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2년 반 만에 처음으로 2,500선을 돌파했다.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2493.87)보다 13.59포인트(0.54%) 오른 2507.46에 출발하면서 시작부터 레벨을 올렸다.
코스피는 종가기준으로 2018년 5월 3일(2507.91) 처음으로 2,500선을 웃돈 바 있다. 주가지수는 사상 최고치 경신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 외인 주식매수 속 환율 급락, 주가 급등
글로벌하게 코로나19 확산이 빨라졌지만 화이자의 고무적인 백신 실험 결과 등이 주식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으로 대거 들어오면서 지수를 받쳤다. 11월 들어 외국인의 매수세가 코스피 상승을 지지했다.
주가 오름세는 원화 강세와 상호작용을 하면서 힘을 내고 있다.
달러/원 환율은 10월 마지막 거래일 1,135.10원으로 거래를 마친 뒤 이날 장중 1,105원 수준까지 급락했다. 이날 장중 10원 가까이 급락해 이달 들어 30원 가량 급락하는 모습을 보인 뒤 당국의 개입이 들어온 것으로 추정됐다.
이날은 역내외 참가자들도 달러 숏 포지션 구축을 확대하고 수출업체 선취 매도 성격의 달러 매물도 가파른 원화 강세를 이끌었다.
국내 주식시장은 금요일 미국 주식시장이 코로나 확산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분기실적이 예상을 웃돌자 1% 이상 오른 영향을 받았다.
한국과 중국, 일본과 호주 등 15개국이 세계최대 규모 자유무역협정(FTA)인 'RCEP 협정'에 서명한 점도 주가와 원화 강세 요인으로 평가 받는다.
■ 한국 대표주 결국 갔다...삼성전자 역사적 고점 경신 흐름
지난 13일 삼성전자 주가는 3.61% 급등해 역사적 최고가를 경신했다. 삼성전자는 13일 6만 3,200원을 기록해 지난 1월 20일 기록한 장중 사상 최고가(6만 2,800원)를 웃도는 지점에서 거래를 마쳤다. 이날은 4% 넘게 급등해 주식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 턴어라운드와 회복 기대와 같은 양호한 실적 전망, 그리고 삼성그룹 배당 확대 등 기업정책에 대한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무엇보다 외국인의 신흥국 투자 확대가 삼성전자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지난 13일 5,786억원 어치 대거 순매수했다.
이달들어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1조 7,227억원 어치 순매수했으나 최근 매수 강도가 더 세졌다.
주식시장에선 삼성전자에 대한 낙관론이 강화되면서 조만간 7만원 돌파 등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들려오고 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향후 삼성전자 실적에 대한 낙관론 등이 부각되면서 추세적인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들이 엿보인다.
A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코로나19 이후 BBIG가 주목을 받으면서 장을 이끌었는데, 한 해가 끝나기 전에 삼성전자가 시동을 걸면서 지수를 2,500선 위로 올려놓았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나은 실적을 내는 등 성과가 돋보였으며, 앞으로 지수 3천 시대를 향해 나가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내년 매출액 15%, 영업이익 18% 증가가 예상된다. 12개월 Fwd 기준 현재 주가 수준은 14.8배 수준"이라며 목표주가 8만 6천원을 제시했다.
그는 특히 삼성전자는 2021년 NAND Flash와 비메모리(시스템LSI + 파운드리)에서 경쟁사 성장률을 상회할 것으로 기대했다.
김 연구원은 "내년 영업이익을 44.4조원으로 추정하는데, DRAM 업황이 예상을 상회할 경우 50조원 달성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1년 삼성전자 전망을 통해 "삼성전자는 ROE 개선을 통해 재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최근 모바일 수요회복도 일부 지연됨에 따라 DRAM 판가반등 시점을 기존의 2021년 3~4월에서, 4~5월로 소폭 변경한다"면서 "하지만 하반기 판가급등 시각은 유효하다"고 밝혔다.
그는 "디스플레이 쪽을 보면 TV 수요의 역설적 회복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된다. LCD 수익성은 내년까지 안정적 개선세 유지가 예상되는 가운데 SDC의 모바일 OLED 설비투자는 아직 요원한 상황이며, 내년 BOE
등 애플향 신규 경쟁자 진입 가능성은 극히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삼성전자의 중장기적인 상승 추세를 감안하더라도 당장 매수를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이익의 추가적인 레벨업 속에 기대감을 높여가는 과정에서 단기 매물 소화 과정이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2천년 이후 삼성전자를 우상향 추세를 그렸다. 아홉번의 역사적 고점 돌파 과정에서 다섯 번의 고점 시그널, 또는 단기 추가 상승 이후 정점통과가 있었다"면서 "2009년에는 장기 박스권을 형성했고 사상최고치 경신 이후 상승추세를 이어가거나 더 강한 상승추세를 기록 한 적은 3번 뿐이었다"고 지적했다.
사상 최고가 경신이라는 사실만으로 계속 오른다고 보기보다는 역사적으로 고점 돌파 후 조정이 받았던 경험을 고려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무서운 상승탄력을 기록했던 때는 이익성장이 뚜렷했던 시절이었다.
삼성전자가 상승 추세를 강화했던 2003년, 2011년, 2016년에는 다음해와 그 다음해까지 이익 성장이 뚜렷했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사상 최고가 경신 이후 고점까지 74%의 수익률을 기록했던 2016년 8월 이후 삼성전자는 2017년 역사적 최대 이익 경신과 함께 전년대비 83%의 이익성장을 나타낸 바 있다.
이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2022년까지 이익성장이나 사상최대 이익을 경신하더라도 이익 컨센서스가 2017년, 2018년 수준에 못 미친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신고점 경신 이후 단기 조정을 거쳤던 경험도 감안해 이를 저가매수의 기회 등으로 활용할 필요성도 조언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당장 추세적인 상승을 이어가기는 쉽지 않다. 이익 레벨에 대한 기대가 더 높아질 필요가 있다"면서 "사상최고치 경신에 따른 매물소화 과정도 감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삼성전자는 2003년, 2011년, 2016년 세 번 모두 사상 최고치 경신 이후 20여일 동안 5~10%대 단기 조정국면을 거쳤다. 중장기 상승 추세 형성 과정에 짧은 진통과정이 있었음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소외 극복한 가치주 지수 견인
11월 미국 대선 직전부터 주가가 급등세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엔 소외됐던 가치주들의 반격이 두드러졌다.
예컨대 전주말까지 이달 들어 운송업종이 20.6% 급등세를 보인데 이어 에너지, 조선, 화학, 소매(유통), 철강, 기계, 은행 등이 KOSPI를 아웃퍼폼하면서 지수를 끌어올렸다.
이러자 시장에선 무게중심이 이제 가치주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발발 이후 BBIG 등이 지수를 주도하는 과정에서 가치주는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성장주들이 고평가 논란에 휩싸이면서 부진을 보이는 과정에서 가치주들이 부각됐다. 즉 최근 성장주는 당초 컸던 기대감이 약화되면서 주가 되돌림을 겪었고, 가치주는 낮아진 기대감이 오히려 회복되면서 정상화 쪽으로 움직였다. 가치주로의 급속한 관심 전환으로 전체 주가지수도 상승 압력을 크게 받았다.
B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여러 지표들은 확실히 가치주에 대한 관심도를 보여주고 있다"면서 "이런 분위기의 지속성이나 기간을 예측하는 게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가치주들의 추가 강세 여지는 당연히 높다고 본다. 가치주, 성장주의 상대가격 장기 시계열을 보면 가치주 반등이 아직도 미미한 수준으로 올라온 수준"이라며 더 올라갈 여지에 무게를 무게를 뒀다.
그는 "채권에서 주식, DM에서 EM, 성장에서 가치로 이동하는 흐름이 당분간 강화될 것"이라며 "당장 가치주 랠리를 포함해 이 3가지 변화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의 분위기를 가치주와 성장주의 자리 바꿈이 시작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진단도 엿보인다. 성장주가 코로나19 이후 급등에 따른 조정을 겪은 가운데 이를 활용하라는 조언도 보인다.
이경민 연구원은 "2020년, 2021년 영업이익, 순이익 실적 기여도와 이익전망 추이를 보면 여전히 성장주 우위로 판단된다"면서 "가치주 전반의 실적 및 주가 정상화, 그 중에서도 자동차, 에너지 업종의 턴어라운드는 기대할 수 있지만 금융, 필수소비재, 호텔/레저, 조선, 철강 등이 KOSPI를 장악하고 주도적으로 상승을 이끌어갈 것이라는 기대는 너무 앞서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가치주의 강세가 좀 더 이어질 수 있겠지만, 추격매수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보다 성장주, 수출주에 관심을 높여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가격 조정을 통해 밸류에이션 부담을 상당부분 덜어낸 상황에서 펀더멘털 개선세는 지속되고 더 강해지고 있기 때문에 성장주를 버리는 것은 부적절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 원화 강세, 외인들이 얼마까지 보는지가 관건
11월 들어 나타나는 예상을 웃돈 주가 상승은 환율 하락, 즉 원화 강세와 함께 진행되고 있다.
예상보다 원화 강세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금융당국도 긴장하고 있다.
이날 달러/원 환율이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대와 달러/위안 급락에 영향으로 원빅(10원) 이상 추락한 이후 외환 당국의 개입성 매수 등장으로 낙폭을 줄였다.
모더나는 주중 3차 임상시험에 대한 중간 평가 결과를 내놓을 전망이며, 존슨앤존슨도 영국에서 임상 3상에 착수할 것이란 소식이 들려왔다.
아무튼 지난 주말 미 주식시장은 백신 개발 기대와 기업실적 개선에 따라 상승하면서 달러 약세를 견인했으며, 이런 분위기는 서울 외환시장으로 옮겨졌다.
중국 위안화의 강세 흐름 등 원화 강세를 지지하는 분위기가 이어지다 보니 당국의 개입이나 최근 급락에 따른 레벨 부담 등에도 불구하고 환율의 되돌림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인식들도 작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식시장에서 '더 가기 위해' 환율이 중요하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외환시장이 주식시장
외국인 매수세 눈치를 보고, 주식 매매자들은 환율 눈치를 보고 있다.
C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코스피지수가 2,500선을 뚫고 얼마나 더 달릴지는 환율에 물어봐야 할 것 같다"면서 "외국인이 이머징에 베팅을 하면서 환 플레이를 하는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이 환율 얼마를 바닥으로 보고 베팅하는지가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며 "일단 1,100원을 깰 것으로 보고 있으며, 1,050원 정도 오면 부담이 상당히 심해지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 RCEP, 협상 8년만에 서명
한편 지난 일요일(15일) 아시아 주요국 정상들은 세계 최대 규모의 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서명했다.
한국, 중국, 일본, ASEAN 10개국, 호주, 뉴질랜드 등 15개국이 서명했다. RCEP은 앞으로 수년간 많은 분야에서 관세를 단계적으로 인하하게 된다.
이 나라들의 경제규모와 인구가 전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 정도다.
RCEP의 중국 주도의 자유무역협정이다. 이러다 보니 중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데다 대중국 무역적자 규모가 큰 인도는 당초의 참여 의사를 번복하고 지난해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RCEP 참가국들은 지난 2012년 11월 협상 개시를 선언한 이후 8년간 협상과 장관급 회의, 정상회의 등을 개최해왔다.
향후 아시아 역내 주요국들이 거대한 경제권역을 형성하면서 이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다만 RCEP 서명으로 인해 향후 중국이 역내에서 맹주 역할을 할 것이란 관점도 강한 편이다. 이번 대선에서 바이든이 '잠정적' 당선자가 된 가운데 향후 새로운 미국 정부와의 RCEP의 관계 정립도 관심사다.
미즈호증권은 "RCEP 서명과 중국의 10월 경제활동 데이터는 성장 모멘텀을 공고화해 위안화 강세 모멘텀을 지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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