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세인 리자 앨런은 16세부터 술과 담배를 시작했고 거의 평생을 비만과 싸웠다.
몇 개월 전 리자의 남편이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다며 일방적으로 이혼을 선언했다. 그리고 4개월 동안 리자는 수치심과 무력감으로 거의 폐인처럼 살았다. 그러다가 문득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적어도 자기 뜻대로 할 수 있는 것 하나라도 바꿔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남은 신용카드 한도를 최대한 모아서 이집트에서 사막횡단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삶의 목표였고 끝까지 해낼 무언가 필요했다. 그래서 담배를 끊고 사막횡단을 위한 체력을 기르기 위해 조깅에 집중했다. 그 덕분에 식습관이 바뀌고 일을 대하는 자세도 달라졌다. 통장에 잔고도 쌓여갔다.
이제 리자 앨런은 ‘어떤 결정이 어떻게 습관적인 행동으로 발전하는지’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연구대상이 되었다. 과학자들은 리자가 ‘핵심습관(Keystone habit)’으로 알려진 것에 집중함으로써 자신의 삶에서 기계적으로 행하던 다른 모든 습관들까지 프로그래밍할 수 있었다고 본 것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1842~1910)는 ‘우리 삶이 일정한 형태를 띠는 한 우리 삶은 습관덩어리 일뿐’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매일 반복하는 선택들이 신중하게 생각하고 내린 결정의 결과물로만 여겨지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선택이 습관이다. 듀크대학의 연구진이 2006년에 발표한 자료를 보면 우리가 매일 행하는 행동의 40%가 의사결정의 결과가 아니라 습관 때문이었다. (출처: 습관의 힘, 찰스 두히그 지음)
금융기관에서 준비 없이 퇴직한 A는 자본 없이 시작할 수 있는 오파상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바이어도 없고 관련 업종에 대한 경험도 없으니 오더를 수주하는 것부터, 제작하고 수출업무를 완료하기까지 매사에 좌충우돌할 수 밖에 없었다. 같은 업종에 있는 오파상들을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했지만 행여 거래처를 뺏길까 봐 적극적인 협조를 얻을 수가 없었다.
A는 수입협회에서 외국인 Buying Office 명단을 입수하여 제품소개서를 보내는 등 맨땅에 헤딩을 하면서 하나 둘씩 작은 오더를 받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Buying Office가 미국 본사로부터 온 샘플을 A에게 보내주면서 납품가능여부를 요청했다. 그러나 그 제품은 경험이 일천한 A에게는 벅찬 것이었다. 원단을 만드는 공장이 어디인지, 어떻게 가공을 해야 하는지를 전혀 알 수가 없었지만 모처럼 온 오더를 어떻게든 성사시키고자 동분서주하면서 모든 거래처에 협조를 구했지만 알아보고 있다는 말뿐 가부여부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 바이어와 약속한 데드라인은 코앞에 닥쳐왔다. 기약 없이 기다릴 수 없는 A는 급기야 모임에서 한 두번 인사를 나눈 적이 있지만 잘 알지는 못하는 대형 무역회사 사장을 찾아가서 자문을 구했다. 그 사장은 그 자리에서 해당 분야 제직공장, 염색, 가공공장 사장들 에게 전화를 하여 생산이 가능한 곳 몇 군데를 찾아 A를 소개시켜준 다음, 미팅 일정까지 잡아주었다. 그리고 경쟁력이 있는 가격제안, 상품 제작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사항까지 면밀히 일러주었다. 며칠 후에는 다시 A에게 전화를 하여 공장들과 진행은 잘되고 있는지, 어려움이 무엇인지를 확인한 후 한번 더 공장 사장들에게 연락하여 A를 잘 도와주도록 부탁했다.
A는 감사하면서도 충격적이었다. 예전에 A가 직장생활을 할 때 누구를 소개해달라고 부탁을 받으면 행여 일이 잘못되어 원망을 듣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상당히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잘 알지도 못하는 무역업체 사장이 선뜻 나서서 적극적으로 소개를 해주고 문의 사항에 대해서는 즉시 피드백을 해주고 문제가 발생할 지 않도록 수시로 팔로우업을 해주니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A는 무역업체 사장에게 왜 잘 알지도 못하는 저를 무엇을 믿고 그렇게 도와주었는지 물었다. 그 사장은 “A, 당신의 언행을 보니 사기꾼 같지는 않더라. 그리고 A와 공장들이 서로 협조가 가능해 일이 잘된다면 결국 나에게도 장기적으로는 득이 되는 것이다. 당장 나에게 이득이 있고 없고는 중요하지 않다. 행여 일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비즈니스 판단은 당사자들이 하는 것이다. 나는 중간에서 정확하게 상황만 전달해주면 된다. 그리고 상대방의 데드라인을 감안하여 적시에 가능여부를 피드백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야 다른 대안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이 잘되도록 도와주는 팔로우업까지 할 수 있으면 인간적인 신뢰도 쌓이고 새로운 비즈니스도 만들어질 수 있다.”
10년 공든 탑도 소리 없이 무너질 수 있다
그 이후 A의 핵심습관이 바뀌었다. 부탁을 받으면 본인의 이익과 관계없이 최대한 연결 가능한 사람을 찾아서 소개해주고 가부여부를 최단 시간 내에 피드백 해주었다. 그리고 일이 진행이 되면 커뮤니케이션이 잘 될 수 있도록 정보도 제공해주고 식사 등 부담 없는 자리도 만드는 등 팔로우업을 해주었다. 이런 습관이 반복되면서 A의 네트워크도 자연스럽게 확장이 되었다.
대체로 인맥관리는 의도적으로 노력한다고 되지는 않는다. 오랜 시간에 걸쳐 신뢰축적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소한 약속, 부탁에 대한 피드백과 팔로우업을 소홀히 한다면 의도치 않게 상대방으로부터 서운한 마음을 얻어 10년 공든 탑이 소리 없이 무너질 수도 있다. 나에게는 사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상대방에게는 중요한 배경이 있을 수도 있고 성의가 없다고 느껴지게 되면 그의 자존심을 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윤형돈 FT인맥관리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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