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막상 답변을 들어보면 맥빠지는 감이 없지 않다. 증권사 관계자들 대부분 “완벽한 IT는 없다”, “일시에 접속이 몰리면 어쩔 수 없다”는 얘기 일색이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전 국민 주식투자 시대에 살고 있다. ‘동학개미’, ‘서학개미’ 개인투자자들은 증권사들의 브로커리지(위탁매매) 호실적을 견인하는 선봉에 서 있다. ‘손안의 투자’는 일상이 되고 있다.
그래서 주식을 매매하는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에서 속속 발생하는 접속지연, 주문지연, 이체지연을 두고 이제 증권사들도 ‘어쩔 수 없다’로 대응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여겨진다.
금융감독원이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10대 증권사들이 2020년 HTS(홈트레이딩시스템)/MTS 관련 장애로 배상한 건수는 7831건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인 2019년(2255건) 대비 세 배를 웃도는 수치다. 2021년은 1분기(1만9861건)만으로 벌써 배상 건수가 작년 연간치를 훌쩍 웃돌고 있다.
문제는 전산시스템을 발 빠르게 보완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58개 증권사가 지출한 전산 운영비는 2018년 5419억원, 2019년 5368억원, 2020년 5802억원으로 집계됐다.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셈이다.
신규 투자자가 증시에 대거 유입된 ‘알려진’ 현실 가운데서도, 증권사들이 이에 부합하는 전산시스템 투자에 인색한 측면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좀 더 거칠게 표현하면 증권사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전산장애를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
일단 한 번 먹통이 발생하면 증권사도 투자자도 모두 유쾌할 수가 없다. 증권사 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일단 증권사들은 전화기록 또는 전산 로그기록이 있는 주문 건에 한해 보상을 실시하고 있다.
고객 주문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점의 주문가격에 주문수량을 곱한 금액과, 장애복구 시점의 가격에 고객 주문수량을 곱한 금액의 차액을 보상하는 식이다.
이때 매도 주문 건을 보상하는 것이지, 신규 매수 주문같은 기회비용은 보상 항목이 아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근거를 남겨 놓는 게 중요하고, 최대한 합리적인 보상을 제공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규정이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우왕좌왕 자료 확보를 못했거나, 보상 제외항목인 투자자들은 분통을 터뜨리며 억울한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그렇다고 증권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는 것은 아예 생각 범주에 있지 않다.
기자가 올해 상반기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등 대형 공모주 청약 때 쓴 기사들만 봐도, 역대급 경쟁률, 사상 최대 증거금 등과 함께 씁쓸하게도 증권사 전산장애 기사가 뒤따랐다. 문제는 LG에너지솔루션, 카카오뱅크 등 줄줄이 초대어급 IPO가 대기 중이라는 점이다.
그래도 일련의 MTS 장애를 겪은 게 ‘쓴 약’이 됐는지, 일부 증권사에서 IT 설비 확대, 데이터센터 증설 등을 실행하거나 추진 중인 점은 다행이고 고무적이다. 그동안 고정비를 언급하면서 일단은 방어적인 자세를 견지했던 증권사들이 전사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업계의 말처럼 완벽한 전산 시스템은 있을 수 없다. 효율성과 비용을 고려한 합리적 선택도 중요하다. 다만 개인투자자 덕분에 역대급 실적을 경신하고 있는 증권사들이 그동안 임시방편이라고 비판받은 처방이 아닌, 보다 견고하고 사려 깊은 대응과 대책으로 다가가야 할 시점이 아닐까 싶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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