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열망한다는 의미의 'long for'는 매수후 가격 상승을 의미하고, 팔아서 부족한 상태라는 의미의 'short of'는 매도한 상태라는 의미에서 롱과 숏이 줄여 사용되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그 연원을 찾기도 한다. 단어로는 그럴 듯한 설명이 되어 보이지만 왠지 2% 부족한 느낌에서 차트를 유심히 살펴보면 우리는 직관적이고 또한 가시적인 길고(long) 짧음(short)의 흐름도 보게 된다. N자형 계단처럼 혹은 에스컬레이터처럼 <--장기--> 상승하던 그래프가, 어느날 창문 밖으로 뛰어 내리듯이 혹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단기--> 추락하는 모습으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긴> 시간 공들여 쌓은 탑이 이 보다 <짧은> 시간에 무너져 내린다.
거울을 쪼갠 것처럼 돈을 빌려주고 받기 위한 증표로 막대기를 반으로 나누어 가진 데에서 롱과 숏이 시작되었다는 얘기는 나름 설득력을 가진다. 탤리 스틱(tally stick)은 중세 유럽에서 보편화된 기법이었는데, 이는 돈을 빌려주고, 받기 위해 적어 두는 장부로 사용되는 막대기였다. 기록된 스틱을 반으로 나누어 가지는데 두 개의 길이를 다르게 나누고, 돈을 빌려준 사람이 긴 쪽을 가지고, 돈을 빌린 사람이 짧은 쪽을 가졌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어원을 찾는 글을 '롱(long)과 숏(short)의 유래?' '빅쇼트(Big Short), 팔았는데 왜 쇼트(Short)야' 등의 제목으로 블로그에서 발견할 수 있다.)
각설하고, 가격 상승에 배팅하며 주식 매수를 의미하는 롱(long)의 최대 손실폭은 최저가격 '0'원이고, 오르는 가격 만큼의 이익은 한계가 없다. 반대로 숏(short)의 최대 이익은 매도한 가격으로 가격이 제로가 되면 수익률은 '100%'가 되고, 산 가격보다 위로 주가가 올라가는 높이 만큼 손실은 무한히 커진다. 회사가 부도가 나면 제일 좋아해야 되는 불순함의 아이러니함을 가진다. 물론 고평가된 가격이 매도와 숏을 통해 제 자리를 찾게 한다는 순수(?)한 의지를 탓할 것은 없다.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것이나, 주식을 빌려 파는 것이나 뭐 어떻다는 말인가 싶다. 하지만 (상승의) 탐욕과 (하락의) 공포는 롱과 숏의 과도한 끝점에서 대개 극적으로 등장하게 된다.
과도한 숏, 즉 공매도 세력이 주가 하락에 베팅해서 숏을 한 이후에는, 기존 공매도 포지션을 메꾸기 위해 매수하는 숏 커버링(short covering)이 이어지게 된다. 만약, 예상과 달리 주가 폭등을 하고 공포감을 느낀 공매도 세력이 매수 열풍에 동참하여 가세하게 되면 주가의 상승 랠리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판 가격보다 더 비싼 가격에 사서라도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우리는 이미 '쥐어짜다'라는 스퀴즈(squeeze) 단어가 금융용어로서 어떻게 극명하게 작동하는 지를 실감나게 보여준 사례를 목도한 바 있다. 2021년 1월 미국의 게임스탑(Gamestop) 주식과 관련해서 공매도에 대항한 가격의 흐름이다. 1월22일 저가 $42.32와 28일 고가$483.00으로 5 영업일 동안에 감지되는 열 배 가까운 (개미들에 의한) 가격 폭등으로 공매도 세력의 손실은 어마어마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제대로 맞붙은 장중 가격은 롤러코스터를 넘어서 전쟁터를 방불케하며 뉴스의 중심에 서기도 하였다. 더 과거로 올라가면 영화 <빅쇼트>가 있다. 2008년 발생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를 미리 예측해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린 이들의 실화를 담은 것이었다.
황인환 이에스플랜잇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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