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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확률형 아이템, 사실상 이용자 기만 아닌가

기사입력 : 2021-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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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정은경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사진: 정은경 기자
[한국금융신문=정은경 기자] 810만 분의 1의 확률인 로또에 투자하는 사람은 매주 몇 명이나 될까? 그런데 이 로또에 당첨자가 나올 확률은 0명이라면, 로또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넥슨의 ‘메이플스토리’에서 시작된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넥슨은 “아이템에 부여되던 추가 옵션을 ‘동일한 확률’로 수정한다”고 공지했다.

이에 이용자들은 ‘그간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이 동일하지 않았던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조작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게임사들이 매년 게임을 출시할 때마다, 업데이트를 진행할 때마다 의문을 제기해왔다.

그간 이용자들은 게임사에 확률 공개를 요구했지만, 그때마다 게임사들은 ‘영업기밀’이라며 확률 공개를 거부했다.

그러나 넥슨이 스스로 확률이 동일하지 않다고 밝히면서, 확률 조작에 대한 의구심은 엔씨소프트, 넷마블까지 확산됐다. 그간 눌려있던 불만들이 한 번에 터진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은 국내 게임업체들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큰 기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번의 뽑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확률형 아이템을 모아 최종 보상을 받는 ‘컴플리트 가챠’ 시스템들도 등장했다.

이 과정에서 이용자들은 거액의 돈을 투자하는데, 이는 고스란히 게임사의 수익이 된다.

특히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장르 특성상 오랜 시간 캐릭터를 육성해야 한다. 이용자들은 다양한 아이템을 장착해 캐릭터의 능력치를 키우는데, 이 과정에는 유료 아이템들이 필요한 경우가 대다수다.

일부 아이템들은 확률이 낮아, 거액의 돈을 투자해도 얻기 힘들다. 이러한 희귀 아이템들은 이용자들 사이에서 현금 거래로 이뤄지기도 했다.

사실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의 재미를 극대화하는 요소 중 하나다. 돈을 투자한 만큼 능력치를 얻으면, 결국 돈 많은 이들이 게임의 상위권을 독식할 수밖에 없으므로 재미 요소가 떨어진다.

하지만 캐릭터를 강화할 수 있는 능력치가 무작위로 제공될 경우, 게임에 변수가 생겨 재미 요소를 높일 수 있다.

논란이 지속되자 넥슨은 이용자 신뢰를 높이기 위해 서비스 중인 모든 게임의 확률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너무 서두른 탓일까, 넥슨이 ‘메이플스토리’의 확률을 공개한 뒤, 이용자들의 불만은 더욱 거세졌다.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최고등급이 애초에 나올 수 없는 ‘제로(0)’의 확률이었기 때문이다.

최고등급에 해당하는 아이템을 얻기 위해 적게는 수십만원부터 많게는 수억원까지 투자한 이용자들은 더 큰 배신감을 느꼈다. 일부 이용자들은 사전에 고지하지 않았다며 “이용자 기만행위”라고 비판하며 법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넥슨의 미흡한 대처에 타 게임사들도 섣불리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조급한 대처로 더 큰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최근에는 정치권에서도 게임업계의 자율규제를 폐지하고, 규제 법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 내용을 포함한 게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게임제작사 및 배급사가 해당 게임의 등급, 게임 내용 정보,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 및 확률을 표시하는 것이 주된 골자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확률형 아이템에서 얻은 게임 아이템을 특정 조합으로 새로운 게임 아이템을 얻는 ‘컴플리트 가챠’를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용자들은 게임사에 투명한 확률을 공개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일부 이용자들은 자율규제가 실효성이 없다며,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법적 제재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이상 게임사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게 그들의 입장이다.

이용자들이 게임사에 신뢰를 잃은 건 당연한 결과다. 그간 게임사들은 자율규제 아래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무작위’라고 표시하는 등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게임은 수년 전의 공지사항에 최신 확률을 업데이트하는 등 이용자가 쉽게 찾을 수 없게 하기도 했다.

게임사들이 이번 논란을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따라, 향후 자율규제가 유지되거나 법적 규제가 도입될 수도 있다.

다만, 분명한 건 최근 게임사들이 삼성, LG 등 국내 대기업 규모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투명한 경영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특히 이용자들을 더 이상 돈벌이 수단으로 치부하고, 게임에 더 많은 현금을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

대신 이용자와의 소통을 확대해 그간의 게임업계에서 문제점으로 꼽혔던 사안들을 하나둘씩 개선해 나가야 한다. 더 나아가 한국 게임 업계가 더욱 성장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서도 깊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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