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불균형과 관련된 명확한 정의는 없지만 이 문제와 관련해선 아파트값 급등과 가계부채 급증이 계속해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한국의 중앙은행은 최근 금융불균형이 보다 심화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 주택가격 상승에 가계부채 누증 심화
수도권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고점(2007년 1분기)을 상회한 이후에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면서 2017년 이후 완만한 하락세를 보였던 지방의 PIR도 지난해 이후 빠르게 상승하면서 2017년 2분기의 고점을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주가의 경우도 기업 수익성 대비 PER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한 상태라고 밝혔다. 다만 채권 대비 상대수익률을 나타내는 주식 프리미엄은 최근 낮아지고 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보다는 높은 수준이라는 토를 달았다.
집값 급등은 가계부채 급증으로 이어졌다. 부동산이 가계부채의 이면(裏面)인 만큼 가계부채비율은 크게 올라간 상태다.
통신보고서는 "가계부채는 주택가격 상승 등에 영향받으며 누증이 심화됐다"고 평가했다.
2019년 이후 주택가격 오름세와 가계대출 증가세가 동반 확대되면서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이 2018년 말 91.8%에서 2020년 말 현재 103.8%로 이미 100%를 넘어선 상태다.
한은은 "2020년 말 현재 우리나라 가계부채 비율은 OECD 37개국중 6번째로 높은 수준이며, 이 비율의 2019년 이후 상승폭도 노르웨이 이어 두 번째로 높다"고 밝혔다.
■ 집값 급등 따른 부채 증가, 경제 부정적 영향 주는 수준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한은도 집값 급등의 사유로 공급 부족과 완화적 정책 영향을 꼽았다.
한은은 "주택수급 측면에서는 가구수 증가로 신규주택에 대한 수요가 견조한 가운데 아파트 입주물량 감소 등 공급에 대한 우려가 부각된 점이 주택매입수요 증대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가구수 증가에 대해선 "혼인율 저하, 고령화 진전 등에 따른 1~2인 가구 증가가 주된 요인으로 주민등록세대수 기준으로 보면 2015~2020년중 총 237만세대가 증가하였는데 이 중 1~2인 가구는 312만세대 증가한 반면, 3인 이상 가구는 75만세대 감소했다"고 밝혔다.
한은은 또 "코로나19 위기 상황에 대응해 불가피하게 이례적 수준으로 완화된 금융여건도 차입비용과 예금 등 금융자산의 수익률을 크게 낮추면서 여타 자산시장에 대한 투자 유인을 높였다"고 밝혔다.
2020년 중에는 주택거래량과 개인의 주식순매수 규모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최근에는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도 크게 증가했다면서 우려했다.
한은은 금융불균형 누증이 장기적인 성장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최근 가계부채 증가와 집값 급등을 우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한은은 "소비이론 등에 따르면 적정 수준의 부채는 시점 간 효율적 자원 배분을 통해 소비를 증대시키지만 적정 수준을 넘어설 경우 원리금상환 부담 증대 등을 통해 소비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IMF의 주요국 대상 패널 분석 결과 등에 따르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상승은 단기적으로 소비를 증대시키지만 장기적인 누적 효과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큰 것으로 추정됐다"고 소개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4년 이후 가계부채 증가율이 소득증가율을 지속적으로 상회했다. 한은은 따라서 가계부채와 민간소비 간의 정(+)의 관계가 약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2013년 말 한국의 가계부채비율(자금순환기준)은 78%로 주요 연구들의 성장 제약 임계치 수준에 근접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특히 금융불균형 누증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동산 등 특정 부문으로의 자금 쏠림은 경기 변동성을 확대시키고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은 "과거 국내 및 글로벌 경기 변동과 주요국 대상 연구 결과 등을 살펴보면 자산가격 거품, 부채 누적 등이 동반된 상황에서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전환될 경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경기 진폭이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다만 금융시스템 리스크 차원에선 현재의 금융불균형 수준이 시스템 전반의 안정성을 훼손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금융기관의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가 확대되고 있지만, LTV 등 담보비율은 주택가격 상승, 대출 규제 등으로 하락했고 국내은행의 자본적정성과 손실흡수여력도 대체로 양호하기 때문이다.
금융기관 및 보증기관의 가계 및 부동산 관련 기업에 대한 여신과 부동산 관련 금융투자상품의 합계액이 2019년 2,067조 원에서 2020년 2,215조 원(9월 말 기준)으로 148조 원 증가했다. 일반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평균 LTV는 2019년말 50% 수준에서 2020년말 40%대 중반으로 하락했다.
■ 부동산 정책실패와 맞물린 가계부채 급증‥답없는 주택정책에 '금리라도 손 대라'는 사람 늘어
금융불균형이 심해져 국가경제가 취약해진 상황에서 대외적인 충격파가 오면 경기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거듭된 부동산 정책실패 때문에 정책 정상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들도 나오고 있다.
서울 강서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주택은 수급 차원에서 답이 없는 지경이 됐다"면서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용산, 그린벨트 등을 활용해 초고층 아파트를 짓는 등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실성 떨어지는 2.4대책을 자기들끼리 잘했다고 덕담할 정도로 지적 능력이 없는 사람들로는 지금 상황을 감당하기 어렵다"면서 "작년에 임대3법을 통해 전국의 집값을 올리더니 지금은 LTV 완화와 같은 것으로 다시 집값을 띄우려고 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멍청한 정부가 아파트 소유자들에게 엄청난 불로소득을 안긴 반면, 전세를 사는 사람이나 무주택들은 시쳇말로 상거지로 만들어버렸다"면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10년전부터 중개 업무를 하는 중이지만, 여타까지 한번도 보지 못한 사상 초유의 정부"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데이터를 기준으로 할 때 작년 초부터 올해 4월까지 서울 아파트 가격은 2억 5천만원이 넘게 급등했다.
서울의 평균 아파트는 매달 평균 1,500만원 넘게 오르고 있지만, 하반기 집값 추가 급등의 우려는 여전하다.
지난해 많은 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당 의원들은 임대3법을 통과시키면서 전세의 씨를 말리는 정책을 밀어 붙였다. 결국 전세가 급등이 아파트 매매값 급등으로 이어졌으며, 서울 내의 상대적으로 싼 아파트를 포함해 수도권 아파트들이 두드러진 오름세를 이어갔다.
이런 흐름은 결국 가계부채의 지속적인 급증으로 이어졌다. 주택정책에 대한 정부의 무지(無知)와 맞물린 코로나 사태는 가계부채를 한 단계 더 급증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완화적인 통화·재정 정책은 자산버블을 더욱 자극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코로나 위기 이후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주택가격 상승을 기록했다"면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는 미국, 네덜란드 등과 비교하더라도 2배에 근접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전부터 위험한 부채구조를 갖고 있던 한국은 주택가격 상승으로 부채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면서 "작년말 기준 임대보증금을 제외한 가계부채는 주요 선진국 중 가장 높은 9.4%를 기록했으며,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이 103.8%에 달했다"고 밝혔다.
서 연구원은 임대보증금을 포함한 한국의 '실질적' 가계부채는 전세계 최고수준인 140%를 넘는 것으로 분석했다.
사람에 따라 추정이 다르긴 하지만 임대보증금 규모는 대략 400~500조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가계부채 정책 실패는 결국 한은의 조기 인상, 혹은 좀더 적극적인 금리인상에 대한 필요성을 높였다는 평가도 많다.
문재인 정부가 아파트 공급 부족을 더욱 부추겨 집값 급등을 견인했지만, 당장 공급을 늘리기 어려우니 금리 인상나 DSR 강화와 같은 수요를 억제는 정책을 어쩔 수 없이 써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서 연구원은 "전세가격이 급등해 갭투자가 일반화된 환경에서 금리 인상, 전세보증금의 DSR 편입 등 추가 규제가 절실하다"면서 "지금은 금융 불안 확대 가능성에 대해 고민할 시점"이라고 했다.
서울 여의도에서 일하는 한 주식 펀드매니저는 "월에 2천씩 아파트값이 뛰는데 이렇게 답도 없고, 무책임한 정부는 처음 본다"면서 "경기회복세도 예상보다 빠르고 부동산 값은 더욱 상승률을 높이고 있으니 연내 금리 인상도 그저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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