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2020년 12월 현재 10억 4,299만원을 기록했다.
1년전 8억 5,951만원에서 작년 한해 1억 8,348만원이 폭등한 것이다. 2020년은 역대 가장 두드러진 아파트값 상승폭을 구경할 수 있는 해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6년 말 서울 아파트 가격은 5억 9,670만원으로 6억원이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문 정부 출범과 함께 아파트값이 무섭게 뛰어 지금은 정부 출범 전에 비해 거의 2배가 됐다.
올해 들어서는 2월 현재 10억 8,192만원을 나타내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은 2달만에 4천만원 가량이 더 뛴 것이다.
정부가 올해 들어 집값 상승률 둔화를 거론하고 있지만, 국민은행의 데이터를 보면 집값이 언제 고공행진을 멈출지 장담하기 어려운 그래프가 만들어지고 있다.
■ 아파트값의 끝없는 뜀박질...무주택 주식 펀드매니저도 '벼락거지' 한탄
작년 아파트 값이 급등하는 와중에 정부와 여당은 임대3법을 통해 전세가격 상승을 견인했다.
전세가격이 뛰면서 아파트값 급등세는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서울 지역은 싼 아파트는 씨가 마르기 시작했고, 집값 급등세는 전국으로 들불처럼 번졌다.
서울 주변의 일산 등은 뒤늦게 서울의 급등세를 놀라운 속도로 따라 잡았으며, 공무원의 도시 세종시는 여당 의원들의 국회 이전 발언 등을 기화로 대대적인 폭등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코로나 사태 이후 주식시장 붐이 일었지만, 아무리 뛰어난 주식투자자라도 '인플레이션 헤지'에 실패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증권사 IB 부서에 근무하는 A씨의 평가는 이랬다.
"작년 연초 후 코스피가 30%, 연중 저점 대비 100% 급등했습니다. 아주 뛰어난 주식투자자가 있었다고 칩시다. 만약 그 사람이 무주택자였다면 굉장히 높은 확률로 인플레이션 헤지에 실패했을 겁니다."
이 직원은 주식투자 규모가 5억원에 달하는 무주택자가 30%의 양호한 수익을 달성했더라도 서울 아파트값 폭등을 만회할 수 없다는 점 등을 거론했다. 국민은행 기준 서울 아파트값이 2억원 가까이 뛰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와 돈 풀기로 코스피가 저점 대비 100% 올라왔지만, 소수를 제외하면 주식으로 큰 돈을 만지긴 어려웠을 겁니다. 실상은 부동산발 인플레를 헤지하기 위해서 너도나도 주식으로 뛰어들었다고 하는 게 맞겠지요."
자산운용사에서 일하고 있는 40대 초반의 무주택자 주식 펀드매니저인 B씨는 이렇게 심경을 표현했다. 단 4년만에 일어난 순식간의 상황 변화에 그 자신이 '벼락거지'의 당사자가 됐다고 했다.
"제가 주식 밥을 먹고 사는 사람인데다 남들 눈엔 그럴싸해 보이는 펀드매니저라고 하지만, 도무지 미래가 보이지 않습니다. 주식 외에 답이 없다고들 하지만 부동산발 인플레이션 폭등에 제 자신이 이미 벼락거지입니다."
■ 급속한 속도로 늘어난 민간의 빚
지난해 기업과 가계 등 민간의 빚은 상당히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주식시장으로도 사상 유례없이 큰 규모의 돈이 몰렸지만, 부동산 관련 가계의 대출도 무서웠다.
한국은행이 25일 공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작년말 기준 명목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215.5%로 1975년 통계 편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작년 한해 동안 이 비율은 무려 18.4%P나 뛰었다.
작년엔 코로나 사태 여파와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가계와 기업 모두 빚을 많이 낼 수 밖에 없었다.
가계부채(가계신용기준)는 2020년말 1,726.1조원으로 전년동기대비 7.9% 늘어나는 등 증가세를 확대했다. 가계부채는 작년 1분기 4.6%에서 2분기 5.2%, 3분기 7.0%, 4분기 7.9% 증가율도 확대해나갔다.
은행 가계대출 증가세(10.7%)가 확대된 가운데 작년 하반기엔 2019년 하반기 이후 감소했던 비은행 가계대출도 증가로 전환되는 모습이었다.
한은은 "가계대출 중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이 주택거래량 증가로 빠르게 늘어난 가운데 기타대출도 주식투자수요 확대 및 신용대출 규제 강화 이전 선수요 가세 등의 영향으로 크게 증가했다"고 했다.
■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 역대 가장 큰폭으로 늘어...전세값 급등도 가계대출 견인
지난해 아파트 가격이 폭등한 만큼 부동산 관련 금융으로 역대 가장 두드러진 돈이 몰렸다.
금안보고서를 보면 2020년말 부동산금융 익스포저는 2,279.3조원으로 2019년말(2,067.0조원, +7.7%)보다 10.3% 증가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역대 가장 큰 규모로 익스포저가 늘어난 것이다.
부동산금융 익스포저는 금융기관과 보증기관의 부동산 관련 가계여신(부동산 담보대출, 전세관련 보증 등) 및 기업여신(부동산업 등 기업 대출금, PF대출 등), 부동산 관련 금융투자상품(리츠, 부동산펀드 등)의 합계다.
명목GDP 대비 부동산금융 익스포저 비율은 118.4%까지 상승했다.
작년엔 전세가격도 급등세를 보이면서 가계여신 중 전세 관련 보증과 정책 모기지론이 크게 늘어날 수 밖에 없었다.
지난해 전세 관련 보증은 35.4조원 증가해 부동산금융 관련 가계여신 증가액(+89.2조원)의 39.7%를 차지했다. 전세자금대출보증,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대한 수요가 늘고 금액은 커질 수 밖에 없었다. 정책 모기지론(+21.1조원)도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을 중심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 부동산업 대출 등 각종 이유로 높아진 부동산 익스포저
작년엔 부동산업에 대한 금융기관 대출 증가액(+45.6조원)이 부동산금융 관련 기업여신 증가액(+81.4조원)의 56.0%를 차지했다.
상가 임대가격 하락 등에 따른 운영자금 조달 수요, 규제 강화 이전의 법인을 활용한 투자 수요 등에 기인했다.
정부는 결국 작년 6월 17일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을 통해 주택 매매·임대사업자의 주담대를 금지시키고 법인의 세금부담을 늘려야 했다.
작년 비은행의 부동산업 대출 증가액(+24.9조원)은 은행(+20.6조원)을 상회했다. 사업자보증도 아파트 분양물량이 늘어나면서 분양보증을 중심으로 증가로 전환했다. 2019년 2.7조원 감소에서 2020년엔 20.0조원 증가를 나타냈다.
분양보증은 분양사업자 파산 등의 사유 발생시 아파트 준공을 책임(분양이행보증)지거나 계약금, 중도금 등을 환급(환급이행보증)해주는 보증이다.
집값이 뛰고 무주택자들의 집값 부담이 늘면서 주택금융공사는 좀더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받았다.
지난해 주금공의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유동화 등으로 MBS 발행이 22.8조원 증가해 금융투자상품 증가액(+41.7조원)의 54.7%를 차지했다.
은행에 비해 손실흡수능력이 떨어지는 비은행의 부담이 늘고, 주식관련 신용위험이 주금공 등 보증기관으로 쏠리는 측면은 우려를 키울 수 있는 대목이다.
투자상품 리츠(+10.8조원)의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 부동산직접투자 규제 강화에 따른 대체투자 수요 등으로 투자자들의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 언제 끝날지 알기 어려운 아파트값 급등의 시대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가 급증한 이유엔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그리고 풍부한 유동성 등이 손꼽힌다.
다만 언제 아파트값 상승이 마무리될지 여전히 누구도 쉽게 자신하지 어려운 분위기다.
정부가 대대적인 공급대책이라고 자랑했던 2.4대책은 실현 가능성이 의심스러운 '좋은 말 나열'에 지나지 않았으며, LH사태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공무원 등의 내부거래는 성실하게 사는 자들의 의욕을 꺾어버렸다.
부동산 가치평가를 하면서 밥벌이를 하는 감정평가사 D씨는 끝나지 않은 아파트 폭등의 시대를 관조할 뿐이라고 했다.
그가 말했다.
"우리는 계속해서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아파트값 폭등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거짓말만 내뱉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무능과 부도덕함은 이제 모두가 알아버렸고, 실제 대책이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이 흐름이 언제 끝날지 몰라 그냥 지켜만 볼 뿐입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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