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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일주일에 나흘 일하고 사흘 쉬는 시대

기사입력 : 2022-04-13 08:46

(최종수정 2022-04-13 17:47)

[한국금융신문 최용성 기자] 일주일에 나흘 일하고 사흘 쉬는 시대가 올까. ‘주 4일 근무제’ 말이다. 이 용어를 접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는 지 궁금하다. “중간에 공휴일 있으면 사흘만 일해도 되는 꿀 같은 직장 생활!” 혹은 “그렇게 일 하기 싫으면 회사 다니지를 말던가,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 혹은 “노동자 삶을 개선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필연적”... 의견은 분분하다. 논의 확산에 불을 당긴 것은 코로나다. 팬데믹이 2년 넘게 이어지면서 의도치 않게 다양한 근무 형태를 실험한 기업들은 주 5일 반드시 회사로 출근해 하루 8시간 근무하는 게 '직장 생활의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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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노동자 [사진=unsplash]

가까운 나라 일본. 한국 만큼이나 휴일 출근하고 야근을 밥 먹듯 하는 게 일 잘하는 직장인인 양 여겨지던 나라지만 최근 주 4일제 논의가 활발하다.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글로벌 전자기업 히타치제작소는 급여를 깎지 않는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한다. 히타치는 임직원 규모만 수만명에 달하는 대기업임에도 코로나 이후 원하는 직원들은 평생 재택근무를 허용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혁신적 근무 형태로 주목받는 회사다. 히타치 뿐만이 아니다. 신문에 따르면 파나소닉 홀딩스, NEC, 미즈호파이낸셜 등 많은 대기업들이 주 4일제 근무를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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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마 게이지 히타치제작소 최고경영자(CEO) [사진=히타치제작소 홈페이지]

히타치의 주 4일제는 근무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형태다. 가령 통상적인 하루 근무 시간(일본은 7시간 45분)을 고집하지 않고 9시간, 10시간 근무해 하루 덜 일하는 방식으로 주 4일제를 도입한다는 거다. 전체 근무시간이 그대로인 만큼 급여도 달라질 게 없다. 물론 다른 방식도 있다. NEC도 주 4일제를 도입할 예정인데, 근무 일수를 줄이는 대신 급여도 깎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루 더 쉬더라도 급여를 줄인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있긴 하다만, 포인트는 일주일에 사흘 쉬는 근무 형태가 점차 일반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데 있다.

유럽에서 주 4일제는 생각보다 더 구체적이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중앙 정부 차원에서 법제화를 염두해 둔 실험을 실시하고 있다. 가령 아이슬란드는 2015~2019년 5년간 전체 노동인구의 1%인 2500여명 노동자를 대상으로 주 4일제를 시범적으로 실시했는데 성과가 좋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벨기에는 고용주 동의를 전제로 주 4일제 노동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영국 유니레버, 스페인 통신기업 텔레포니카 등 글로벌 기업들도 정부 정책과 상관 없이 주 4일제를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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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플래닛 직장인 주4일제 설문조사 결과 [자료제공=잡플래닛]

국내에서도 주 4일제 등 새로운 근무 형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코로나 덕분이다. 한 보도에 따르면 유명 IT 대기업 사내 임직원 설문조사에서 코로나 이후 과거처럼 매일 출근해야 한다고 답한 의견은 2.1%에 불과했다. 최근 기업정보 플랫폼 잡플래닛이 직장인 6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 4일제(4.5일제 포함) 도입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무려 97%에 달했다. 시대가 바뀌었다. 일부 대기업들이 주 4일제와 유사한 시스템을 이미 도입했고,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한 스타트업들도 주 4일 근무 등 파격적 처우를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지난 대선 때는 주 4일제 공약도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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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unsplash]

물론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많다. 주 52시간도 정착되지 않았는데 주 4일제는 ‘판타지’라는 것이다. 기업 규모, 업종, 일자리에 따라 오히려 갈등만 불거질 수도 있다. 물리적 근무시간 축소가 능사가 아니라 효율적으로 일하고, 기업 문화를 개선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다만 주 5일제 도입과 마찬가지로 주 4일제 역시 길게 보면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항상 최장 근로시간 톱3 불명예를 이어가는 한국에서 이 논의가 어떻게 첫 발을 떼게 될 지 궁금하다.

최용성 기자 cys@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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