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아예 이런 비용을 '제로'로 만드는 시도도 활발하다. 잇달아 등장하고 있는 무인 매장이 그런 곳이다. 안그래도 코로나 사태로 사람 만나기 부담스러운데, 로봇이 알아서 주문 받고 배달까지 척척 다 해준다니 이 얼마나 간편하고 편리한가. 앞으로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 정말로 사람 하나 필요하지 않고 각종 비즈니스가 가능한 시대가 도래할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정말로 이런 미래가 오면 어쩌나 싶다.
다만 긱코노미에서 ‘인간다움’은 포기해야 할 것같다. 인간적인 것에 대한 생각이야 저마다 다를 테니 논외로 하고, 어쨌든 긱코노미는 실용적이지 사람을 위한 시스템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긱 워커로 일할 수 있을까. 긱 워커 끼리도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 그나마 이런 일자리는 뭔가 전문적 기술, 재능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 한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인공지능(AI)을 위한 단순 데이터 수집 업무를 종일 해야 할 것이다. 그림을 보면서 나무 그림인지, 자동차 그림인지 고르는 그런 일 말이다. 사람들은 회사에서 해방돼 있겠지만 부지불식간에 플랫폼에 구속돼 있을 것이다.
그럼 지금 이 세상에 있는 수 많은 회사들이 인간적이냐 하면 물론 그렇지는 않다. 많은 회사들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과다한 업무량을 부과하는데 반해 인사, 급여, 처우 등 대우는 비인간적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탈리아 ‘브루넬로 쿠치넬리’와 같은 회사가 더 많아진다면, 세상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최상급 캐시미어 니트로 유명한 패션 브랜드다.
자본주의는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자유 경쟁을 통해 부를 확대재생산하며 유지, 발전해 왔다. 그래서 회사를 자본주의의 꽃이라고들 한다. 그 자본주의가 위기에 처해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이기적 자본주의에 대한 반발이 격렬해졌다. 소득불평등과 탐욕적 회사에 대해 신랄한 비판이 가해졌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특히 서구에서 본격화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넥스트 자본주의의 솔루션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 같다.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자본주의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다만 ESG는 회사 핵심 구성 요소인 직원에 대한 배려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보인다. 쿠치넬리 회장 말처럼 직원이 행복해야 회사가 성장하고 그런 회사가 많아져야 자본주의가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원을 비용으로 바라보는 관점부터 사라져야 한다. 회사 경쟁력이 사람에 있다는 기본에서 출발해야 한다. 회사를 뜻하는 영어 ‘company’는 ‘함께 빵을 먹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라틴어 ‘companio’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 뜻만 놓고 보면 딱 '식구(食口)'다. 식구는 같이 살면서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들이지만, 그저 같이 밥만 먹는 관계는 아니다. 힘들 때 의지하고 어려울 때 도와준다. 계약 관계로 맺어진 회사와 직원 사이에 이런 동반자 관계는 허무맹랑한 소리일 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관계를 실천하는 회사도 있다.
최용성 기자 cys@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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