 말 기준 21.5%)까지다. 하지만 펀드를 활용하면 실질적 투자 비중을 높일 수 있다.
펀드는 순자산의 10% 이내에서 선물 등 파생상품을 활용해 특정 종목에 더 투자하는 게 가능하다.
이에 따라 한국투자삼성그룹펀드는 정보기술(IT·Information Technology)·금융·미디어 등 13개 업종에 두루 분포한 삼성그룹 16개 종목을 투자 대상으로 둔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공모 펀드가 구사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초과수익을 추구하는 액티브(Active) 전략을 구사해 수익률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주식 운용 본부장과 담당 펀드 매니저, 리서치팀으로 구성된 ‘삼성그룹주 투자위원회’를 주축으로 16개 종목의 투자 등급과 비중을 결정한다.
운용 전략을 재편하기 전엔 삼성그룹주 16개 종목을 모두 펀드에 편입했었지만, 앞으론 시기별로 투자 매력이 비교적 낮은 종목의 경우엔 편입하지 않을 수 있게 됐다.
액티브 펀드 강점인 정성적·정량적 펀더멘털(Fundamental·기초자산) 분석에 따라 전략 종목에 대한 투자 비중을 탄력적으로 조절해 시장 대비 초과 성과를 달성하겠다는 취지다.
지난 2004년 국내 최초로 설정된 삼성그룹주펀드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펀드’는 장기간 시장수익률을 초과하는 성과를 내 적립식 투자에 최적이란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전 세계적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2011년 등 급락 후 반등장에서 높은 성과를 낸 경험이 여러 번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이번 운용 전략 재편에는 지난 18년간 삼성그룹주 펀드를 운용한 운용사 경험과 노하우(Knowhow·비법)가 반영됐다”며 “앞으로도 당사만의 핵심 투자철학과 운용 프로세스를 유지하되 액티브 전략을 적극적으로 구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액티브 펀드 만의 장점을 살리는 동시에 리서치 조직과의 협업으로 포트폴리오(Portfolio·자산 배분 전략) 비중을 더욱 탄력적으로 조정하면서 향후 반등장에 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삼성 인맥 과하다” 우려도
이처럼 배재규 대표가 조직개편과 인사를 통해 분위기 쇄신에 몰두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우려 목소리도 제기된다. “삼성 인맥이 지나치게 활용된다”는 지적이다. 대표 한 사람이 바뀌면서 오랜 시간 회사를 지켜온 기존 직원들은 찬밥 신세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 섞여 있다.실제로 이번에 디지털ETF마케팅본부장에 선임된 김찬영 전 이사와 솔루션본부 수장 자리에 오른 박희원 KB증권 리서치 센터 전문위원 모두 배재규 대표와 마찬가지로 삼성자산운용 출신이다. 김 본부장은 과거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팀장을 역임했으며, 박 본부장은 삼성자산운용 자산배분전략센터에서 배 대표와 손발을 맞췄었다.
한 자산운용 업계 관계자는 “대표가 바뀌면 조직이 달라져야 하는 게 맞고 그러려면 대표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인사가 이뤄져야 하지만, 특정 출신이라는 점에서 확인되지 않은 우려가 퍼지면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커진다”며 “ETF 시장점유율을 높여야 할 과제를 안고 있는 배재규 대표가 하반기 어떤 쇄신안을 꺼내는지에 따라 성장 여부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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