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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Q칼럼] 롱(long)과 숏(short), 과유불급의 후유증

기사입력 : 2022-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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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투자 대상의 가격이 오르는 경우를 상정한 매수를 롱(long, 긴) 포지션이라하고, 반락 조정과 하락시의 (공)매도를 숏(short, 짧은)으로 간단하게 표현한다. 금융시장에서 사용하는 롱(long)이란 단어는 ‘길다’라는 기간의 뜻 외에도 상승 시에 이익을 내는 '매수'와 그 포지션을 의미한다. 숏(short)은 당연 사서 갚아야 하는 입장의 '매도'와 그 포지션이 된다. 둘 다 이익을 내는 투자방법을 의미한다.

뭔가 열망한다는 의미의 'long for'는 매수후 가격 상승을 의미하고, 팔아서 부족한 상태라는 의미의 'short of'는 매도한 상태라는 의미에서 롱과 숏이 줄여 사용되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그 연원을 찾기도 한다. 단어로는 그럴 듯한 설명이 되어 보이지만 왠지 2% 부족한 느낌에서 차트를 유심히 살펴보면 우리는 직관적이고 또한 가시적인 길고(long) 짧음(short)의 흐름도 보게 된다. N자형 계단처럼 혹은 에스컬레이터처럼 <--장기--> 상승하던 그래프가, 어느날 창문 밖으로 뛰어 내리듯이 혹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단기--> 추락하는 모습으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긴> 시간 공들여 쌓은 탑이 이 보다 <짧은> 시간에 무너져 내린다.

경기의 순환도 장기 상승과 단기 급락의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이성적 예측과 그것이 구현되는 장기 흐름 속에서 예견치 못한 사고·사태가 불러오는 단기 폭락, 그리고 이에 대한 회복의 흐름이 반복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길고 짧음으로 롱과 숏을 설명하려 해도 뭔가 개운치 않다. 다른 설명과 어원을 찾아 보니 다음과 같은 것이 확인이 된다. 증표에 대한 얘기이다. 부부의 갈라섬을 언급할 때 쓰는 파경(破鏡)이라는 표현은 전쟁으로 헤어지게 된 부부가 반으로 쪼갠 거울로 생사를 확인했다는 고사에서 시작한다.

거울을 쪼갠 것처럼 돈을 빌려주고 받기 위한 증표로 막대기를 반으로 나누어 가진 데에서 롱과 숏이 시작되었다는 얘기는 나름 설득력을 가진다. 탤리 스틱(tally stick)은 중세 유럽에서 보편화된 기법이었는데, 이는 돈을 빌려주고, 받기 위해 적어 두는 장부로 사용되는 막대기였다. 기록된 스틱을 반으로 나누어 가지는데 두 개의 길이를 다르게 나누고, 돈을 빌려준 사람이 긴 쪽을 가지고, 돈을 빌린 사람이 짧은 쪽을 가졌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어원을 찾는 글을 '롱(long)과 숏(short)의 유래?' '빅쇼트(Big Short), 팔았는데 왜 쇼트(Short)야' 등의 제목으로 블로그에서 발견할 수 있다.)

각설하고, 가격 상승에 배팅하며 주식 매수를 의미하는 롱(long)의 최대 손실폭은 최저가격 '0'원이고, 오르는 가격 만큼의 이익은 한계가 없다. 반대로 숏(short)의 최대 이익은 매도한 가격으로 가격이 제로가 되면 수익률은 '100%'가 되고, 산 가격보다 위로 주가가 올라가는 높이 만큼 손실은 무한히 커진다. 회사가 부도가 나면 제일 좋아해야 되는 불순함의 아이러니함을 가진다. 물론 고평가된 가격이 매도와 숏을 통해 제 자리를 찾게 한다는 순수(?)한 의지를 탓할 것은 없다.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것이나, 주식을 빌려 파는 것이나 뭐 어떻다는 말인가 싶다. 하지만 (상승의) 탐욕과 (하락의) 공포는 롱과 숏의 과도한 끝점에서 대개 극적으로 등장하게 된다.

과도한 롱, 즉 돈을 빌려(부채 레버리지를 일으켜) 산 주식의 (주가 하락으로) 담보가치가 낮아지면 회수를 위한 '반대매매'가 소유한 투자자의 의지와 무관하게 진행된다. 증시 하락과 폭락이 이어지면 가을 낙엽처럼 허망하게 다른 줍줍투자자의 바구니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던져지는 매도 물량으로 하락한 주가는 또 다른 '반대매매'를 불러 일으키는 악순환의 고리가 되기도 한다.

과도한 숏, 즉 공매도 세력이 주가 하락에 베팅해서 숏을 한 이후에는, 기존 공매도 포지션을 메꾸기 위해 매수하는 숏 커버링(short covering)이 이어지게 된다. 만약, 예상과 달리 주가 폭등을 하고 공포감을 느낀 공매도 세력이 매수 열풍에 동참하여 가세하게 되면 주가의 상승 랠리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판 가격보다 더 비싼 가격에 사서라도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우리는 이미 '쥐어짜다'라는 스퀴즈(squeeze) 단어가 금융용어로서 어떻게 극명하게 작동하는 지를 실감나게 보여준 사례를 목도한 바 있다. 2021년 1월 미국의 게임스탑(Gamestop) 주식과 관련해서 공매도에 대항한 가격의 흐름이다. 1월22일 저가 $42.32와 28일 고가$483.00으로 5 영업일 동안에 감지되는 열 배 가까운 (개미들에 의한) 가격 폭등으로 공매도 세력의 손실은 어마어마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제대로 맞붙은 장중 가격은 롤러코스터를 넘어서 전쟁터를 방불케하며 뉴스의 중심에 서기도 하였다. 더 과거로 올라가면 영화 <빅쇼트>가 있다. 2008년 발생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를 미리 예측해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린 이들의 실화를 담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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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속. 요즘 겪는 매일의 증시 급등락과 하락 모습은 동공지진 정도가 아니라 멘탈이 털리는 모습에 가깝다. 팬데믹에 무방비 했던 때의 데자뷔가 연상되기도 하지만 나름 이를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세상이 좋던 나쁘던 어떤 지경이던 언제라도 적용되는 영원 불멸의 명구인 '이 또한 지나가리니~'(And this, too, shall pass away.)가 있기 때문이다. 달도 차면 기운다는 쉬운 진리와,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는 '긍정의 힘'으로 오늘 밤을 견뎌내는 모습들이다. 막연한 증시의 'V'자 반등 기대감의 희망고문이 아니라, '짧게 빠르게' 내려간 엘리베이터가 멈추면 '길게 천천히' 올라갈 에스컬레이트에 옮겨타고 '장보기'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믿는 마음이다. 그것은 보다 더 긴 롱숏의 시장 역사가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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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환 이에스플랜잇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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