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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소매금융 폐지 절규하는 씨티은행 직원

기사입력 : 2021-06-21 00:09

(최종수정 2021-06-25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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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소매금융 폐지 절규하는 씨티은행 직원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임지윤 기자] “수십 년간 묵묵히 일한 우리 직원들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은행을 천직으로 생각하고 가정과 은행을 동일시하고 살 만큼 은행을 사랑하고 열심히 일한 우리가 왜 이런 시련을 겪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진창근 금융노조 씨티은행지부 위원장은 지난 8일 서울 중구 한국씨티은행 본점에서 열린 ‘임금에 관한 단체 투쟁 승리 및 생존권 사수 투쟁 집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5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5차 금융중심지의 조성과 발전에 관한 기본계획(2020~2022)에 따르면 국내에 있는 외국계 금융사는 2015년 말 166곳에서 지난해 1분기 162곳으로 줄었다.

지난 2012년 홍콩 상하이은행(HSBC)은 국내에서 소매금융을 매각하려다 고용 승계 등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다음 해 청산 절차를 밟았다.

그로부터 3년 뒤 영국의 4대 대형은행 중 하나인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은행도 철수 발표 1년 뒤인 2016년 결국 매수자를 찾지 못하고 청산했다.

이렇듯 외국계 금융사의 한국 이탈 움직임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현재 한국씨티은행의 소매금융 철수가 예기치 못한 일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외국계 은행은 한국의 과도한 ‘관치금융’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수익성도 더 악화했다.

저금리로 인해 예대 업무나 개인 상품으로 이윤을 남기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한국씨티은행 경영진은 이에 미리 대비할 수 없었던 것일까. 본사인 미국 씨티그룹이 글로벌 금융환경 변화로 한국을 포함한 13개국 소비자금융 철수를 결정했는데 우리라고 어쩔 수 있냐는 말은 비겁한 변명이다. 총탄이 오가는 전쟁터에서 대포가 날라올 줄은 몰랐다는 얘기와 같다.

한국씨티은행 노조는 고용 승계를 보장하는 통매각 이외의 출구전략은 전면 반대하고 있다.

진 위원장은 집회 직후 기자와 만나 “씨티은행이 빨리 매각을 마무리하려는 방향으로 가는데 시급한 매각은 고객에게 불편을 초래하고 노동자 대량 해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대규모 투자가 어려운 코로나19 상황이니 사측도 돈을 많이 받을 수 있고, 직원도 고용 승계가 되는 ‘통매각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각에 대한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금융당국도 더 적극적으로 노사 갈등 해결에 나서야 한다.

이번 씨티은행 사례는 앞으로 외국계 은행은 물론 다른 시중은행에도 적용될 수 있는 일이다.

이세돌이 알파고에 패배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사람이 불안감을 느낀 것처럼 일방적으로 자본이 노동을 압도한다면 이를 지켜보는 수많은 노동자는 다시 한번 두려움에 빠질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일 노동절을 맞아 “코로나 위기가 노동 개혁을 미룰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 회복의 첫걸음이라는 마음으로 고용 회복과 고용 안전망 강화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일자리를 더 많이, 부지런히 만들고, 임금체불과 직장 내 갑질이 없어지도록 계속해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있는 일자리부터 지켜야 한다. 지키지 못할 거면 그만큼의 보상을 해야 한다.

가상화폐 시장의 등락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잡지 못하는 부동산 시장에 시름하는 지금, 영혼을 끌어모아 빚내서 투자에 눈 돌리는 젊은이들에게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는 것을 보여주려면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에 투자해야 할 때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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