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철닫기신학철기사 모아보기 LG화학 부회장이 밝힌 지난해 취임 당시 포부다.
LG화학은 현재 사업 체질전환 과도기에 있다.
기업 주력사업 무게 중심이 석유화학에서 배터리로 이동하고 있다. 이외 다른 사업부도 친환경과 디지털로 대표되는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한 첫 발을 내디뎠다.
이럴 경우 외부에서 검증된 리더를 수혈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LG화학이 ‘혁신 전도사’라는 별칭을 가진 신 부회장을 글로벌 기업 3M에서 전격 영입한 것도 변화에 대한 절실함에서 비롯됐다.
취임 이후 1년간 보다 유연한 조직문화 조성에 힘쓴 신 부회장이 최근 사업적으로도 본인의 경영색깔을 입히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신 부회장은 2019년 핵심사업 전환기에 있는 LG화학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했다.
신 부회장은 지난해 8조원 수준인 배터리사업 매출을 자동차배터리를 중심으로 2024년까지 32조원으로 4배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LG화학 모든 사업부가 거둬들인 매출(약 29조원)을 뛰어넘는 목표다.
명실상부 배터리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 투자에도 공격적이다.
LG화학은 2018년 발표한 2조1000억원 규모의 중국 배터리공장 확장 투자를 1단계 마무리 짓고 올해부터 중국형 테슬라 모델3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미국 GM과 중국 지리차와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계획도 발표했다.
성장이 예상되는 유럽과 미국에서 추가적인 공장 확장이나 배터리 합작사 추진도 모색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LG화학의 투자 속도에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LG화학 차입금 규모는 2018년 1분기 4조2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11조6000억원 규모로 2년 만에 3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기간 순이익은 80% 넘게 줄었다.
그간 현금을 벌이들이던 석유화학 부문이 흔들린 탓이다.
지난해 미중무역 갈등 장기화 등 글로벌 경제 불안정으로 ‘다운턴’에 진입한 석유화학 업황은 올초 코로나19 사태로 2차 타격을 받았다.
이 같은 상황에도 신 부회장은 배터리 사업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뚝심’ 투자를 이어간다는 각오다.
신 부회장은 4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비상경영체제 가동을 공식화하고 ‘긴축경영’에 돌입했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는 계획대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배를 가를 수 없다”는 말로 비유했다. 신 부회장이 말한 ‘황금알’이란 전기차배터리 사업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차동석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CFO) 전무도 같은달 열린 LG화학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위기 상황을 반영해 설비투자를 당초 계획했던 6조원에서 5조원으로 줄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폴란드 전기차 배터리 공장 확장 공사 등 미래 투자는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 친환경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
자신감의 근거는 전세계 전기차 시장의 ‘장미빛’ 성장 전망에서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2023~2024년경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공급량을 앞지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유럽연합이 자동차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시행했다. 유럽연합 국가에서는 올해부터 자동차 제조사가 판매하는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을 기존 130g/km에서 95g/km로 급격히 낮췄다.
2023년에는 이 기준이 62g/km로 줄어든다.
이를 지킬 수 있는 주요 완성차메이커는 한 곳도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 각국 정부는 코로나19로 르노 등 기업들이 경영난을 호소해도 정책 시행은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2040년경에는 일부 국가들이 내연기관차 자체를 금지하겠다는 논의도 오고가고 있다.
완성차제조사들은 유일한 현실적인 대안인 전기차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폭스바겐·테슬라 등이 배터리 자체 생산을 시도한다.
그러나 제품 기술력이나 투자부담을 논외로 하더라도 수십년간 배터리 제조사들이 쌓은 공정 노하우까지 단기간에 따라잡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내연기관차 시장에서 완성차가 부품협력사에게 ‘슈퍼갑’ 입장이었다면, 배터리사는 완성차와 대등한 협상력을 갖췄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 이익실현이 관건
당장 신 부회장에게 주어진 과제는 이 같은 성장전략이 기반이 탄탄하다는 것을 실적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LG화학은 코로나19 사태 직후 올해 배터리 사업부 매출 목표를 당초 15조원에서 10~15%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다만 하반기로 갈수록 전기차 시장 정상화에 따라 회복세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배터리 사업에서 국내기업 가운데 사상 처음으로 연간 흑자전환 가능성도 제기된다.
LG화학은 IT 등 소형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자동차배터리 같은 중대형배터리를 모두 포함한 배터리사업부 전체 실적만 발표한다. 자동차배터리 사업과 관련해서는 따로 공개하지 않고 대략적인 수치만 제시할 뿐이다.
LG화학에 따르면 회사가 자동차배터리 사업에서 이익을 낸 적은 2018년 4분기가 유일하다.
증권가에서는 LG화학 자동차배터리 사업이 영업이익에서도 ‘턴어라운드’할 것으로 전망한다.
◇ 석유화학·첨단소재·생명과학 개편 ‘속도’
신 부회장은 배터리를 제외한 다른 사업부에서도 체질전환에 서두르고 있다.
석유화학부문은 친환경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LG화학은 시장에서 사용된 플라스틱을 60% 포함한 친환경 제품(PCR PC)을 공급하고 있다. 이 원료 함유량을 85%까지 높일 계획이다. 미생물에 의해 자연스럽게 썩을 수 있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소재도 2024년께 시장에 내놓기로 했다.
친환경 트렌드가 대세가 된 상황에서 기업이 계속 성장하려면 시장뿐만 아니라 사회 이해관계자까지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은 신 부회장이 지난 6일 발표한 새 지속가능성 전략 ‘2050 탄소중립 성장’에 담겼다.
신 부회장은 “지속가능성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아 혁신적이며 차별화된 지속가능 솔루션을 제공하고, 고객은 물론 환경, 사회의 페인 포인트(불만사항)까지 해결하여 영속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첨단소재사업부는 LG그룹의 ‘탈LCD’ 전략에 따른 중장기적인 개편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등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는 중국 기업의 저가 LCD 공세에 눌려 경영난을 겪고 있다.
LG는 경쟁력을 잃은 LCD 사업을 정리하기로 하고 차세대 먹거리인 OLED로 사업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LCD 소재를 담당하던 LG화학도 관련 사업 철수를 진행하고 있다.
LG화학은 2월 LCD 색을 구현하는 부품인 감광재 사업을 중국 기업에 매각해 약 580억원을 확보했다. 이어 6월 LCD소재 사업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편광판 사업부를 중국 산산에 단계적으로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매각으로 1조3000억여원을 쥘 LG화학은 배터리 사업과 관련한 투자 부담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첨단소재 사업부는 모빌리티 소재 사업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당장 LCD 감광재 사업부 매각에서 자동차에 탑재되는 LCD 소재는 팔지 않기로 합의했다.
자동차 경량화 소재도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바스프그룹 솔베이의 엔지니어링플라스틱(EP) 인수전에 참전했다. LG화학이 최종 인수 단계에서 발을 뺏지만 자동차용 소재 인수합병(M&A) 등 투자 의지를 드러낸 사례로 평가받는다.
생명과학부문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LG화학은 ‘친환경’과 더불어 ‘디지털전환’을 핵심 성장 전략으로 삼고 있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이 축적되면 신약 개발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 He is…
△ 1957년생 / 서울대 기계공학 학사 / 1984~1991년 한국 3M 기술지원담당, 산업제품담당 / 1992~1994년 소비자사업본부장 / 1995~1997년 필리핀 3M 지사장 / 1998~2001년 미국 3M 사무용품제품·연마재사업부(이사) / 2002~2003년 전자소재사업부장(부사장) / 2004~2005년 산업용접착제 및 테이프사업부장(부사장) / 2006~2010년 산업용비즈니스 총괄(수석부사장) / 2011~2017년 해외사업부문 총괄(수석부사장) / 2017~2018년 글로벌 R&D 전략 및 사업개발·SCM·IT 총괄(수석부회장) / 2019~ LG화학 대표이사(부회장)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