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경기를 관전했을까. 강남 CGV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서였다. 기자도 이날 경기를 보기 위해 이 곳을 찾았다. 코로나19로 힘들었던 영화관이 ‘축구 경기’라는 이색 이벤트를 통해 다시 활기를 찾는 모습이었다.
그는 “혼자 집에서 축구 경기를 보는 것보다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팬들과 함께라면 더 즐겁다”며 “영화관이 또 집보다 화면도 크고 소리도 웅장하니까 선택하게 됐다”고 했다. 경기를 보기 위해 제주도에서 올라왔다는 B씨는 “집에서 혼자 보는 것과 여럿이 같이 보는 건 열기 자체가 다르다”며 “연대감을 느끼고 싶어 경기를 관람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차후 이런 이벤트를 하면 또 (CGV를)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외 축구를 즐겨본다는 C씨는 “이런 이벤트를 하면 종종 찾는다”며 “선물을 주는 이벤트도 하고 (PSG 경기를 뛰는) 리오넬 메시 선수 경기를 이렇게 보기는 쉽지 않다”며 “전에 한 번 관람했었을 때 다 같이 보는 게 즐거워 또 오게 됐다”고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오후 9시 경기였지만 1시간 전부터 영화관 입장이 가능했다.
영화관 앞에는 굿즈를 구매할 수 있는 곳도 마련되어 있었다. 몇몇 팬들이 PSG 유니폼을 사는 모습도 보였다. 경기 시작 전 CGV와 오버 더 피치는 작은 이벤트를 마련해 분위기를 돋궜다. 피파 축구 게임을 하며 관람객들과 소통했고 경기 전반, 후반에는 선물 증정 행사도 진행했다.
이날 경기는 PSG가 생테티엔을 3대 1로 이기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PSG 팬들은 경기를 관람하는 내내 옆 좌석 팬들과 소통하며 즐거운 모습이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OTT 시장 규모는 지난 2014년 1926억 원에서 지난해 7081억원으로 6년만에 무려 267% 급증했다. 내년에는 1조 원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수출입은행 역시 올해 전세계 OTT 시장 매출을 전년 대비 약 15% 성장한 1260억 달러(약 144조 원) 규모로 추산했다.
이처럼 급성장하는 OTT 시장에 비해 영화관 사업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 영화진흥위원회 ‘2020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극장 관객 수는 2019년 대비 73.7% 하락한 5952만 명으로 200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극장 매출액 역시 5104억 원으로 전년보다 73.3% 감소했다. 지난 6월 열린 ‘유통산업 미래 포럼’에서 김연희 보스턴컨설팅그룹 대표 파트너는 “영화관 사업은 코로나19 이후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관 비즈니스가 근본적으로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는 지적이다.
CGV도 살 길을 찾아야 했다. 이 회사는 지난 2018년부터 진행한 콘텐츠 다각화 사업을 지난해 6월 아이스콘(ICECON)이라는 브랜드를 선보이며 보다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CGV 관계자는 “영화관에 영화를 보러 온다는 소비자 생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에 영화 외에 즐길 수 있는 다른 콘텐츠를 보여주며 다양한 계층의 소비자가 영화관을 방문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생중계한 ‘김호중 콘서트’는 CGV의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이벤트였다. CGV에 따르면 당시 코로나19임에도 불구하고 전국 CGV를 찾은 관람객은 약 10만 명 이상에 달했다. CGV 관계자는 “공연장 같은 경우는 표를 구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관람하기 어렵다”며 “전국에 있는 CGV에서 같은 공연을 진행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CGV는 월간 오페라, 월간 뮤지컬 등을 진행하며 콘텐츠 다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달 21일에는 엠넷(MNET)에서 인기를 끌었던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스우파)’ 잠실 공연을 생중계했다. 오는 12일에는 엑소 ‘카이’의 첫 솔로 콘서트를 생중계한다.
CGV 관계자는 “(현재까지) 콘텐츠 다각화 사업이 매출에서 큰 숫자를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며 “하지만 수요층이 꾸준히 있다 보니 매니아층을 타겟팅해서 이들이 지속적으로 방문할 수 있도록 안정된 운영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단순히 영화 상영업을 영위하는 것이 아닌 공간 플랫폼으로서 고객에게 다가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나선혜 기자 hisunny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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